웹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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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농사 지을 땅이 없다웹툰일기/2007 2007. 11. 1. 05:23
'안 되면 농사나 짓지 뭐'라는 말은, 나 같은 도시 빈민에겐 정말정말 부러운 말이다. 고향도 도시고, 시골엔 땅 한 평 가진 것 없는 집안. 뚱 밭에 굴러도 도시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운명. 농사 지을 땅 있는 사람들은 좋겠다... ㅠ.ㅠ 그럼, 나 같은 도시빈민은 어떻게 말 해야 할까. '안 되면 굶어 죽지 뭐'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약간 긍정적 버전으로 바꿔보자. '안 되면 서울역에 가지 뭐' 긍정적이군, 삶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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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씩 파는 피자웹툰일기/2007 2007. 11. 1. 05:17
건대입구 쪽, 패션거리인가 로데오 거리인가로 통하는 골목에 피자가게가 하나 있는데, 조각피자를 판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피자 한 판이 7900원이고, 한 판에서 8조각이 나오는데, 한 판을 여덟조각으로 썰어서 보온기계 안에 넣어두고 한 개 천원씩 판다. 미리 만들어 잘라 놓은 조각피자니까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저녁에 사람 많이 붐빌 때 가면 금방금방 팔리고 새로 자르고 하니까 갓 구워져 나온 피자 한 조각을 바로 사 먹을 수 있다. 혼자 한 판 다 먹기는 벅차서 조각피자를 애용 중. 맛도 괜찮은 편. 후훗~ 이제 다른 비싼 피자가게들은 필요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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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은 주유소에서 얻어라웹툰일기/2007 2007. 11. 1. 04:58
마침 대선과 함께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을 1년 더 연장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논의 자체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그건 제각각의 생각으로 판단하면 된다. 내가 말 하고 싶은 것은, 찬성을 하자거나 반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찬반 논의를 할 때, '이라크 파병을 통해 석유와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아니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미국의 부시를 보고는 전쟁광이라느니, 석유 보고 전쟁 일으켰다느니 욕 하면서, 우리는 훗날 석유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라크 파병을 한다니, 말도 안 된다. 이라크 파병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선의의 국제적 활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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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겨도 십 년 후엔 십년지기웹툰일기/2007 2007. 10. 31. 04:31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친구를 사귀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교실에 모여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었고, 한 동아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몇 시간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도, 진지한 토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함께 어떤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친구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무실에 모여 같은 일을 해도, 한 동호회에서 활동을 해도, 몇 번을 함께 술을 마셔도, 함께 얘기를 나눠도, 친구가 되긴 어렵고, 친구를 만들기란 어렵기만하다. 그저 함께 일 하는 동료, 함께 몇 번 논 사람, 아는 사람 정도일 뿐, 친구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쉬우면서도 어떻게 보면 어려운 것이 친구인 듯 싶다. 또한, 어떻게 보면 편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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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오늘 사과를 심었다웹툰일기/2007 2007. 10. 31. 04:09
기어이 사과 몇 개에 곰팡이가 피고 말았다. 사과에 곰팡이가 펴서 번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과학적 탐구 과정을 거치고 난 뒤, 이 사과의 생명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서울숲 근처 변두리 어느 구석진 곳에 가서 심었다. 한 십 년 후에는 사과나무가 자라서 사과가 달리지 않을까. 오늘 사과를 심었으니까... 이제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되는 건가! 음홧홧홧홧홧 p.s.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오늘 내가 사과를 심었기 때문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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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처럼 슬픈 노래를웹툰일기/2007 2007. 10. 31. 03:53
엊그제였나,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이맘때 즘의 비는 마치 영혼을 가르는 시퍼런 칼날 같다. 특히 밤에도 깨어 있는 도심에서 그 비를 맞으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차갑고도 아름다운 가을밤에, 부드러운 칼날과 같은 빗방울이 파랗게 내 몸을 감싸며 다정하게 속삭여 준다. '넌 혼자야, 네 곁엔 아무도 없어.' 그런 비를 맞으며 밤마실을 나가는 것은 어쩌면 자학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가는 비의 유혹. 밤 거리를 혼자 비를 맞으며 걸어보면, 그 달콤한 악마의 유혹을 느낄 수 있을테다. 어쨌든 그 날도 그렇게 가을 밤 비의 유혹에 끌려 나갔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기웃거리며 한창 잘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 길목 미장원 안에 화장 하고 있는 여자 귀신이... (귀신은 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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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구리 아저씨웹툰일기/2007 2007. 10. 31. 03:33
지하철을 타면 구리구리 냄새가 나는 아저씨를 가끔 만날 수 있다. 옛날에는 씻지 않아서 그런 냄새가 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간혹 말쑥하게 차려 입은 아저씨에게서도 그런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주로 아저씨들에게 많이 나지만, 아줌마들에게서도 아주 가끔 나는 경우가 있다) 그 냄새 자체로도 충분히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거기다 냄새가 진한 스킨 로션까지 발라 놓으면 정말 냄새가... ㅡ.ㅡ;;; 어느날 상가집에 갔다가 우연히 그런 아저씨를 마주친 일이 있는데, 그 때 깜짝 놀랐다. 그 구리구리 냄새가 시체 냄새와 아주 비슷했기 때문. 어쩌면 아저씨들의 구리구리 냄새는 몸의 어딘가가 안 좋아서 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스스로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