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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자전거 여행 (2005.08.02) 6/7해외여행/대마도 자전거 종단 2005 2007. 7. 2. 02:41
대마도 자전거 여행
(2005. 08. 02 ~ 2005. 08. 05)
6. 미우다 해수욕장
해변에서 노숙
西泊이라는 곳에서부터는 해 지고 나서 어두울 때 이동했으므로 사진이 없다.
삼각대도 없었고,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기 때문에 깜깜한 밤에 사진을 찍기란 힘든 일이었다.
몇 장 찍기는 했지만 깜깜한 어둠 속에 불빛만 겨우 찍혔을 뿐이므로, 사진으로 가치가 없는 것들 뿐이다.
실제로도 불빛이 워낙 없어서 속력을 거의 못 내고 다녔는데,
어둠 속에서 조급한 마음까지 겹쳐 답답한 심정이었다.
어쨌든 삼거리 쯤에 이정표가 서 있었는데, 그 이정표 중 하나에 국민숙사(國民宿舍)라는 글이 보였다.
지도에도 이 이름이 나타나 있었으니, 일단은 이 곳을 가 보기로 했다.
국민숙사는 해안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일종의 호텔 같은 건물이었다.
(일종의 호텔이 아니라 호텔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방 안에서 먼 바다를 내다 볼 수 있어서 꽤 비싸겠거니 싶었지만, 일단 들어가봤다.
프론터에 가니 건장한 몸의 아저씨가 있었고, 오늘 하루 묵을 방이 있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오늘은 빈 방이 하나도 없단다.
있어도 가격 때문에 좀 망설였겠지만, 일단 방이 없다니 막막해졌다.
혹시 히타카츠 시내에 비즈니스 호텔 같은 게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이젠 정말 할 수 없다, 되든 안 되든 미우다 캠프장까지 가는 수 밖에.
국민숙사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하진 않을 만 한 길이었다.
가로등은 있었지만, 어둠이 짙으니 내리막길이라고 마구 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방도 없는데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다.
미우다 캠프장으로 가는 길 옆쪽에 민숙집이 하나 있긴 있었는데,
불이 다 꺼져 있는 걸로 봐서는 벌써 모두들 자나 보다.
아직 아홉 시도 안 됐는데 가게들도 다들 문 닫을 채비를 하는 중이다.
깜깜한 밤에 또 산길을 하나 올랐다.
대낮에도 길을 잘 못 찾아 헤매는 편이라 밤이 되니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 길만 따라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불빛도 없는 캄캄한 밤길을 혼자 열심히 달리는데, 커브길 옆쪽에 집이 하나 나왔다.
사람들 소리로 북적거리길래 일단 한 번 가 봤더니, 대충 열 명 쯤 되는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였다.
마침 밖에 아저씨 두 분이 나와 있길래 여기도 민박이냐고, 근처에 빈 방이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양산인가 울산인가에서 단체로 놀러 왔다고 하는데,
근처에 다른 집은 없고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그 집 하나뿐이란다.
미리 예약하고 빌려서 온 거라고 하는데, 콘도나 별장 개념이 아닐까 싶다.
이 야밤에 자전거를 끌고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오늘 묵을 곳을 찾아서 캠프장에 가 보긴 하는데 거기도 문 닫았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캠프장에서 묵을 곳이 없으면 여기서 자라고 하신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정 잘 곳이 없으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길을 떠났다.
사실, 말은 너무 고마웠지만, 방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나까지 끼여 자기는 좀 뭐했다.
한 두 사람이면 몰라도, 저렇게 많은 일행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끼이면 분위기도 안 좋아질 테고.
오르막을 계속 오르다 보니 해안선 따라서 평평한 길이 나왔고, 멀리 오징어 잡이 어선들 불빛이 보였다.
그나마 그 불빛 때문에 길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야간주행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후레쉬 같은 걸 챙겨오지 않은 잘못이 크다.
서서히 내리막길이 시작되더니, 갑자기 탁 트인 장소가 나타났다.
한 눈에 보기에도 미우다 해수욕장이었다.
관리 사무소와 화장실, 샤워실 등의 건물들이 보였고,
그 위에는 온천인지 목욕탕인지 건물 하나가 아직 영업 중이었다.
일단 관리실로 가 보니, 당연히 문이 잠겨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맥이 탁 풀렸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페달을 밟고 온 보람도 없이 관리소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조금 있으니 온천욕탕 건물도 불이 꺼지면서 영업을 종료했다.
나중에 보니, 그 곳 영업 종료 시간은 아홉 시라고 적혀 있었다.
밤 아홉 시.
모든 영업 종료.
