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
맑은 산 아래 천년고찰 - 대구 팔공산 동화사국내여행/경상도 2010. 5. 11. 04:28
동화사는 팔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대구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이다. 서기 493년에 세워졌고 그 후 832년에 다시 세워졌는데, 그 때 오동나무 꽃이 만발해서 이름을 동화사로 고쳐 지었다 한다. 오래된 곳인 만큼, 신라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마애불좌상, 석조비로자자불 좌상, 비로암 삼층석탑, 금당암 삼층석탑, 동화사 당간지주 등, 보물 등으로 지정돼 있는 수많은 유물들이 있는 곳이다. 마침 석가탄신일이 코 앞이라 사찰 내에는 등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이런 등은 밤이면 참 예쁜데... 대웅전 올라가는 입구에 놓여져 있는 동그란 돌덩어리 세 개. 봉황의 알이란다. 저걸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대한민국에 소원 이루게 해 주는 장치들은 참 많고도 많은데, 왜 내..
-
할매는 왜 놋그릇을 버리셨나요 - 대구 방짜유기박물관국내여행/경상도 2010. 5. 11. 01:47
대구 팔공산 한 자락에 위치한 '방짜유기박물관'은 전국에 단 하나뿐인 방짜유기 테마 전문 박물관이다. 2007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인 방짜유기와 그 제작기술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기' 정도를 전시하니까 규모도 작을 거다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큰 규모였고, 건물 외에도 야외공연장 등의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들은 중요무형문화제로 지정된 유기장 이봉주 옹께서 평생 직접 제작하고 수집한 것들을 기증받은 것이다. 그분은 아직도 문경의 공방에서 유기를 만들고 계신다. 방짜유기는 쉽게 말해서 두드려 만든 그릇이다. 물론 그릇 말고도 악기, 제기 등의 다양한 물품들을 만들기도 한다. 박물관 입구 바로 옆에 있..
-
강원도 화천 시내구경 2/2국내여행/강원도 2010. 5. 5. 06:11
* 토고미 마을의 농촌체험 토고미 마을은 옛부터 부자동네로 소문난 곳이었다 한다. 다른 마을은 품삯으로 보리나 잡곡을 줬을 때도, 토고미 마을은 쌀을 줬다 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토고미(土雇米: 품을 팔아 쌀을 받는다는 뜻)다. 그런 토고미 마을도 이촌향도 현상으로 한 때 텅 비었으나, 최근 독특한 마을 자체조합 시스템과, 토고미 자체 브랜드 홍보 등으로 농촌의 새로운 살 길을 열심히 닦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것은 앞에 포스팅 한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농촌의 미래를 꿈꾼다 - 강원도 화천 토고미 마을 토고미마을에서는 도시 사람들을 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계절따라, 요구사항따라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데, 우리는 그 중 직접 만들어 먹는 인절미 체험을 했다...
-
강원도 화천 시내구경 1/2국내여행/강원도 2010. 5. 5. 03:43
* 민들레김치 이걸 민들레 김치라고 불러야 할지, 민들레 무침이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생전 이런 음식은 들어본 적도 없었던 터라,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어릴적에 합천 산골짝에 살아서, 동년배들에 비해 시골스러운(?) 것들을 좀 아는 편이다. 직접 소 꼴 먹이러 다니기도 했고, 쑥 캐서 떡도 해 먹고, 밥도 찌고, 모기불도 피웠었다. 나락(벼) 줄기를 다듬어 소 먹이도 만들었고, 도리깨질도 했었다. 배 아프면 할매가 막걸리 먹여줬었고, 플라타너스 우거진 개울가에서 이도 혼자 뽑고, 커다란 연잎을 비 올 때 우산처럼 쓰고 다니기도 했고 그랬었다. 그런데 민들레 김치라니. 이런 건 정말 듣기가 처음이다. 봄에 진달래 꽃잎을 따 먹기도 했고, 나팔꽃 꼭따리를 쪽쪽 빨고 다니긴 했어도..
