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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11.29) 3/6
    국내여행/부산 2007. 7. 2. 16:08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 11. 29 ~ 2005. 11. 30)
    3/6



    [대구 북부터미널 16:38 -> 왜관 북부터미널 17:20]
    (250, 2000)



    대구에서 왜관 가는 버스는 특이하게도 후불제였다.
    여기 말고는 모든 버스가 카드나 현금 혹은 버스표를 미리 내는 방식인데,
    여기만은 나중에 내릴 때 요금을 내는 방식이었다.

    중간에 타는 사람들은 선불로 돈을 내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멀리 가는 사람들만 나중에 내릴 때 돈을 내는 건 가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관 북부터미널은 그냥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름하고 조그만 터미널이었다.
    여기서는 버스 시간 때문에 사진도 못 찍고 바로 다음 버스를 올라 탔다.



    시간이야 많지만 자금이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많이 가서
    1박 2일 일정에 맞게 서울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하기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상관 없이
    다음 버스가 있으면 구경은 뒤로 하고 일단 냉큼 올라 타기 바빴다.

    이미 해가 저물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 진 탓도 있어서,
    아직 반도 못 갔는데 여기서 발이 묶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봤자 많이 더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조급하게 출발하고 말았다.

    어차피 김천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버스 하나 보내고 몇 십 분 만이라도
    왜관을 조금 구경하는 것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관 북부터미널 17:25 -> 구미역 18:30]
    (11, 1800)



    왜관 북부터미널에서 탄 11번 버스의 행선지는 구미역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구미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와서 내렸지만 역은 구경도 못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걸어 들어 가야 나오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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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구미 중앙시장이라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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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입구라는 것을 말 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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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차한 곳에서 바로 다음 버스를 타면 되기 때문에
    어디 멀리 구경하러 갈 수는 없었고, 그냥 정류소 주위만 조금 돌아보았다.



    점포정리라는 플랜카드와 함께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을 파는 저 가게,
    점포정리인데 어째서 시기에 딱 맞는 저런 상품들을 팔 수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IMF 이후에 반짝 유행하다가 지금은 많이 자취를 감춘,
    365일 내내 점포정리중인 그런 가게일까? ㅡ.ㅡ;

    IMF 때는 정말 가관이었지만, 지금도 심심찮게 그런 가게들이 길 가다보면 보인다.

    일년 내내 점포정리 중인 가게라든지, 일년 내내 부도 대처분하는 공장이라든지,
    일년 내내 업종 변경한다고 세일중인 가게 등 이제 홍보방법을 조금 바꿀 때도 됐건만
    의외로 그런게 먹히긴 먹히나보다.
    그러니 계속 그런 홍보를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저 가게는 진짜로 점포정리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냥 점포정리라는 플랜카드를 보고 내 마음대로 상상 해 본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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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해가 져서 어둠 깔린 아스팔트 위로 달려온 좌석버스를 타고
    이번엔 김천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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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를 별 말 없이 그냥 덤덤하게 통과하는 것은,
    구미는 각종 공장과 회사들 때문에 공기가 탁해서 싫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기 시장쪽은 좀 나은 편인데, 구미역 근처는 정말 내리기도 싫을 정도.
    구미 사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냥 내 편견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구미역 18:35 -> 김천 터미널 19:10]
    (556, 2200)



    김천 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 10분.

    왠만하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다음 행선지로 향했을 텐데,
    다음 행선지가 추풍령인 관계로 여기서 일단 하룻밤 묵기로 결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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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추풍령같은 작은 마을보다는 김천이 잘 곳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그 생각이 맞긴 했지만 그리 탁월한 선택은 아니었다.
    차라리 구미에서 잠자리를 구하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 거라고
    몇 시간 후에 후회를 하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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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 터미널에 내려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백화점 규모의 농협.
    내가 본 농협 중에 가장 큰 농협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들도 팔고 있어서,
    여기선 농협이 거의 백화점처럼 이용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단 터미널 옆에 있는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과 라면 한 그릇을 먹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먹은 거라곤 물 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오늘의 한 끼를 먹는 순간이었다.

    이 즘 되니 배도 안 고프고,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지만,
    그래도 억지로라도 퍼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들어가서 먹었다.
    (어느 정도 음식을 조절하지 않으면 폭식과 거식의 양 극단을 잘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김천은 특이하게도 기차길을 중간에 두고 도시가 둘로 나뉘어져 있다.
    김천역이 있는 쪽이 좀 번화한 동네인 것 같고, 반대쪽은 비교적 덜 번화한 곳인 듯 싶다.