중간에 딱히 쉴 곳이 없어서 이렇게 무리하게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아무 대책도 없이 전진만 계속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다음부턴 예약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보면,
난 아무래도 예약하고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사이인 것이 틀림없다.
캠프장은 관리사무소와 온천탕보다 더 위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일단 무작정 캠프장으로 올라갔다.
바닷가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고, 캠프장에서도 고기 구워먹고 노는 사람들이 많았다.
캠프장에는 아소 베이 파크와 비슷한 크기의 A형 텐트가 설치돼 있었는데,
대충 봐도 서른 개 정도는 돼 보였다.
캠프장에서 캠프 하는 사람들 수는 모두 합쳐 약 오십 여명 정도 돼 보였고,
모두 한국 사람들인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고기 구워 먹는 모습을 보니까 배가 고파졌다.
일단 다 제쳐두고 식사부터 해결할 요량으로 취사대 쪽으로 갔다.
일단 배부터 채워야 뭘 해도 하지.
한쪽 옆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짐을 풀어 라면을 끓여 먹었다.
미소 라면인 듯한 노란 봉지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국물이 꼭 곰탕 같은데 조금 더 느끼하다.
배가 고파서 국물까지 다 마시기는 했지만, 기름기가 좀 많은 편이어서 느끼했다.
어쨌든 배도 채웠으니 다시 잠 잘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캠프장 앞쪽에 무슨 공원이라고 적혀 있는 넓은 잔디밭이 하나 있었다.
거기 텐트 친 사람들이 한 팀 있길래, 일단 가서 물어봤다.
큰 텐트 하나에 어른 아이 합쳐서 약 열 명 정도가 들어 앉았는데, 일본인들이었다.
텐트를 직접 가져온 사람은 여기다 텐트 치면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된단다.
근데 관리소에 돈 주고 허락 받고 쳐야 한단다.
늦게 도착해서 관리소 문이 닫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자,
이쁘장하게 생긴 아줌마 두 명은 '일단 텐트 치고 내일 아침에 돈 주면 되겠네'라고 말 했는데,
갑자기 옆에서 고지식하게 생긴 아저씨 한 분이 '안돼!'라고 버럭 고함친다. ㅡ.ㅡ;
규칙을 지켜야 한단다. ㅡ.ㅡ;;;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서 무척 피곤하기도 했고, 이 밤에 잘 곳도 못 구해 막막하기도 해서,
마음 같아서는 '여기가 아저씨 공원이에요?'라고 나도 덩달아 버럭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따질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 안 된다. ㅠ.ㅠ
'고꼬와 아나따와 코엔데스까?'라고 하면 될라나? 뭔가 모자란 듯 하고 유치할 듯 싶다.
적당히 상대방 기분 망칠 정도의 일본어 한 마디 정도는 나도 알긴 하지만,
안 그래도 피곤한데 사람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어쩔 줄 몰라서 당황스러워하는 두 아줌마를 뒤로하고 그냥 조용히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사실 그런 말 무시하고 그냥 텐트 치고 일단 그냥 자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도 해 봤다.
그런데 일단은 이 야밤에 혼자 텐트를 제대로 칠 수 있을 지가 걱정되었고,
무엇보다도 관리하는 사람이 아까 그 아저씨 같은 사람이면 어쩌나 싶었다.
아침부터 그런 식으로 기분을 망치면 하루를 다 망치는 셈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여행에서는 웬만하면 아침부터 기분 망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며 캠프장 식수대에서 물을 떠 마시며 어슬렁거리다가,
한 텐트 앞에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국인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여차저차해서 지금 이런 상황인데,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했더니,
여기 설치된 텐트들 중에서 사람이 들어 있는 텐트는 반 정도란다.
나머지는 비어 있다는 말이다.
오호~
그래, 이런 텐트는 하룻밤 자는데 값이 비싸니까 내일 아침에 돈 주면 별 말 안 할거야.
라는 생각으로 빈 텐트 하나를 찾아서 일단 드러누웠다.
아소 베이 파크처럼 나무로 된 판자 위에 텐트가 설치 돼 있었고,
크기도 그와 비슷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텐트가 큰 건 좋은데 너무 두꺼운 소재라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서 더웠다.
밖에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데, 텐트 안은 거의 바람이 들어 오질 않는다.
모기 때문에 방충망까지 열 수는 없어서, 더 많은 바람을 들이는 건 무리였다.
바람이 잘 통하질 않으니 땅에서 올라 오는 습기까지 가세해서,
텐트 안은 찜통까지는 아니었지만 누워 있으면 은근히 후텁지근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그런 상태였다.
게다가 완전히 허락 받은 곳이 아니라서 도둑잠을 자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조금 누워 있다가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서 텐트를 박차고 나왔다.
