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서울사람과 서을사람이 산다.

처음에는 '서을사람'을 '서울에서 오래 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으로 정의하려했다.
하지만 '오래'의 길이도 애매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다 그렇지도 않고 해서,
그냥 서을사람은 그 나름 특유의 삶의 양식을 가진 부류로 분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분류해보자면, 서울에는 서울사람과 서을사람과 지방사람이 산다.



경상도 출신 사람들이 이 서을사람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상도 출신 여자들이 서울말을 쓰려다가 소프라노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경상도 사투리 쓸 때와, 나름 서울말 쓸 때의 톤이 아주 다르다. (테너와 소프라노 차이다)
 
하지만 딱히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많은 지방출신 사람들이 서을사람 대열에 합류한다.
서울에서 생활하다보면 서울말을 어색하게 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는데,
그들 중 의외로 많은 서을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서울말을 잘 쓰는 줄 알고 있다.

예를 들자면, 경상도 사람들의 경우 '-의' 발음과 'ㅎ 받침 발음'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를 -에 넣어라'라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를 -에 여라'라고 말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거 읽고나면 뜨끔해서 연습하는 사람들 있겠지만, 이것 말고도 굉장히 많다.)

다른 지방 출신 같은 경우도 말 끝에 '잉'을 붙인다든가,
그 지방 특유의 단어들을 사용하는 등으로 해서 서을사람임을 알아챌 수 있다.
(어지러워서 아플 때, 자기도 모르게 '아지라' 같은 혼잣말을 한다든가 기타등등.)



아,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이런 현상이 재미있다고 해서 주위의 서을사람에게
"너도 니가 서울말 쓰는 줄 알고 있냐?"
라고 말 하지 말길 바란다.

나 예전에 그런 말 했다가 절교당했다. ;ㅁ;
(특히 여자들은 꽤 큰 상처 받는가보더라.)


이상, 서울생활 거의 십 년 하면서 연구한 결과발표였슴다~ ㅡㅅㅡ/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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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밝 2010.02.10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서울 출장 갈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처음 갈때 사투리 안쓸려고 제딴에는 무지 노력했죠...

    택시 타고가다 한방에 저를 보내더군요,
    기사왈 부산서 왔어요.?
    젠장 부산에서 왔다는 이야기 하지도 않았는데 어캐...ㅠㅠ

    (가끔씩 님 블로그 구경 온답니다. 넘 재미있어요.^^*)

  2. snowall 2010.02.10 14: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을 사람이 가장 많지요. -_-;

  3. mindfree 2010.02.10 15: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송인 이경규씨 방송경력이 20년이 넘었고, 그 양반도 그동안 표준말을 사용하려고 많이 노력했을 겁니다. (강호동씨 같은 분은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경상도 억양이 남아있죠. (가끔 단어도)

    말을 처음 배울 때 익힌 말투는 정말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바뀌나 봅니다.

  4. lucy 2010.02.10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에는 서울사람도 있고 서을사람도 있고 대한민국사람도 살지요 ^^;

  5. 서울사람 2010.02.10 1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각 지역말을 편하게 쓰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투리 쓰는 거 창피하게 만드는 사회는 싫어요.

  6. 산다는건 2010.02.10 2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번은 부산사는 저도 공감하는....그래서 극장도 좋은 시설있는 서면보다는 (30분) 가까운 남포동으로...(15분)...쿨럭.;;

  7. 클래식도넛 2010.02.11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찰력이 좋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캐릭터들 다 넘 귀여워요^^
    특히나 빈꿈님 캐릭터 손 머리뒤로 긁적긁적하는거 완전 귀여움.

    저도 경상도인데 같이 올라온 친구랑 한달정도 일부러
    서울말 쓰다가 닭살 돋아서...고마하자~ 그래놓고
    오히려 신경 안 썼더니 서울친구들이랑 말 많이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바뀌더군요.
    친구들이 제 사투리를 신기해하며
    술자리에서 해보라고 할 때 가장 곤란했어용...
    곤란했지만 저 스스로 은근 즐겼을지도...
    너희들은 이런거 못하지? 뭐 일케요. 전형적인 AB형..ㅋ
    콧소리 내가면서 "오빠야~~" 한번 쏴주면..쓰러지던 선배들도..ㅋ
    암튼 서을말투가 계속 나오는데 그것도 은근 재밌어 하더라는;;
    그러다 나중엔 식상했는지 별 신경도 안 쓰더라구요.

    넘 스트레스 받지말고..그냥 개성으로 생각하는 것도 한 방법일듯.

    근데 3번에 완전 공감...-_-++ ㅋㅋ

    • 빈꿈 2010.02.11 1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상도 여자의 '오빠야~'는 웬만한 남자들이 다 넘어가지요 ^^;
      적절하게 잘 사용하면 꽤 유용할걸요~ ^^

      사투리 써도 사실 처음 들을 때만 신기해하지,
      익숙해지면... 서울사람들이 따라해요 ㅋ

  8. 공갈빵 2010.02.11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빈꿈님은 서을사람? 전롸도사람인가? 그냥지구인?ㅎㅎ

  9. 2010.02.12 0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친인척이 모두 서울살아서 거의 서울이외 지역을 가본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20세가 되도록 말이죠.

    어느날 진지하게 물어보더군요.

    "이번에 자전거 여행가려하는데 지방도로는 자갈길이 많다고 하니 MTB타고 가야해?"

    ....ㅡ.ㅡ

    수도권 이외지역은 무슨 80년대인 줄 아나...

  10. rince 2010.02.12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인사동 캐릭터 완전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저도 부산출신분에게 시골이라고 했다가 엄청 갈굼 당했다는 ^^;;;;;;

  11. 미첼 2010.02.14 2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저도 부산 사람인데...
    처음 서울 올라가서 대학 다니다가
    부산 내려오니까 부모님이 갈굽니다
    서울말이 오히려 어색하다고...ㅋ
    그래서 서울말 안 씁니다^^

  12. 서울생활8년 2013.01.16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투리라고 하죠 ㅋ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사는 사람들한테는 말투가 상당히 신경쓰이는 부분이죠. 사람이라는게 주변사람들이 쓰는 말투를 따라가게 되는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서 그 중간과정에 서울말도 아니고 방언도 아닌말을 하는 시기를 겪는데 사람따라 적잖은 스트레스도 됩니다. 이런 과정을 겪어보면 언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체감할수 있죠 ㅋㅋ 이도저도 아닌 말투를 쓰는 상태는 정체성에 혼란을 줄 정도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서울말씨를 익혀서 빨리 바꾸든가 반대로 자기지방 말씨를 지켜나가든가 하게 되더군요
    저같은 경우는 서울여자친구 사귀니까 금방 익혀지던.. ㅋㅋㅋ
    지금은 가족친구들한테는 사투리로, 그 외는 서울말쓰는데
    서울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서울출신인줄 알고 있고 지방에서 왔다고 하면 놀람 ㅋㅋ
    저도 경상도출신인데 경상도사람이라도 서울말 잘쓰는 사람은 잘쓰고 안되는 사람은 아무리 오래있어도 안됨 ㅋ
    일단 서울말쓰려면 익히려는 의지가 있어야됨

    아 근데 하고싶은말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서울말 쓰고 살아야되나 그냥 사투리쓰며 살아야되나 이것보다 중요한거는
    "말할 때 자신감있게 하면 아무렇게나 해도 됨."
    보통 표투리 쓰는 시기에 사람들은 말투에만 신경쓰다보니 말에 자신감이 없음. 나도 그랬고.. 서울말이든 사투리든 표투리든 자신감있게 말하는게 제일 중요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