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포해수욕장 뒷편의 솔밭 야영장은 화장실이 좀 멀리 있다는게 단점이었지만, 분위기도 아늑하고 캠핑하는 사람도 적당히 있어서 편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여기선 늦잠을 좀 자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어느새 해만 뜨면 눈이 떠지는 습관이 붙어버려서, 남들은 아직 다 자고 있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정리하고 출발했다. 이러다가 건강해져서 오래 살면 큰일인데 싶었지만, 눈이 떠 졌으니 달릴 수 밖에.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해수욕장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백사장에 접한 도로에 차를 대놓고 텐트를 친 사람들도 꽤 있었다. 대강 캠핑하는 분위기를 내는 용도라면 간단하게 이런 방법도 괜찮겠다.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해수욕장

 

칠포 북쪽으로 올라가니, 백사장 끝에서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됐다. 이 오르막길은 해변에서 봐도 바로 보이기 때문에, 전날에도 이 오르막길을 보면서 아침부터 저길 오르려면 고생 좀 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차가 없으니 쉬엄쉬엄 천천히 올라가니 상쾌하니 땀 범벅되고 좋더라. 아침에 몸이 덜 깬 상태에서 이렇게 무리하면 뼈가 갈려서 가루가 되는 느낌도 나고 좋다.

 

동해안 자전거길을 타고 가다보면 중간중간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부산부터 고성까지 '해파랑길'이라는 도보 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그렇다. 요즘 동해안 쪽은 자전거 여행보다 해파랑길 걷기가 더 유행인 듯 했다.

 

거의 자전거길과 겹치듯이 조성되어 있는데, 전체 구간을 숙박을 해 가면서 걷는 사람들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관광버스 타고 중간중간 내려서 경치 좋은 구간만 걷고, 다음으로 건너뛰는 방법으로 다니더라. 나름 패키지 걷기여행으로 괜찮은 방법이겠다. 동해안 바다를 보면서 걸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두루누비 홈페이지의 해파랑길 정보를 참고해보자.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새벽부터 너무 빡쎄다. 짐받침에 실은 짐 무게 때문에 이런 길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나도 일부 구간은 도보 여행이 됐다.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여기는 칠포 방파제인지 오도리간이해수욕장인지 잘 모르겠다. 동해안엔 크고작은 해변이 워낙 많아서, 헷갈리는 것도 많고 생략한 것도 많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조그만 해변이라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동해안 여행을 하다보면 웬만한 곳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예쁜 곳들이 워낙 많아서.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이쪽 동네는 오르락내리락 언덕길이 너무 많아서 좀 지치더라.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사방기념공원 앞 동네. 자갈 깔린 조그만 해변이라서 물놀이는 고사하고 파도 감상도 하기 어려운 곳인데, 이상하게 이 동네에 펜션과 카페 같은 것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바다를 보고 모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사방공원이 그렇게 유명한 공원인가 싶기도 하고,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여기서 이가리까지 펜션이 엄청 많더라. 많으면 뭐하냐 나하곤 상관없다.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저 위에 보이는 것은 유람선 레스토랑.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예쁘장한 카페와 펜션들이 많았지만, 나는 엄청난 경사의 오르막길을 거지꼴을 하고 기어오를 뿐이고.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아니 이게 웬 제주도냐. 어느 카페인지 레스토랑인지 입구 모습.

 

동해안 자전거길: 이가리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이가리 해수욕장

 

이가리 해수욕장. 여긴 지도에도 잘 안 나오는 곳인데, 신기하게도 엄청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지도에서는 '이가리 간이해변'이라고 나오는 곳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낚시와 스노클링을 하기 좋은 조용한 해변이라고 소개돼서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가 있나보다. 조용한 곳이라고 미디어에 소개가 되면, 거긴 더이상 조용한 곳이 아니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실비 Silvie, 체코 쪽 사람이 와서 운영하는 곳인가보다. 쓸 게 없다.

 

 

길 가다가 마치 내 꼬라지 같아서 동질감을 느껴서 한 컷. 중경상림에서 양조위가 걸레를 보고, "그만 울어. 계속 울기만 할 거야? 강해져야지"라며 말을 건내는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얘는 수건인 것 같아서 말을 걸 수 없었다. 참 안타까운 인연이다.

