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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6. 10. 14:38
임랑을 살짝 스치고 북쪽인 서생으로 넘어가면 이내 울산이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던데, 기장도 부산시다. 그래서 부산과 울산은 경계선이 맞닿아 있다. 이렇다보니 이쪽 동네는 분위기는 시골인데 가격은 도시다.
대체로 도시 외곽으로 가면 가격이 낮아지지만, 이 동네는 대도시 두 개의 경계선이라 그런지 그런 일반적인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부산, 울산을 빨리 벗어나기로 작정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임랑 해수욕장을 벗어나자마자 오르막길이 시작됐는데, 신기하게도 보행로 겸 자전거길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왕복 2차선 길에 갓길도 좁은 편인데다가, 마을은 좀 멀리 떨어져 있는데 보행로 표지판이 있는게 좀 신기했다.
완만하지만 길이가 긴 오르막길을 오르니, 봉태산 옆자락 언덕길 꼭대기에 울산시 경계 표지판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신고리 원전 쪽으로는 울산시다.
신고리 원전 앞쪽은 좀 스산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여기를 지나갔다는 증표로 대충 사진 한 장 찍고 넘어간다.
서생농협 앞에 하나로마트가 있더라. 하나로마트는 보이는 족족 쇼핑을 해줘야 한다. 하다못해 물이라도 한 통 사는게 좋다. 편의점보다 훨씬 싸니까. 시골지역을 여행할 때는 하나로마트가 오아시스다.
서생 번화가라 할 수 있는 곳을 지나서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나사 해수욕장이 나온다. 여기는 내가 경남에서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다. 오프라인에서 설명할 때는 미항공우주국 나사와 연관이 있는 것 처럼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글로 쓰면 재미가 없다. 그래도 영어 표기는 진짜로 'Nasa Beach'다.
나사 해변은 섬머타임(Summer time)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곳인데, 이곳을 떠올리기 위해서 그 노래를 찾아 들을 때도 있다. 노래와 장소에 얽힌 사연은 딱히 없지만,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어 있더라. 살다보면 그런거지.
비슷한 제목의 노래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 말 하는 섬머타임은 거슈윈 오페라 곡이다. 그리고 많은 뮤지션들이 나름대로 해석했지만, 아무래도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 버전이 최고라 생각한다. 나른하면서도 어딘가 우울한 그 느낌. 이곳 바다와 꼭 닮았다.
옛날에는 여기도 백사장 폭이 꽤 넓었는데, 20세기말에 해안로와 방파제 공사를 한 이후로 백사장이 많이 없어져버렸다. 지금은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수준이라, 어쩌면 조만간 해수욕장 기능을 잃고 그냥 해변이 될 지도 모르겠다.
등대로 가는 길도 예쁘고, 방파제 사이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것도 예쁘지만, 내가 여기를 좋아하는 건 이런 이유가 아니다.
백사장은 대강 구경하고 바로 북쪽 언덕길을 오른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푯말이 붙어 있지만, 전에도 말 했듯이, 포항 전까지는 길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는 말자.
나사 해변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여기서부터다. 이 카페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특히 비 올 때. 물론 나는 카페 같은데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는게 더 좋더라.
이쪽 동네의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위기를 잘 잡아보면 살짝 이국적인 느낌도 난다.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완전히 다른 어떤 곳으로 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이쪽은 간절곶이 더 유명하기 때문에 간절곶 가는 길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나는 여기까지를 나사 해변으로 인식한다. 옛날에 어쩌다 흘러흘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이후로, 바람 불 때면 한 번씩 찾아가곤 했던 곳이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것이 없고, 오가는데 시간을 다 쏟는 곳이긴 하지만, 나름 특별한 곳이다. 물론 최근엔 전혀 가보지 못 했지만.
응응광장부터는 이제 완전히 간절곶 일대라고 볼 수 있겠다. 이쪽 동네는 아무래도 간절곶이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기 때문에 펜션 같은 것도 많고, 여기가 관광지요 하는 뭔가가 이것저것 많다. 나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연인이 학이되어 날아간 전설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곳 이름이 왜 응응광장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썰을 풀려면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까지 설명해줘야지 이건 뭐, 내 이름이 왜 미쉘이냐면 나는 프랑스 인이에요 하는 꼴이다. 학이되어 날아가기 전에 속을 비우려고 응가를 응응 했다거나 뭐 그런게 좀 있어야 할 거 아니냐.
커다란 소망우체통과 등대가 보이면 이제 완전히 간절곶이다.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곳. 매년 새해 첫날엔 사람으로 미어 터지는 곳이지만, 비수기 평일엔 그리 붐비지 않는다.
예쁘장하게 공원으로 꾸며놓은 관광지이지만, 사실 평소에 여행으로 가기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전거로 달리기엔 정말 좋은 곳이다.
아마 여길 자전거로 달려본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하지 않을까 싶다. 깨끗하게 조성된 공원에, 은근히 재밌는 커브길,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져서 정말 상쾌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간절곶에서 조금 더 놀았으면 싶었지만, 시간에 쫓기기도 했고, 햇살이 따가운데 그늘이 없어서 오래 머물 수 없었던 것이 좀 아쉽다.
중간중간 조그만 해변이 있어서, 여유롭게 시간을 잡으면 마치 프라이빗 비치처럼 사용할 수도 있겠다.
아담한 솔개 해수욕장. 주위에 뭐가 없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해수욕장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바로 아래엔 간절곶, 위에는 진하 해수욕장이 있어서 영 존재감이 없다. 나도 여기는 지나가며 눈으로만 구경하고 바로 진하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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