-
평화의댐에 침을 뱉다사진일기 2010. 5. 2. 20:52
* 그날 아침 엄마는 갑자기 쓰러져 자리에 누웠다.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악성 빈혈로 수시로 그랬으니까. 마치 처음부터 항상 그렇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숨 쉬는 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꼬박꼬박 학교를 가는 일 뿐이었다. 좁은 단칸방에 네 식구가 살고 있었다. 엄마는 항상 돈이 없다며 무엇이든 아끼려 했고, 일찌감치 그걸 보고 자란 나도 크레파스 하나라도 아끼려 애 썼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도 이왕이면 구름 많은 하늘을 그렸고, 농촌 풍경을 그려도 언제나 흰 연기를 많이 그려 넣었다. 흰색은 굳이 칠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그 전날도 밤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끝내 말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
-
시린마음 둘 곳 없어라, 화천 파로호와 평화의댐국내여행/강원도 2010. 5. 1. 20:18
화천은 푸르다. 푸르다 못해 시리다. 황량하다 싶을 정도로 굽이굽이 펼쳐진 한낮의 강이 그렇고, 수많은 눈물들이 고여 이루어진 웅덩이같은 호수가 그러하며, 그 위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말없는 상처를 감싸 안은 산들이 그렇다. 하물며 하늘 위로 흘러가는 한 점 구름마저 푸른색이 감도니, 이곳은 노란 봄이 찾아와도 언제까지나 파아란 색을 간직하고 있는 시리고 시린 북단의 등허리다. 파로호의 아침공기는 풋사과처럼 새콤했다. 달력 상으로는 완전히 봄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었지만, 이곳은 그 어느 계절에도 속하지 않는 곳인 양 시간을 살짝 비켜 있었다. 강원도 간동면 구만리. 파로호는 1944년에 북한강 협곡을 막아 축조한 화천댐으로 생긴 인공호수다. 이곳에는 화천수력발전소가 있는데, 6·25전쟁 때 이 발전소..
-
화천의 숨결을 느끼는, 강원도 화천 산소길국내여행/강원도 2010. 4. 30. 18:38
강원도 화천하면 군부대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나마도 요즘은 산천어 축제가 큰 호응을 얻어서, 그런 축제가 있나보다 할 뿐이었다. 군부대와 물고기 축제 말고는 전혀 아는 것 없는 그 곳. 게다가 강원도라는 지명만으로 쉬이 산만 겹겹이 있을 거라는 쉬운 선입관. 내 머릿속에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화천을 찾아갔다. 화천을 들어서자마자 간 곳은 '산소길'이라는 곳이었다. 처음에 산소길이라 하길래, '국군 공동묘지를 찾아가는건가'했다. 떠오르는 건 그런 것 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가 본 '산소길'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강따라 산따라 신선한 자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길이라해서 산소길이라 한다. 산소길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산천어 축제를 한계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발길..
-
농촌의 미래를 꿈꾼다 - 강원도 화천 토고미 마을국내여행/강원도 2010. 4. 30. 02:44
경기도 화천 토고미마을에 이정춘 이장님을 인터뷰하러 갔다왔어요. 토고미마을은 '토고미 쌀'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유기농 쌀을 재배하고, 그걸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데도 성공한 캐이스로 유명한 곳이지요. 서울 사람들이 농촌체험을 위해 많이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고, 다른 농촌 사람들이 노하우를 배우러 가는 곳이기도 하구요. 원래 유기농 쌀 인증을 받으려면 먼저 무농약 과정을 거쳐야 해요. 전환기 유기 농산물 과정을 통해 전환기간 3년을 거쳐야 하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유기농 '토고미 쌀'. 토고미마을은 이것을 농협같은 곳에 판매를 한 것이 아니라, 마을조합에서 수매해서 직거래 형태로 소량판매 방법을 선택했어요. 아마 이 부분이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성공비결 아닐까 싶어요. 토고미마을은 지금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