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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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 만발한 고향의 봄 - 강화 고려산 진달래 축제국내여행/경기도 2011. 5. 9. 17:57
온 누리에 따듯한 기운이 감돈다. 새로운 생명의 힘찬 박동 소리가 맑은 하늘 저 너머로 울려 퍼진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얇아지고, 점심 때가 지날 때까지 방금 전에 자다 깬 사람처럼 노곤함이 몸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일이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낮잠 한 숨 잤으면 딱 좋을 듯 한 햇살 속에서 어지러운 아지랑이가 맴맴 맴돈다. 봄이다, 봄. 누가 말 해 주지 않아도, 굳이 달력을 보지 않아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그 계절, 봄이 다시 찾아왔다. 봄은 그렇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시나브로 내 곁에 다가와서 어느새 배를 착 깔고 엎드려 있다. 삭막한 빌딩 숲에서 생활하는 신 인류가 봄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봄은 중천에 뜬 태양처럼 한창을 맞이하고 있다. 봄은 그렇게 시골을 야금야금 집어 삼키다가 아무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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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으로 흩날리던 오래된 사랑의 느낌해외여행/Love in Pai 2011 2011. 2. 21. 03:04
우리는 조용히 벚꽃 만발한 길을 걷고 있었다. 샴페인처럼 투명한 아침의 향기가 시큼하게 코 끝을 스쳤다. 이른 아침 이슬비처럼 벚꽃은 황홀한 바람에 춤 추듯 날아다녔고, 어디선가 들려온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우리의 뺨을 스치며 빈 공간에 수를 놓았다. 저기 언덕 아래로 펼쳐진 바다. 넘실대는 색색깔의 파랑 위로 갑자기 뛰어든, 파도를 타고 질주하는 벚꽃잎 하나. 무심코 그 궤적을 따라가다 문득 마주친 그녀의 눈. 그 눈빛이 어떠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 시선을 피해 저 너머로 눈길을 옮겼을 뿐. 마침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 아침 햇살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 위에서 아스라이 부숴졌다. 벚꽃처럼 흩날리던 단발머리 적갈색 고운 머릿결. 그 너머 무심히 이제서야 잠을 깨던 하얀 얼굴의 목련. 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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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사진일기 2010. 10. 12. 18:14
하늘이 진다 꽃이 저문다 파아란 구름따라 바람이 분다 당신은 꽃이 되고 싶다 했다. 굳건한 대지에 힘차게 뿌리를 박고 있는 꽃이 당신의 입술만큼 갸느린 바람보다 좋다 했다. 오랜 방황의 터널 중간에서 어디쯤 왔는지 알 수도 없는 어둠 속에서, 당신은 이제 그만 길을 벗어나고 싶다 했다.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완강했고, 나는 확신이 없었다. 어쩌면 애초부터 우리는, 함께할 수 없었다. 그곳에도 지금즘 별이 지는가. 알록달록 만발한 코스모스가 우주처럼 차가운 꿈을 꾸는가. 꽃이 진다 네가 저문다 까아만 별빛따라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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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옆의 꽃은 꽃이 아닌 걸까사진일기 2010. 6. 17. 01:41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갔다. 한 시간 삼만 원이라는 꼬임에 넘어간 것도 있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탓도 있었다. 어디든 그렇듯 부리는 자들은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동을 원했고, 어디든 그렇듯 일하는 자들은 자신의 부당함에 화를 내며 항의했다. 단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조금 더 거칠었고, 조금 더 살벌했다는 것. 그나마도 선착순에 밀려버린 잉여인간들은 시간만 날리고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어떤 험한 꼴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서였을까, 그래도 차비 정도는 쥐어주며 화가 분노로 치밀지 않도록 대충 수습을 하는 모습이, 아니꼽기보다는 애처로워 보였다. 많은 군상들이 있었다. 절반 이상은 대학생이거나 젊은 백수였다. 나머지 절반은 어떤 부류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 방세 이십만 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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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꽃보다 추한 세상에사진일기 2010. 6. 16. 00:38
비가 오고 꽃이 졌다. 꽃이 진 것은 비 때문이었지만, 비가 온 것은 꽃 때문이 아니었다. 빗물 속에 잠긴 꽃잎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이 사람들을 그리 만들었지만, 세상을 그리 만든 건 사람들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어쩌면, 이 세상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회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 마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들지만, 미꾸라지는 원래 그런 물에 산다는 거다. 세상에 나쁜놈이 많다면, 세상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무척이나 무기력한 사실이라 애써 외면해야만 하는 걸까. 요즘 내 주위 사람들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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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고 싶었다사진일기 2008. 8. 16. 02:57
날이 밝는다, 밤이 떠돈다. 나는 이 밤을 가르는 저 비 속의 한 줄기 빛처럼 하릴없이 허공을 맴돈다. 당신은 그 선한 눈망울로 먼 하늘을 바라보며 곧 사라질 미소처럼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고, 나는 이미 영혼을 팔아버린 새처럼 지쳐 있다. 나는 당신의 세컨드라도 되길 원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 마음의 일부분이나마 차지할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떳떳하게 이 어둠 속을 벗어날 수 없다 할 지라도 행복하리라 믿었다. 당신은 이미 세상 모든 이의 어렵고 답답한 바램을 들은 비 맞은 천사처럼 무겁게 주저앉아 있었고, 내 작은 소망은 지난 밤 기억도 나지 않는 술자리 술병 처럼 깨어져 있다. 슬프지 않다, 슬프지 않다. 누군가가 말 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또 누군가가 말 했다, 그렇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