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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풍우 쏟아지는 들판 위에 번개처럼 흩날리는 작은 깃발을 위하여
    잡다구리 2007. 6. 27. 23:21
    생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어둠은 점점 더 짙어만 갔어요
    그래요, 그래서 술을 마셨죠
    어차피 이렇게 돼 가는 거, 될 데로 되라
    그러면서 호기를 부렸어요,
    맘 속엔 혹시나 엉망으로 취하면
    그나마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까,
    너를 잊고 나를 잊고
    세상을 잊고 잠시 즐거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있었더랬죠.
    그래요 그래서 술을 마셨더랬어요
    파우스트, 닥터페퍼, 쿠바슬링...?
    연거푸 독한 술들을 마셔댔더랬죠,
    그 곳엔 항상 웃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알고 보면 사람들은 다들
    어두운 구석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에요.
    웃는 모습만 보이는 피에로가 사실은
    항상 슬픈 니체보다 더 슬픈 존재일 수 있는 거에요.
    그런 모습, 그런 사람,
    그래요, 그런게 보기 싫어서 사람들은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살아가는 지도 몰라요.
    사람의 내면까지 어렴풋이나마 들여다 보게 되면
    그런 것들이 보여서 감당하기 힘들어 지니까요.
    그래요, 그래서 마셨죠, 독한 술들을
    이제 습관이 되어 잘 취하지도 않더군요,
    옆에 있던 사람들, 이렇게 독한 술을 어떻게 마시냐며
    천천히 조금만 마시라고 하더군요.
    웃으며 말했죠,
    습관이 되면 괜찮아요.
    그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독한 술도 마시다 보면 괜찮아지면 좋겠고,
    지독한 슬픔도 습관이 되면 괜찮아 지면 좋겠어요.
    그렇게 그렇게 그런거지 하며
    그럭저럭 넉넉하진 않아도 대충대충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언제나 마음뿐이죠.

    오늘은 그리운 그 사람들을 너무나 만나고 싶어요.
    전화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만날 수 있는 그 사람들도
    이미 지난 시간들 속에 남아있는 그 사람들은 아니죠.
    가끔은 정말 나홀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사람들, 사람들은 다들 어디론가 향해 가는데,
    그러면서 옛날과는 다르게 변해가고 변해 있는데,
    나 혼자만 덩그라니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는건 아닌지

    쓸쓸한 바람이 부네요 오늘은 비도 잠시 흩뿌렸어요.
    모두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느낌이고,
    모두가 나를 지켜주려 애쓰는 것 같기도 해요.
    천둥이 치면 왜 번개는 안 보이냐고 때 쓰고,
    천둥만 치고 번개는 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하죠.
    쓸쓸한 바람이 부네요, 사실은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우산 없이 내리는 비를 맞아도 마냥 즐거웠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해요.
    그래서 나는 떡볶이가 먹고싶었던 거에요.
    따끈한 오뎅 국물과 함께 만두도 먹고 싶었던거죠.
    이제 시간이 지나 모두 문 닫고
    아무도 없어요, 이 거리엔 정가만 받는
    별로 편하지 않은 편의점 불빛만 가득하고 지금쯤
    그 곳도 들어가면 졸음에 감겨지는 눈을 억지로 뜨고 있는
    알바생이 사무적으로 인사하겠죠, 어서오세요.

    싫어라 싫어라 싫어라 모든게 싫어라
    최소한 나한테만은 가식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은 하지만 나조차도 모든 이에게 가식적인걸.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맞는 역할 놀이를 하고 있는 거죠.
    역할에 맞는 연기를 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거에요,
    이 사람에겐 이런 역할을, 저 사람에겐 저런 역할을,
    평생 그러고 살아가는 거에요
    죽을 때라도 솔직해 질 수 있을까요, 단 한 순간이라도.
    너무너무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이제 취기가 올라오는 걸 보니 취했나봐요.
    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 편
    이를 닦아야 앞으로 고생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가증스러운 계산이 먼저 드네요.
    언제쯤 나는 감정을 앞세워,
    그래, 이렇게 하고 싶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을까 싶네요.
    이미 세상에 버림받았다 생각하는 내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우스워요.
    젠장,
    이젠 다 집어치우고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싶어요.
    딸기맛 포도맛 초컬릿 맛 바닐라 맛이 첨가되지 않은
    에베레스트나 북극 남극의 빙하로 만든
    백 퍼센스 순수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요.
    너무 큰 욕심인 줄 알면서도 나는
    갠지스 강에 떠내려 오는 작은 빙하 조각을 맛 보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그처럼 하찮은 것도 없죠.
    사실 따지고 보면 모기 눈알만큼이나 가치 없는 거에요.
    고흐는 살아 있을 때 그림 하나 팔 수 없었고,
    슈베르트는 작은 다락방에서 굶어 죽었어요.
    테슬라는 말년을 노숙자로 살았고
    까미유는 미쳤다고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았죠.
    어떻게 보면 삶은 그런 거에요,
    커트 코베인처럼 끝내는 것이 답일 수 있어요,
    그렇게 유명하진 않다 하더라도.
    유명인의 일대기에서 배울 점은 그런 것이죠.
    그래요 이젠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요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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