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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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 충북 팸투어 여행기국내여행/충청도 2010. 3. 9. 00:48
2009. 02. 27 # AM 00 아침 7시 까지 서울 삼성동의 집결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하지만 평소에 늦게 자는 버릇이, 소풍을 앞두고 있다고 별안간 고쳐질 리 없다. 그래도 눈이라도 감고 있자고 가만히 누워 있자니 그것 또한 고역이다. 눈꺼풀이 이내 들썩이며 가만히 감겨 있지 않으려 한다. 별 볼 것도 없는 작은 방 안에서 다시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물이,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그 존재를 잊고 지냈던 책이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이사를 다니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책을 사 모으는 일이다. 부피에 비해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종이뭉치들. 낱장은 잘도 날아가고 흐트러지면서도, 한 묶음의 뭉치는 웬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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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없는 서울, 노숙의 밤 - 충북 노숙여행의 서막국내여행/충청도 2010. 3. 8. 14:19
여러 독자님들, 내 말 좀 들어보소.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말이 좋아 공주지, 따지고 보면 노숙자 아니오. 나무 우거진 시골에서 잠을 자는 거나, 빌딩 우거진 도시에서 잠을 자는 거나, 나무 숲이냐, 빌딩 숲이냐 차이일 뿐, 어찌됐든 둘 다 숲은 숲이지 않소. 그래서 나도 지나가는 공주의 키스나 받고, 잠에서 깨어 인간 좀 되어 보려 했소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서울에는 공주가 없더이다. 참으로 안스럽고, 슬픈 일이지 않소. 혹자는 이렇게 말 할 것이오. 공주가 있다 해도 그 꼬라지 하고 있는데 키스 하겠냐고. 그건 이미 동화 속 이야기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오. 제아무리 공주고, 미녀고 해도, 숲 속에서 뒹굴뒹굴 잠만 자며 씻지도 않았는데 샤방샤방 빛 날 리가 있겠소. 검댕이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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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나부끼다 몸살났다네웹툰일기/2010 2010. 3. 4. 17:37
충청북도에서 주관한 1박 2일 팸투어를 갔다왔다. 팸투어는 Familiarization Tour의 약자. 한국어로 뭐라고 번역해야할 지 잘 모르겠는데, 특정한 사람들을 데리고 투어를 시켜주고 글이나 기사 등을 쓰게 하는 행위라는 의미 정도로 쓰이고 있다. 요즘은 주로 블로거들을 데리고 구경시켜주고 포스팅을 하게 해서 홍보효과를 바라는 팸투어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쨌든 팸투어에다가, 서울에서 또 밤샘 비슷하게 하면서 놀고 했더니, 돌아오자마자 몸 져 눕게 됐다는 즐거운(?) 소식. ;ㅁ;/ 몸살은 몸에 살이 든 것이니, 살풀이로 더 즐겁게 놀면 된다는 민간요법. ㅡㅅㅡ/ 드디어 꽃은 피고, 봄은 오고, 봄바람에 나부끼는 한 마리 외로운 들짐승이 되자꾸나~ 잇힝~♡ p.s. 여행기는 원래 빛바랜 사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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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 서을사람!웹툰일기/2010 2010. 2. 10. 13:37
서울에는 서울사람과 서을사람이 산다. 처음에는 '서을사람'을 '서울에서 오래 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으로 정의하려했다. 하지만 '오래'의 길이도 애매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다 그렇지도 않고 해서, 그냥 서을사람은 그 나름 특유의 삶의 양식을 가진 부류로 분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분류해보자면, 서울에는 서울사람과 서을사람과 지방사람이 산다. 경상도 출신 사람들이 이 서을사람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상도 출신 여자들이 서울말을 쓰려다가 소프라노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경상도 사투리 쓸 때와, 나름 서울말 쓸 때의 톤이 아주 다르다. (테너와 소프라노 차이다) 하지만 딱히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많은 지방출신 사람들이 서을사람 대열에 합류한다. 서울에서 생활하다보면 서울말을 어색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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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 Seoul웹툰일기/2010 2010. 2. 1. 21:52
