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랑을 살짝 스치고 북쪽인 서생으로 넘어가면 이내 울산이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던데, 기장도 부산시다. 그래서 부산과 울산은 경계선이 맞닿아 있다. 이렇다보니 이쪽 동네는 분위기는 시골인데 가격은 도시다.

 

대체로 도시 외곽으로 가면 가격이 낮아지지만, 이 동네는 대도시 두 개의 경계선이라 그런지 그런 일반적인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부산, 울산을 빨리 벗어나기로 작정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임랑 해수욕장을 벗어나자마자 오르막길이 시작됐는데, 신기하게도 보행로 겸 자전거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왕복 2차선 길에 갓길도 좁은 편인데다가, 마을은 좀 멀리 떨어져 있는데 보행로 표지판이 있는게 좀 신기했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완만하지만 길이가 긴 오르막길을 오르니, 봉태산 옆자락 언덕길 꼭대기에 울산시 경계 표지판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신고리 원전 쪽으로는 울산시다.

 

 

신고리 원전 앞쪽은 좀 스산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여기를 지나갔다는 증표로 대충 사진 한 장 찍고 넘어간다.

 

 

서생농협 앞에 하나로마트가 있더라. 하나로마트는 보이는 족족 쇼핑을 해줘야 한다. 하다못해 물이라도 한 통 사는게 좋다. 편의점보다 훨씬 싸니까. 시골지역을 여행할 때는 하나로마트가 오아시스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서생 번화가라 할 수 있는 곳을 지나서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나사 해수욕장이 나온다. 여기는 내가 경남에서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다. 오프라인에서 설명할 때는 미항공우주국 나사와 연관이 있는 것 처럼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글로 쓰면 재미가 없다. 그래도 영어 표기는 진짜로 'Nasa Beach'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나사 해변은 섬머타임(Summer time)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곳인데, 이곳을 떠올리기 위해서 그 노래를 찾아 들을 때도 있다. 노래와 장소에 얽힌 사연은 딱히 없지만,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어 있더라. 살다보면 그런거지.

 

비슷한 제목의 노래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 말 하는 섬머타임은 거슈윈 오페라 곡이다. 그리고 많은 뮤지션들이 나름대로 해석했지만, 아무래도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 버전이 최고라 생각한다. 나른하면서도 어딘가 우울한 그 느낌. 이곳 바다와 꼭 닮았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옛날에는 여기도 백사장 폭이 꽤 넓었는데, 20세기말에 해안로와 방파제 공사를 한 이후로 백사장이 많이 없어져버렸다. 지금은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수준이라, 어쩌면 조만간 해수욕장 기능을 잃고 그냥 해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등대로 가는 길도 예쁘고, 방파제 사이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것도 예쁘지만, 내가 여기를 좋아하는 건 이런 이유가 아니다.

 

 

백사장은 대강 구경하고 바로 북쪽 언덕길을 오른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푯말이 붙어 있지만, 전에도 말 했듯이, 포항 전까지는 길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는 말자.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나사 해변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여기서부터다. 이 카페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특히 비 올 때. 물론 나는 카페 같은데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는게 더 좋더라.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이쪽 동네의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위기를 잘 잡아보면 살짝 이국적인 느낌도 난다.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완전히 다른 어떤 곳으로 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이쪽은 간절곶이 더 유명하기 때문에 간절곶 가는 길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나는 여기까지를 나사 해변으로 인식한다. 옛날에 어쩌다 흘러흘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이후로, 바람 불 때면 한 번씩 찾아가곤 했던 곳이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것이 없고, 오가는데 시간을 다 쏟는 곳이긴 하지만, 나름 특별한 곳이다. 물론 최근엔 전혀 가보지 못 했지만.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응응광장부터는 이제 완전히 간절곶 일대라고 볼 수 있겠다. 이쪽 동네는 아무래도 간절곶이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기 때문에 펜션 같은 것도 많고, 여기가 관광지요 하는 뭔가가 이것저것 많다. 나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연인이 학이되어 날아간 전설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곳 이름이 왜 응응광장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썰을 풀려면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까지 설명해줘야지 이건 뭐, 내 이름이 왜 미쉘이냐면 나는 프랑스 인이에요 하는 꼴이다. 학이되어 날아가기 전에 속을 비우려고 응가를 응응 했다거나 뭐 그런게 좀 있어야 할 거 아니냐.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커다란 소망우체통과 등대가 보이면 이제 완전히 간절곶이다.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곳. 매년 새해 첫날엔 사람으로 미어 터지는 곳이지만, 비수기 평일엔 그리 붐비지 않는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예쁘장하게 공원으로 꾸며놓은 관광지이지만, 사실 평소에 여행으로 가기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전거로 달리기엔 정말 좋은 곳이다.

 

아마 여길 자전거로 달려본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하지 않을까 싶다. 깨끗하게 조성된 공원에, 은근히 재밌는 커브길,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져서 정말 상쾌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간절곶에서 조금 더 놀았으면 싶었지만, 시간에 쫓기기도 했고, 햇살이 따가운데 그늘이 없어서 오래 머물 수 없었던 것이 좀 아쉽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중간중간 조그만 해변이 있어서, 여유롭게 시간을 잡으면 마치 프라이빗 비치처럼 사용할 수도 있겠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임랑 - 간절곶

 

아담한 솔개 해수욕장. 주위에 뭐가 없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해수욕장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바로 아래엔 간절곶, 위에는 진하 해수욕장이 있어서 영 존재감이 없다. 나도 여기는 지나가며 눈으로만 구경하고 바로 진하로 갔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