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을 자책하다가 수업 시간에 교사를 폭행하게 되는 주인공 케일. 결국 법원은 그에게 90일간의 가택 연금을 결정하고, 발목에 전자 감시장치가 부착된다.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집 앞 마당까지 정도. 엄마(캐리 앤 모스; 매트릭스의 여 주인공이었다)가 비디오 게임과 케이블 TV마저 못 보게 만들자 딱히 할 일이 없어 뒹굴거리던 케일.
필요는 발명을 만들고, 지루함은 혼자놀기를 만들었다. 고성능 망원경으로 이웃들을 훔쳐보기 시작한 케일. 주 관심사는 옆집에 이사온 예쁜 소녀 애슐리였지만, 어느날 우연히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케일은 여러 정황들을 짚어본 결과, 그가 한창 뉴스에서 떠들고 있는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신하는데,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 주지는 않는 상황.
이 정도 가택연금이라면 참 할 만 하다 싶다. 공식적으로 나 가택연금 중이야라고 선언하고 히끼꼬모리 되기 딱 좋은 상황. 그냥 조용히 온라인 게임이나 하고 있었으면 90일 동안 상당한 레벨을 올리며 고수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훔쳐보기. 옆집 소녀를 보게 되는 계기도 되지만, 살인마를 보게 되는 계기도 되는 훔쳐보기.
한창 살인사건이 화두가 되어 열을 올리는 중에도 주인공 케일의 주 관심사는 옆집 소녀이다. 옆집 살인마보다는 옆집 소녀가 더 보기도 좋고, 관심도 가고, 눈에도 띈다. 주인공의 관심이 그쪽에 치중되다보니, 이 영화 또한 살인마를 대상으로 한 스릴러라기 보다는 옆집 소녀 훔쳐보기를 소재로 한 청춘 로맨스에 가까운 실정. 영화 장르를 스릴러라고 해 놓았던데, 스릴러와 함께 청춘 로맨스를 함께 기재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쁜 옆집 소녀와 범죄 현장 목격이라는 두 가지 훔쳐보기의 묘미(?)를 적절히 배합시켜 버무려 놓은 영화. 범죄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다소 지루하고 긴장감 없이 축 늘어진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청춘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살인마 잡기라는 사건을 통해 옆집 소녀와 해피 투게더 하게 된다는, 다소 엉뚱하지만 로맨스로 대충 받아줄 수는 있는 영화가 된다. 두 가지 요소를 합친 것이 잘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예고편에서 보여 줬던 긴박하고도 절박한 범죄자와의 싸움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스릴러라고 보기엔 좀 부족하다.
영화의 홍보문구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살인자는 누군가의 이웃이다'라는 말이 조금 섬뜩하긴 하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웃으며 인사 나누고 아는 체 하며 지나치는 그 이웃사람이 살인마일 수도 있다. 긍정적인 의미로 '믿고 사는 사회' 조장이다. 내 이웃이 살인마일 수도 있다고 믿고 사는 세상. 어쩔 수 없지,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까. 어쨌든 결론은, 고성능 망원경은 위기와 기회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당장 용산 가서 하나 장만해야지. 근데 벽에 가려져서 뭐가 보여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