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서울숲 고양이 가족에겐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잡다구리 2011. 9. 7. 22:28
오랜만에 서울숲을 찾아갔더니 이상하게도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원래 성수동 일대가 공장이 많아, 빈 터도 많고, 여러가지 버려진 물건들도 많으며, 한강도 가깝고 해서 숨을 곳도 많아 고양이 수가 많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엔 서울숲에 기거하는 고양이는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쪽에 보금자리를 튼 고양이들이 많아졌나 보다. 고양이들이 알아서 사람을 피하기 때문에, 사실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하나도 없네 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신경을 곤두세워 보면, 의외로 고기척(고양이 기척, 고양이에게 인기척이라는 단어를 쓸 수는 없으니까)이 많이 느껴진다. 그러던 중, 고양이풀 많이 자란 호숫가 어느 지점에서 한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도 얘는, 피하긴 피해야겠는데, 마땅히 피할 ..
-
꽃잎으로 흩날리던 오래된 사랑의 느낌해외여행/Love in Pai 2011 2011. 2. 21. 03:04
우리는 조용히 벚꽃 만발한 길을 걷고 있었다. 샴페인처럼 투명한 아침의 향기가 시큼하게 코 끝을 스쳤다. 이른 아침 이슬비처럼 벚꽃은 황홀한 바람에 춤 추듯 날아다녔고, 어디선가 들려온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우리의 뺨을 스치며 빈 공간에 수를 놓았다. 저기 언덕 아래로 펼쳐진 바다. 넘실대는 색색깔의 파랑 위로 갑자기 뛰어든, 파도를 타고 질주하는 벚꽃잎 하나. 무심코 그 궤적을 따라가다 문득 마주친 그녀의 눈. 그 눈빛이 어떠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 시선을 피해 저 너머로 눈길을 옮겼을 뿐. 마침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 아침 햇살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 위에서 아스라이 부숴졌다. 벚꽃처럼 흩날리던 단발머리 적갈색 고운 머릿결. 그 너머 무심히 이제서야 잠을 깨던 하얀 얼굴의 목련. 붉게..
-
사랑도 언제든 바꾸면 되더라, 돈 있으면사진일기 2010. 12. 18. 23:26
오래된 것, 정 들었다고 익숙해졌다고, 어떻게든 부여잡고 아등바등 계속 쓸 필요 없더라. 세상엔 훨씬 더 좋고 예쁜 것들이 많이도 널려 있더라. 언제든 달려나가 바꾸면 되더라, 돈만 있으면. 지금 가진 것을 바꿀 수 없는 건 단지 돈이 없기 때문. 지금 내 주변을 바꿀 수 없는 건 단지 능력이 그만하기 때문. 사람들은 그렇더라. 자신의 능력으로 이제 더 좋은 건 구할 수 없겠다 싶을 때, 이만하면 됐다 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며 행복감을 세뇌하더라. 사랑또한 그렇더라. 언제든 달려나가 바꾸면 되지만, 돈 없으면 엄두도 못 내더라.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굳이 사랑이야기엔 나오지도 않더라. 그래서 인생은 비극이어라.
-
그들은 어떻게 사랑했을까사진일기 2010. 10. 13. 13:29
* 핫초코와 브라우니의 달콤한 향기가 아직 눈에 아른거리는 늦은 밤, 푸른빛의 레몬같이 따스하고 편안한 카페 불빛을 뒤로하고 올라탄 지하철. 이미 막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전철 안은 승객이 별로 없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졸거나, 신문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각자 나름대로 하루를 마감하며 조용한 귀가길에 올라 있었다. 그때 정차한 어떤 역에서 들어온, 술냄새가 확 풍기는 두 남자. 어깨동무를 했지만 단순한 어깨동무라기보다는, 서로서로 뒤엉켜서 보듬어 안고 들어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모습. 들어올 때부터 조잘거리며 낮은 웃음을 웃던 그 둘은, 승객이 없는 텅 빈 길쭉한 의자에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거의 포개앉다시피 딱 붙어 앉았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낮..
-
단지 사랑하지 않았을 뿐사진일기 2010. 9. 23. 04:06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수천가지 이유와 변명을 갖다 붙이며 나는 거부했지. 우린 분명 사랑했었고,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추억 속에, 기억들이 빛 바랜 사진처럼 변해간다 해도, 아무리 아무리 용서할 수 없는 이별에 분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버둥거릴 수도 없이 싸늘한 가슴의 텅 빈 구멍에 아픔으로 차오른다 해도,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수천가지 이유와 변명을 갖다 붙이며 나는 거부했지. 우린 분명 사랑했었고,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흘러 흘러간데도 그것만큼은, 그 시간, 그 장소, 그 사람만큼은 진실이었을거라고. 그렇게 외면하고 거부하고 귀를 막고 눈을 막아도 결국은 알고야 말았지, 그건 마치 서서히 스며드는 새벽녘의 이슬과 같아 어떻게 막을 수도 없었지 ..
-
사랑은 끝나지 않아야 아름답다 - 하프웨이리뷰 2010. 5. 5. 23:01
영화 줄거리는 굉장히 단순하다.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고3 둘이 연애를 하게 됐는데, 남자애가 도쿄에 있는 대학을 가려고 한다. 여자애는 그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과, 보내주어 자기 꿈을 실현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남자애도 역시 곁에 있고 싶은 마음과, 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우물쭈물한다. 일종의 '사랑'과 '현실'의 대결이랄까. 한국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현대라는 한정된 시간을 전제로 둔다면, 정답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평생 이어질 지 어떨 지 알 수 없는 그런 풋사랑에, 인생을 전부 걸어버린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도 바보같은 짓이니까. 사람들은 이런 예를 들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둘이 헤어지게 되면 어쩔래, 그러면 네 인생은 네 인생대로 망가지..
-
달라고나 해 보자 - 만우절 특집 솔로들을 위한 웹툰!웹툰일기/2010 2010. 4. 1. 18:55
여러분~ 오늘이 마침 4월 1일, 만우절이에요~ 평소에 빼앗고 싶었던 친구의 애인에게 농담처럼 진담을 건네 보아요~ 절교해도 책임 못 지지만, 그까이꺼 사랑 앞에 사뿐하게 헌납. ㅡㅅㅡ;;; 만우절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실 분들은 어서어서 서두르세요~~~ 만우절이 아니더라도 술 먹거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 번 즘 써먹어 볼 수도 있겠죠? 물론 주먹 맞아도 책임은 못 쳐요. ㅋ 근데 정말 농담으로 했는데 '가져가라'해버리면 대략 난감. ㅡㅅㅡ; 어쨌든, 뺏고 빼앗기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아요~ ...그리고... 싸우다 지치면 이리로 오라. 솔로부대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크하하하~ OTL p.s.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 만화는 전편이 있다우~ 안 보신 분들은 보려믄 보시우~ 전편은 별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