서울생활을 반올림해서 근 10년 했다. 물론 중간에 다른 지방에서 일 하기도 했고, 여행도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서울은 돈벌이를 위해 올라간 곳이니 만큼, 돈벌이의 기반은 항상 서울에 있었다. 그래서 타 지방에서 일이 끝나면 결국 다시 돌아갔고. 이번에야말로 서울을 완전히 떠나는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언젠가부터 서울생활이 지겹고 우울하고 따분하게 느껴졌는데, 따지고보면 처음부터 서울생활이 그렇게 재미 없진 않았다. 세상이 바뀌어가면서 나 자신도 바뀐 탓이겠지. 서울을 떠나지 못 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였었다.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돈벌이를 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각종 문화생활(인디영화, 인디음악, 전시회, 미술관 등)이고, 셋째는 거지같이 살아도 별로 주목받지 않는다는 것. ㅡ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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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개발자로 살고는 싶지만웹툰일기/2009 2009. 11. 17. 22:46
몇 년 전에 서울에서 방을 구할 때 일이었다. 딱히 원하는 동네는 없었고 그저 싸기만 하면 들어갈 요량이었기 때문에, 거의 서울 전지역을 걸쳐서 싸다 싶으면 다 연락해서 가 봤다. 그러다가 하루는 한양대 근처 동네에서 어떤 집을 보게 됐다. 집 주인 아줌마가 이 정도면 강남하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막 자랑을 늘어놓았다. 비바람만 대충 막는 반지하 방이 대체 어떤 의미에서 강남하고 비슷하다는 건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됐지만, 가격 면에서는 강남과 똑같았다. 그래서 가격이 맞질 않아 그냥 나오게 됐는데, 뒤에서 아줌마가 이런 소릴 했다. "요즘 같은 때에 무조건 싼 방 구하려면 도둑놈 심보지!" 그래서 난 뒤돌아 나오며 한 마디 해 줬다. "강남도 아니면서 강남하고 똑같이 받으려는 것도 도둑놈 심보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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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천안, 대전 싸게가기국내여행/충청도 2009. 4. 19. 14:17
그냥 사진 정리 겸 사소한 기록. 왕십리(한양대 근처) 구경. 이 근처엔 별로 볼 게 없기 때문에 그냥 불난집 구경. ㅡㅅㅡ;;; 한양대 앞 삼거리. 한양대 모습. 요즘은 교문도 다 없애고 시원한 모습으로 바뀌었음. (못 없애고 있던 건물들도 다 없애버렸고) 자 이제 전철타고 지겨운 여행. ;ㅁ; 서울에서 천안까지 전철로 가다보면 하품이 절로 나온다. 자는 것도 한계가 있고, 엉덩이도 쑤셔 오고. 그래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서울에서 대전까지 직행 고속버스를 타면, 일반고속은 8,700원, 우등고속은 12,700원. 무궁화호 기차를 타면 10,500원 (평일의 경우). 여기다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역까지 전철 타고 가야 하니까 1,000원 추가요~ 그래서 서울에서 대전까지 직행으로 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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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큰 차이웹툰일기/2008 2008. 7. 9. 21:34
서울이 마음에 안 드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 툭툭 부딪힌다는 것. 정말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어떤 때는 사람 툭툭 치고 지나가는 걸 즐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불쾌지수 높은 날에 툭 치고 지나가면 살인의 충동까지 느껴지는데... 다른 지방을 가면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유독 서울만 그게 심한 것 같다. 서울을 상당히 불쾌한 곳으로 느끼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 여기 대전은 두 달 남짓 있으면서 길 가다가 사람하고 부딪힌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점은 정말 좋은 점이다. 게다가 대전의 번화가 중 하나인 타임월드(? 맞나? ㅡㅅㅡa)에 가봐도, 주말 저녁인데도 그냥 적당히 붐비는 정도. 주말 저녁의 강남과 비교하면 참 조용하고, 한적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