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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길: 영덕 - 고래불해변 - 후포 해수욕장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6. 15. 17:44
영덕 해맞이공원을 내려와서 대탄해수욕장으로 계속 나갔다. 이쪽은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없지만, 동해안이 다 그렇듯이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것 자체가 즐겁다.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지나치고나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작은 해수욕장들도 있고, 바다를 감싸고 도는 아름다운 해안도로도 있는데, 딱히 덧붙일 말은 없지만 나중에 이 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미리 분위기를 봐 두는 정도로 사용하면 좋겠다.
대탄인지 오보인지 헷갈리는데, 어쨌든 이런 곳에도 나름 마을이 있고, 방파제가 있었다.
자가용이나 관광버스 타고 슥 둘러보며 여행하는 사람과,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보는 것이 약간 다르다. 특히 자전거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달리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자리 펼 곳을 봐두는게 중요하다.
지나가면 그만이 아니고, 계속 가다가 딱히 텐트 칠 만 한 곳이 없다면, 다시 적당한 곳으로 되돌아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해안 자전거길에서는 그럴 일이 별로 없다. 계속 가다보면 어쩌든 하룻밤 정도 보내기 적당한 해수욕장이 자주 나온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산까지 이어지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쪽은 캠핑을 하면서 움직이려면 약간 노하우가 필요하다. 모텔 같은 데서 숙박을 한다면 딱히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자캠(자전거 캠핑)에 많은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면, 동해안이나 제주도부터 시작하는게 좋다.
경정해수욕장에서 축산항으로 이어지는 길이 예쁘더라. 바다에 접해있으면서도 크게 곡선을 그리는 길이어서, 드라이브 하기도 좋고 걷기도 좋은 곳이다. 그래서 이 구간도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버스가 사람들을 길에 내려주면, 사람들은 구경하기 좋은 길을 걸어서 쭉 앞으로 가고, 예쁜 길이 끝나는 지점에 가면 미리 관광버스가 가서 기다리고 있는 방식이었다. 대체로 평화롭지만, 이렇게 패키지로 관광 온 사람들 중에는 차도를 점령하고 일렬로 서서 걷는 사람들도 있다.
해맞이공원 이후엔 딱히 밥을 먹을 곳이 없었는데, 축산항은 아파트와 초등학교도 있고, 민박집과 편의점도 있었다. 이런 마을은 야영을 하기엔 안 좋지만, 민박집에서 묵어갈 요량이면 체크를 해 두는 것도 좋겠다. 편의점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밥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영덕군은 '영덕 블루로드'라는 도보 여행길을 조성해놨다. 대게누리공원(대게타운)을 출발점으로 해서, 고래불해수욕장 음악분수가 종착점이다. 해파랑길과 거의 비슷한 것 같고, 자전거길과도 대체로 겹치지만, 약간 다르다.
중간중간 산길을 타면서, 봉수대 같이 뭔가 영덕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곳을 보도록 루트가 만들어져 있다. 많은 구간이 차도를 걷도록 돼 있지만, 막상 갓길에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좀 불안한 요소다.
대진항을 지나서 대진해수욕장 도착. 영덕군 내내 보이는 대게 모형. 저 안쪽엔 민달팽이 조형물이 있다. 해수욕장 뒷편 광장이 예쁘장하게 꾸며져 있고, 주차장도 넓어서,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많이 서 있었다.
넓은 주차장을 건너가면 백사장으로 갈 수 있는데, 자전거길은 주차장 안쪽 광장을 통과해서 쭉쭉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해수욕장을 구경하러 가지는 않았다. 적당히 넓은 해수욕장이라, 여기쯤에서 날 어두워지면 야영을 해도 괜찮겠더라.
대진해수욕장 끄트머리 일부 모습. 송천이라는 작은 강이 바다와 만나고 있다. 강 위로 다리가 놓여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건너갈 수 있다. 저기 보이는 작은 솔숲에서 대충 야영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안심하고 야영을 하려면 다리만 건너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고래불 국민야영장을 이용하는게 좋다.
사진은 찍지 않았는데, 덕천해수욕장에는 고래불 국민야영장이 있다. 바닥분수와 유아용 풀장 같은 것들이 있고, 카라반 존, 오토캠핑장, 일반 야영장 등이 있는 꽤 큰 시설이다. 그래서 유료다. 굳이 가서 사진을 찍지 않은 것도 유료이기 때문에 그렇다.
텐트 하나 칠 수 있는 야영 데크 하나가 대략 3만 원이다. 시기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 7-8월 성수기엔 35,000원, 비수기 주말은 30,000원, 평일은 25,000원이다. 전기와 수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캠핑장 사용료는 너무 비싼데, 그래도 성수기엔 자리 잡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어쨌든 기억해 둘 것은, 고래불 국민야영장은 고래불해수욕장에 있는게 아니라는 거다. 고래불해변 남쪽의 덕천해수욕장에 있다. 4킬로미터 정도 거리밖엔 안 되지만, 자전거 타고 헤매면 이 거리도 힘들다.