 

동해안 자전거길: 포항 월포 해수욕장 인증센터

 

월포 해수욕장 입구에도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무인인증센터가 있었다. 스탬프는 없고, 문도 잠겨 있다. 그냥 포항까지 코스를 연장해서 그려넣어도 될 듯 한데, 아마도 이걸 관리할 인력 같은 것이 부족해서 빠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동해안 자전거길: 포항 월포 해수욕장

 

저건 차를 개조한 건지, 텐트만 어떻게 살짝 올려놓은 건지 모르겠는데, 큰 돈 들이지 않고 캠핑카 효과를 내기엔 괜찮아 보이더라. 세상엔 참 신기한 것들이 많다.

 

동해안 자전거길: 포항 월포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포항 월포 해수욕장

 

편의점 본 김에 첫 끼니 해결. 거의 점심때였다. 칠포해수욕장은 산에 둘러싸여 살짝 숨겨진 다소 황량한 느낌이었는데, 월포해수욕장은 뻥 뚫린 지형에 주변에 편의시설도 많았다.

 

칠포에 비하면 작아 보이지만, 월포도 꽤 넓은 해수욕장이다. 해변에서 약 300미터 거리에 월포역도 있고, 민박이나 펜션도 굉장히 많다. 아마 성수기엔 발 디딜 틈 없지 않을까 싶다. 중국집 같은 식당도 있으니 밥 먹고 가기도 좋은 동네다.

 

동해안 자전거길: 포항 월포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포항 월포 해수욕장

 

 

뜬금없이 거스기스러운 조형물이 떡하니 있고.

 

동해안 자전거길: 포항 월포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조사리간이해변을 지나서 북쪽으로 계속 진행하다가, 화진해수욕장 근처에 가니까 자전거길이 동네 안쪽으로 표시돼 있었다. 차도로 쭉 가도 화진해수욕장으로 갈 수는 있는데, 이 차도가 갓길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자전거는 우회길로 안내하는 듯 하다.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그렇게 많이 돌아가는 길은 아니라서, 나름 동네 솔밭과 논밭 구경도 하고 괜찮았다.

 

동해안 자전거길: 칠포 - 화진 해수욕장

 

마지막에 화진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다리로 올라가는, 약 5미터 정도 되는 이 길만 아니면 좋았는데. 이왕 자전거길을 이쪽으로 만들어놨으면 여기도 흙길이라도 길 비슷하게라도 좀 만들어 놓지. 그나마 길이가 짧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여길 올라가니 다리 위에 떡하니 차로 길을 다 막아놓고 텐트를 친 얌체들이 있더라. 아이고.

 

 

동해안 자전거길: 화진 해수욕장

 

동해안 자전거길: 화진 해수욕장

 

어쨌든 화진해수욕장. 작고 조용한 해수욕장이지만 화장실은 있다. 여기도 나름 괜찮은 곳이긴 한데, 칠포, 월포를 방금전에 보고 지나오니, 그냥 바다네 정도의 감흥밖에 없었다. 배가 불렀다. 아까 먹은 밥이 아직 소화가 안 돼서 그런가보다.

 

화진은 구석쪽에 위치한 투썸 카페가 나름 운치있고 전망이 좋다. 그리고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화진휴게소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국도변 휴게소인데, 해수욕장과 가까이 붙어 있어서, 여기서 군것질이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모양이다.

 

동해안 자전거길: 화진 해수욕장

 

딱히 휴게소를 가고 싶어서 간 건 아니고, 자전거길이 이 앞을 지나도록 돼 있어서 지나간 것 뿐이다. 화진해수욕장은 분위기가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이런 곳은 야영장소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휴게소가 있으면 차량 통행이 많을 테고, 휴게소 들르면서 바다 구경을 하려고 차로 슥 돌아보는 사람도 많을 테다. 그러면 사람 없이 혼자 야영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까 주변에 뭐가 있나와, 사람이 적당히 있는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이런 감각은 처음엔 유료 야영장을 이용하면서 슬슬 경험을 쌓는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화진해수욕장까지도 아직 포항이다. 여기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시 경계가 나오고, 장사해수욕장으로 가면 포항시를 벗어나게 된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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