'그래, 좀 불편해도 시원하게 맘 편하게 자는 게 좋겠다.'
괜히 텐트에서 불안하게 자면서 잠은 잠대로 못 자고, 돈은 돈대로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바닷가로 내려갔다.
백사장 뒤쪽에 시멘트로 만들어진 계단에 조그만 비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텐트 칠 때 바닥에 까는 돗자리였다.
이불 대신 비닐 비옷을 덮고 누우니 그럭저럭 잠자리 꼴을 갖춘 셈이다.
맑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빛났고, 바로 옆에서는 파도소리가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먼 발치에서 오징어 잡이 어선의 불빛이 바다에서 빛나는 별처럼 밝혀져 있었다.
모기향도 피웠는데, 그것 때문인지 바닷바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기는 별로 없었다.
가끔 모레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대마도의 마지막 밤을 바닷가에서 노숙을 하게 됐다.
별빛과 불빛과 바다를 보며 어느새 잠이 들었고,
바닷가에서 잔 만큼 누구보다도 먼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모두 잠든 새벽
먼 하늘이 어스름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수평선에 붉은 빛이 감돌고, 하늘은 점점 검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대충 한 서너 시간 쯤 잤을까.
평소 같으면 아직 한밤중이었을 시간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일찍 잠자리에 들긴 했지만, 충분하다고 할 만한 잠은 자지 못했다.
어선들이 돌아오는 소리도 어렴풋이 들었을 정도니까, 한참 동안 잠을 깨고도 누워 있었던 거였다.
더 누워 있어 봤자 잠도 못 잘 터이니 길을 떠나는 게 낫지 싶었다.
떠나면서 캠프장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나중에 낮에 다시 찾아오면 이 곳 모습을 많이 찍어 가야지하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기회는 찾아오지 않아서 이 곳 사진은 몇 장 없다.
사진 앞쪽 산으로 뻗은 길이 어젯밤에 내가 온 길이다.
이 반대편 쪽으로 다시 언덕이 있고 길은 계속되는데,
새벽에 나는 왔던 길로 돌아가지 않고, 반대쪽 길로 계속 나아갔다.
부산에서 왕복 표를 예매했는데, 돌아가는 선편은 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배표 교환권을 주었다.
인적사항과 출발일, 시간 등이 적힌 종이였는데, 그걸 당일 날 배표로 바꿔야 탑승이 가능하다.
그 교환권에 적힌 배 출발 시간은 오후 두 시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날은 성수기라서 히타카츠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가 하루에 두 편 운항 될 예정이었다.
내가 예매한 시간의 배편이 취소되어서 다섯 시 반 배편으로 돌아왔지만,
이 새벽에만 해도 그런 사실을 미리 알 수는 없었다.
지금 해가 뜨고 있으니 대충 여섯 시나 일곱 시 쯤 되었을 거고,
낮 두 시 까지 히타카츠항 터미널에 도착하면 되니까
대마도 북쪽 끄트머리를 한 바퀴 빙 돌아서 히타카츠로 들어가자 라는 계산을 했다.
미리 배편이 취소된 것을 알았더라면 좀 더 느긋하게 돌아봤을 테지만,
오후 두 시 까지라는 시간에 맞춰 조금은 시간에 쫓기듯 이동해야만 했다.
그래도 길 가던 도중에 조그만 백사장에서 쉬기도 하는 등, 그리 촉박한 여정은 아니었다.
도로 가에 나 있는 샛길로 들어가니 아주 조그만 백사장이 하나 있었는데,
양쪽에 절벽이 있어서 아담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 한동안 앉아 쉬었다.
백사장에 퍼져 앉았더니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았는데,
그때 내 눈 앞을 쪼르르 지나치는 뭔가가 있었다.
따라 가 보니 조그맣고 빨간 게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가니 풀숲에 숨어서 몸을 움츠리고 꼼짝도 안 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조그만 게 한 마리로 졸음을 쫓고 다시 길을 떠났는데,
가다 보니 차도에도 이런 게들이 많이 나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를 몰고 가면서도 밟히지 않을까 걱정 해 가며 피해 다닐 정도였는데,
자동차라도 한 대 지나가면 모두들 바퀴에 깔려 죽을 것 같다.
왜 차도까지 기어 올라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너무 위험해 보였다.
아침부터 내 자전거 바퀴에 게가 깔려 죽으면 기분이 상할 것 같아서
무척 조심해서 자전거를 몰았다.
자동차 하나 없는 새벽 길을 기어가듯 가자니 갑갑하기도 했는데,
아마 나는 이래저래 속도감 있는 자전거 타기와는 인연이 없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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