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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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블루스 -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 2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3. 20:24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이라는 뜻으로, 비랑은 비탈의 사투리다. 즉, 동피랑은 그저 '동쪽에 있는 비탈'이라는 단순한 의미의 산동네일 뿐이다. 이 지역은 옛부터 강구항에 일하러 온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던 가난한 동네였다. 삼십 년 전만 해도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한다. 뜨내기들도 많았기에 동네 분위기도 험악했고, 돈 벌어 떠나기만을 바라는 동네였다 한다. 그런 동네인만큼 세월이 지나면서 재개발 계획이 수차례 나왔는데,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마을 부지와 집들을 시에서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통영의 시민단체인 '푸른통영21'과, 그와 뜻을 같이한 통영시와 통영교육청, 그리고 대학, 다른 시민단체 등이 모였다. 그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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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 충북 팸투어 여행기국내여행/충청도 2010. 3. 9. 00:48
2009. 02. 27 # AM 00 아침 7시 까지 서울 삼성동의 집결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하지만 평소에 늦게 자는 버릇이, 소풍을 앞두고 있다고 별안간 고쳐질 리 없다. 그래도 눈이라도 감고 있자고 가만히 누워 있자니 그것 또한 고역이다. 눈꺼풀이 이내 들썩이며 가만히 감겨 있지 않으려 한다. 별 볼 것도 없는 작은 방 안에서 다시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물이,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그 존재를 잊고 지냈던 책이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이사를 다니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책을 사 모으는 일이다. 부피에 비해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종이뭉치들. 낱장은 잘도 날아가고 흐트러지면서도, 한 묶음의 뭉치는 웬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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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 따위로 살 텐가웹툰일기/2009 2009. 9. 24. 15:10
많은 사람들이 많은 사연들을 가지고 애달픈 표정으로 거위의 꿈을 부르곤 하지.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런데 그 꿈이라는 거, 가지고 있기만 해서 좋은 건 아니거든. 경우에 따라서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수도 있고. 그래도 어쨌든 난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다며, 늘 꿈꾸고 있다며 또 노래하지. 어쩌다 자기가 꾸었던 꿈을 누군가가 이룬 모습을 보게 될 때도 있어. 그러면 그 사람이 가진, 자기보다 잘난 점을 찾으려 애 쓰지. 그래, 저 사람은 나보다 저런걸 더 가졌으니까 가능했던 거야. 나는 그런게 없었으니 불가능했던 거지. 라며 애써 위안 삼으려 하지만, 알고 있잖아 다 어설픈 변명이라는 거.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 나도 다시 꿈을 꿔야겠다며, 나도 언젠가는 꿈을 이루겠다며. 그렇게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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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3부작웹툰일기/2009 2009. 3. 9. 04:36
요즘 별로 할 일도 없는데 회사에서 토요일도 출근하라고 한다며 울상인 사체소녀. 사체소녀 뿐만 아니라,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크게 할 일도 없는데 야근 하는 분위기, 휴일에 나가는 분위기. 나가서는 멀뚱멀뚱 웹서핑이나 하고 앉아 있다고. 어쩌면 사원 개인의 능력계발 시간을 빼앗아서, 다른 곳으로 못 옮기도록 하려는 계략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 이거 대체 뭐 하자는 플레이? 그래 놓고는 나중에 능력 없다고 자를려고? 그래도 일 년 열 두달 맨날 하는 게 아니라는 데 위안을 삼기 바람. ㅡㅅㅡ; IT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 한 조금 큰 포털회사에 다니는 스미스 군. 업무 강도가 약한 건가, 어찌 개발자로 몸 담으며 연애질 할 시간이 있단 말인가!!! ;ㅁ; 확인되지 않은 근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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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잡다구리 2009. 2. 22. 18:20
한동안 대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은둔생활을 영위하고 있을 때였다. 휴일날, 특별한 일 없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공원에 나갔다.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강을 사이에 두고 다리 하나를 건너면 갈 수 있는 그 공원에는, 한밭수목원이 있었고, 대전시립미술관이 있었다. 그 공원 이름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딱히 별 볼 것 없는 빈 공터에 항상 사람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환한 빛 한쪽 구석 그림자 속에서 나는 그들의 모습들을 지켜보며 해바라기를 하는 시간을 나는 즐겼다. 그 공원은 가족이나 연인들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수많은 꼬마들이 각종 탈 것 들을 가지고 놀았는데, 그 종류도 전동 자동차를 비롯해서,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 킥보드 등 아주 다양했다. 모두 주말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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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Dolby사진일기 2009. 1. 14. 02:47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수많은 생각들을 하고, 수많은 일들을 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삶은 너무나 많은 것들이 뒤섞여 이것저것 뒤범벅이 되어 있어 오히려 무의미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일상, 일상이다. 지친 하루의 한 복판에서 도무지 무기력함에 몸을 가눌 수 조차 없을 때, 의외로 미술관은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는 곳이 될 때도 있다. 무슨 유명한 작품들이나, 대단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라도 좋다. 익숙한 예쁜 그림이 아니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괴물같은 작품들만 줄줄이 놓여 내 머릿속을 온통 뒤죽박죽으로 뒤집어 놓아도 좋다. 이 세상을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색다른 시각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일상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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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동네구경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9 1/3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30. 19:15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9 1/2 루앙프라방 동네구경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숙소를 바꿨다. 그냥 있으면 토니 게스트하우스의 돈 독 오른 청년이 또 환전하라는 둥 귀찮게 할까봐 일어나자마자 튀어나갔다. 숙소는 어젯밤에 동네구경하면서 봐 둔 곳으로 옮겼는데, 칸 강(Nam Khan) 근처에 있는 깨끗한 숙소였다. 이름이 Mao Pha Shok 게스트하우스였는데, 간판같은 게 없어서 처음엔 숙박업소가 맞는지 긴가민가해서 우물쭈물했었다. 가격은 70,000 낍으로, 전날 묵었던 숙소보다는 비쌌지만, 주인이 정직해보여서 옮기기로 결정했던 것. 여행하다보면 대체로 숙소 시설과 주인의 친절도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깨끗하고 좋은 시설은 주인이 불친절 한 경우가 많고, 반대로 주인이 친절한 경우엔 시설이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