고래불해변 인증센터. 보통 이름에 해변이 붙으면 해수욕장 기능을 못 하는 바닷가를 뜻하는데, 여기는 좀 이상하다. 엄연히 해수욕장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곳이고, 정식 이름도 고래불 해수욕장이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짧게 표기했는지 모르겠는데,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자.
고래가 뛰노는 걸 보고 고래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곳. 그래서 해변 광장엔 고래가 뛰어오르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도장 찍고 잠시 노닥거리면서 앞바다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뛰놀다가 지쳐서 다들 집에 들어갔나보다. 너무 뛰놀면 안 돼.
여기는 병곡면사무소가 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펜션도 꽤 있던데, 신기한 건 동네에 편의점은 없더라. 북쪽 마을 바깥쪽에 병곡휴게소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백석해수욕장. 여기저기 해수욕장. 널린게 해수욕장. 이런 해변의 마을길을 타고 가다가도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서 국도를 타야한다.
자전거 여행자에게 바닷가를 구경시켜주려고, 바닷가로 길이 나 있으면 국도에서 벗어나서 내려가게 만든다. 바다를 구경하는건 좋지만, 문제는 내려갔으면 다시 올라가서 국도에 합류해야 한다는 거다. 짐이 없으면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짐이 있는 상태에선 이것도 고역이다.
그래서 이쯤에서는 눈치 딱 보고는, 얼마 안 가서 국도로 다시 올라오겠다 싶으면 아예 내려가지 않았다. 어차피 고성까지 바다는 널렸으니까.
금음복개터널 이쪽은 아예 바닷가 쪽으로 자전거길을 새로 만들어놓은 듯 하다. 바다 위에 다리를 놓은 형태다. 그런데 이런 곳은 가끔 못이나 가시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을 때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왕복 일차선 차로 옆에 큼지막하게 도보 겸용 자전거길을 만들어놨다. 걷기여행 코스를 짜놨으면 이 정도는 해놔야지 싶다.
7번국도 옆을 따라서 가다가, 이제 자전거길은 바닷가 쪽으로 완전히 빠지게 됐다. 그런데 한동안은 비포장 길. 이런 길에선 펑크 날 수 있으니, 느낌이 안 좋다 싶으면 그냥 내려서 끌고간다.
길 없음. 난 이런거 좋더라. 길 없는 거 너무 좋지 않나. 길이 없다는 건 좋은 거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또는 마음껏 길을 만들며 다녀도 되고. 하지만 이 반대편으로 자전거길은 나 있다.
후포해수욕장 가는 길. 바닷가에 넓직한 길을 쭉 깔아놨는데, 아예 자동차 진입금지로 해놨다. 돌을 떡하니 박아놓은 걸 보면, 임시 조치는 아닌 듯 하다. 아예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으로 길을 만들어놓은 듯. 이런게 있어서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과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도보로 여행하면 또 다르지만, 그건 너무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서 무리.
드디어 후포해수욕장. 후포면은 꽤 큰 동네다. 같은 면이라도 규모 차이가 많이 나는데, 여긴 거의 시골스러운 도시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편의점도 있고 하나로마트도 있으니, 어느정도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테다.
이제 해가 질 시간이라서, 처음엔 위 사진에 보이는 장소에 텐트를 칠까 했다. 하지만 여긴 차가 너무 많이 지나다니고, 너무 외진 느낌이 들면서도 아주 가끔씩 산책하는 사람이 오가서 좀 꺼려졌다.
쭉 올라가면서 동네 구경 하다가,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 사먹으면서 주인에게 물어보니, 바로 앞 산책로 솔숲에서 여름에 사람들이 텐트 치고 많이들 논다고 하더라.
후포해수욕장 북쪽, 마을 바로 앞쪽에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다. 마치 동네 가까이에, 강을 따라서 산책할 수 있게 조성된 산책로 같은 그런 길이었다. 폭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나름 솔숲이 조성되어 있었고, 밤에는 철수할 것 같이 보였지만 텐트 치고 노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래서 적당히, 사람들과 너무 가깝지 않으면서도 살짝 보이는 곳이면서도 여차하면 시내로 뛰어갈 수 있는 그 어떤 오묘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산책로에 공중화장실이 있던데, 무려 비데가 설치된 변기가 있더라. 야외 공중화장실에 비데 설치된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광주 쯤에서 한 번 봤던가. 이쯤되면 공중화장실이 아니라 궁중화장실 아닌가.
이 깨끗한 비데를 보고, 이 근처에서 하룻밤 쯤은 야영을 해도 괜찮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뭔 말이냐면, 설명할 수는 없는데, 현장에서 오는 그런 느낌이 있다. 가보면 알 수도 있을 테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텐트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놓으면 심리적 안정은 얻을 수 있다. 자전거가 넘어지면 바로 일어날 수 있겠지. 아니면 말고. 아이고 몰라,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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