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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길: 부산항 여객터미널 - 임랑 해수욕장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6. 9. 17:27
제주도 일주를 마치고, 배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 도착한 곳은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는 국제여객터미널과는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큰길로 나가면 바로 남포동이 나오지만, 거지꼴로 자전거 끌고 갈만 한 곳은 아니므로 바로 동해안 쪽으로 향했다.
광안대교와 함께 야경명소로 꼽히는 부산항대교. 영도에서 감만동 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 다리를 지나면 수영구 쪽으로 진행하기 편한데, 안타깝게도 자전거는 저 다리를 건널 수 없다.
하선. 침대칸을 이용해서 약간 나았지만 그래도 배멀미로 어질어질했다. 어지러워서 내릴 때까지 계속 누워있다가 세수도 안 하고 내렸다. 어차피 이른 아침이니까 내려서 화장실에서 대충 씻었다. 어지러운 컨디션으로 먼 길을 가자니 좀 막막했지만, 그래도 가다보면 또 어찌어찌 가게 되더라.
아침부터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부산과 울산은 되도록 빨리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거의 휴식 없이 달렸다. 관광을 하겠다면 남포동 쯤에서 숙소를 잡고 놀아도 되겠지만, 난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나마 출근 시간대에는 변두리 쪽을 주행하게 돼서 크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부산, 울산 쪽에도 간간이 이렇게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푯말을 볼 수 있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로 만들려고 한 흔적도 찾아볼 수 있고. 하지만 포항까지는 자전거길이 제대로 쭉 이어져 있지 않다. 길이 중간중간 끊기기 때문에, 그냥 바닷가 근처 차도로 알아서 대강 달리면 된다.
부산쪽은 자전거가 어떻게든 차도로 못 나가게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인도에 자전거길을 만들면 더 위험하다. 어차피 대단한 분들은 차 타고 다니니까 그런 것 모르겠지.
부경대, 경성대 쯤에는 잘 만들어진 자전거길도 있더라. 나름 도심 치고는 잘 만들어놨는데, 그리 길지 않은게 단점이다. 곧 차도로 흘러들어서 자동차와 함께 뒹굴어야 한다. 이후 해운대까지는 복잡한 차도로 달리느라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멋진 해운대 모습. 해운대는 갈 때마다 다이나믹하다. 어떤 때는 백사장이 거의 없다가, 어떤 때는 또 넓어지고, 모래 색깔도 하얀 색이었다가 어떤 때는 어두운 색이었다가. 맨날 모래 사서 퍼 넣으니까 거의 매년 새로워지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자연에 순응하고 좀 다른 쪽으로 아이디어를 내 보는 것도 좋을 듯 한데. 백사장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워터파크를 만들지. 그러면 주위 부자들이 싫어하려나.
이쯤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오늘 안에 어떻게든 울산까지 벗어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숙박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쪽 동네 백사장은 야영이 금지된 곳이 많고, 여러모로 안전하지 않은 곳도 많아서, 가난뱅이 여행자들에겐 죽음의 지역이다. 모르면 그냥 대강 자리를 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는 입장에선 그게 어렵다.
그리고 이쪽 라인은 숙박비도 비싸다. 여행을 하다보면 대도시 외에는 아직도 3만 원짜리 모텔이 많은 걸 알 수 있는데, 부산, 울산 지역은 대도시 두 개가 딱 붙어있으니 그렇게 싼 곳을 찾기가 어렵다. 내륙 쪽으로 가면 조금 있을지도 모르지만, 바닷가 쪽은 쉽지 않다. 그래도 일단 해운대까지만 가면, 울산까지는 비교적 한적한 길을 달릴 수 있으니 그걸로 한 시름 놓는다.
이제 송정 해수욕장. 해운대 신시가지는 딱히 볼 것 없는 시가지이고, 길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금방 지나갈 수 있었다. 송정쪽으로 넘어가려면 송정터널을 지나야 한다는게 좀 걸리지만, 딱히 방법도 없고, 가보면 또 대충 할 만 하다.
와우산 쪽으로 돌아서 가는 길도 있긴 있지만, 그쪽 길은 너무 좁아서 갓길이 없다시피 해서 더 위험하다. 송정터널은 그나마 넓기라도 하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하면 할 만 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버스가 옆을 스쳐가는 짜릿한 즐거움을 누려볼 수도 있고.
어쨌든 송정터널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내리막길로 신나게 내려가면 바로 송정해수욕장이 나온다. 성수기가 아니면 낮 시간엔 조용한 곳이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기 좋다.
송정이면 이제 동해라고 볼 수 있다. 남해와 동해의 경계를 오륙도 앞이라 보는 곳도 있고, 해운대 달맞이고개라고 보는 곳도 있으며, 기장부터가 동해라고 보는 곳도 있다.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송정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기장군이기 때문에, 이쯤이면 대략 동해안으로 친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본격적인 동해안 여행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겠다. 송정은 그냥 해수욕장이기 때문에 사진은 생략한다.
송정에서 기장으로 넘어가면 뭔가, 텅 빈 트낌이랄까, 그런 공간들이 나온다. 나무와 풀이 있고, 드문드문 시설물들이 있어서 황량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별 의미가 없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그런 텅 빈 듯한 공간.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
그나마 이쪽 동네는 차도도 인도도 넓고, 차량도 사람도 거의 없어서 좋다.
아웃렛 근처에 공원이 있고, 자전거길을 만들어놨는데 못 가게 막아놨다. 길 만들고 말리려고 이렇게 해 놓은 것 같은데, 여기만 그런게 아니라 이 동네 다니다보면 이런 비슷한 것이 많이 보인다. 그러니까 인터넷 지도의 자전거길 표시는 무시하고, 최대한 빠르고 편한 차도로 진행하는게 좋다.
어제 배 타기 전에 제주도 여객터미널에서 산 물. 1리터짜리 물이 천 원인가 천오백 원인가 했다. 와 진짜 너무하다.
기장쪽도 자전거길이 약간 있지만, 차도를 달려야 할 때가 더 많았다. 그나마 부산 시내보다는 덜 복잡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편. 기장군청을 지나서 길따라 쭉 가니 일광해수욕장이 나왔다.
제주도에서 산 삼다수가 아직 남아있었다. 배에서 마시는 물이 떨어질까봐 물을 좀 많이 샀다. 여기까지 이고지고 오는데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언덕길도 많았는데.
일광 해수욕장은 기장역에서도 가깝고, 기장 시내라고 할 수 있는 거주지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성수기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물론 비수기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했고. 하지만 여기는 그리 정겨운 분위기는 아니다. 맨날 가던 곳이 지겨워지면 한 번 가보는 해변이랄까. 해변에서 공장뷰를 즐기려면 한 번 가보든지.
물 색깔을 보면 동해라는게 실감이 난다.
부산, 울산 쪽에는 자전거길이 있어도 이렇게 중간중간 끊기는 경우가 많다. 이걸 쭉 연결하려면 돈을 꽤 들여서 길을 새로 만들어야 할 텐데, 이쪽은 여름철 성수기 아니면 차량 통행도 그리 많지 않은 곳이라, 많은 돈 들여서 뭔가를 하기도 좀 어려울 테다. 그냥 그런거지 뭐.
어쩌다 좋은 자전거길을 만났는데
이렇게 돼 있다. 나무를 살린건 좋은데, 이왕 만들거 조금만 더 넓게 만들었으면 짐 실은 자전거를 타고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었을 텐데. 특히 이쪽 동네가 뭔가,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지만 순순히 만들어주진 않겠다라는 분위기더라.
이런 자전거길은 좀 무섭다. 트럭 같은게 갓길에 바짝 붙어서 지나가면 옆의 벽 때문에 어디 갈 데가 없다.
어쨌든 고개 몇 개를 넘으니 임랑해수욕장. 일광과 임랑이 비슷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임랑이 번화가에서 좀 떨어진 편이라 조금은 더 조용하다. 특히 이 동네는 원자력 파워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유명하다고 사람들이 막 달려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임랑 가는 마지막 고갯길. 별건 없는데, 갓길에 모래를 조심하자는 의미다. 특히 내리막길에 모래가 있으면 미끄러지기 딱 좋다. 이럴 때는 차라리 차도 쪽으로 달리는게 낫다. 모래가 있으면 작은 유리조각이나 자동차 파편 같은 것도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펑크 위험도 있다.
가는길에 있으니까 바닷가 길을 달리며 구경을 해봤다. 딱히 덧붙일 말은 없다. 할 말은 많지만 안 하도록 하겠다. 원자력.
지나가는 길에 바닷가 길을 달려봤고, 사진 몇 장 찍고는 바로 동네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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