    김천 터미널은 김천역 반대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김천역으로 가려면 엄청난(!) 길이의 육교를 통해 기차길 위를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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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어림짐작으로도 이백 미터는 넘어 보이는 육교를 건너면 김천역이 보인다.

    육교 위를 걸어가는데 바닥이 출렁거리는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바닥이 흔들려야 바람에도 강하고 오히려 잘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걷는데 바닥이 흔들리면 곧 무너질 듯 한 느낌이 들어 영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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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대단한 육교였지만, 다시는 건너고 싶지 않은 느낌.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이 육교를 네 번 정도 왔다갔다 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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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육교를 건너면 바로 김천역이 보이고,
    김천역 길 건너편으로는 번화가가 형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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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 계획으로는 적당한 여관에 방을 잡고 느긋하게 동네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여관들이 들어선 골목으로 들어가니 아줌마들이 달려 나와서는 아가씨 타령을 한다.
    '아가씨 있으니까 자고 가~'

    보통 기차역 주변에는 이런 집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여관은 그냥 혼자 자기엔 그리 좋은 곳이 못 된다.
    시설은 안 좋고, 값은 비싸고, 조용히 자기도 힘든 것이 보통이니까.

    장사가 잘 안 되는지 여러 아줌마들이 나만 잡고 늘어진다. ㅠ.ㅠ
    그도 그럴 것이, 지나다니는 행인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였다.

    일단 이 아줌마들을 피하기 위해서 아무데나 발길 가는 데로 갔는데,
    어느 순간 눈 앞에 삐까번쩍한 건물 하나가 떡 하니 서 있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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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입구에서 처음 올려다 봤을 땐 호텔인 줄 알았다.

    '그래, 김천의 삐까번쩍한 호텔은 어떤 시설에 값은 얼만지 알아나 보자'
    라는 생각으로 겁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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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뭔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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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걱! OTL

    말도 안 돼!
    이런 삐까번쩍한 건물이 도서관이라니...
    전혀 학구적이지가 않잖아!!! ㅡ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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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들어온 뒷문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지만,
    반대편으로 나가 보니 정문에는 큼지막하게 '김천시립도서관'이라고 적혀 있었다.

    창 가 쪽으로 의자와 탁자가 놓여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고,
    6층 즘에는 전망대도 있었다.

    문 닫을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전망대 출입구는 잠궈 놨던데
    문 열려 있을 때 가 보면 김천 시내가 한 눈에 다 보일 듯 싶었다.

    더 예쁜 도서관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세상에 이런 화려한 조명과 특이한 건물의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약간 충격이었다.



    시립도서관이 있는 이쪽 동네에는 CGV 극장이 있을 정도로 번화가였다.

    이 즘에서 숙소를 잡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여러 여관들을 돌아다녔는데,
    일단 혼자서 자도 2만 5천 원을 내란다.

    숙소들끼리 다 짰는지 몰라도 어딜 가도 그 가격이고,
    기껏 깎는다고 깎아도 2만 원이 최저가였다.

    여관이나 모텔이라는 간판은 내걸고 있지만,
    부산에 비하면 민박집 수준 밖에 안 되는 곳에 그 돈을 주고 자기는 싫었다.

    그래서 이날 밤, 최소한 열 군데가 넘는 숙소에 가격을 물어보고 다녔는데,
    이때 숙소 주인들이 너무나 불친절해서 김천이라는 도시 이미지까지 구겨져 버렸다.



    그냥 값만 물어보고 나오는데도 뒤에서 욕을 하질 않나,
    얼마 생각하고 있냐고 묻길래 2만 원에서 조금이라도 싸면 자겠다고 하니깐
    문을 쾅 닫고는 뭐라뭐라 중얼거리질 않나,
    혼자 잔다고 미리 말 했는데도 자꾸 아가씨까지 넣어서 싸게 해 준다고 하질 않나...

    반 정도는 그냥 얼마인지 가르쳐 주고 끝 났지만,
    반 정도는 욕을 하거나 이상한 소릴 하거나 해서 무척 기분이 나빴다.

    안 그래도 없는 자금에 편하게 아무 데나 숙소를 정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좀 한심해 보여서 기분이 좋지 않은 데다가
    그런 소리까지 들으니 엄청 화가 났다.

    평범한 사람도 욱 하는 순간에 충분히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불친절하지 않았던 절반의 업소 주인들에겐 미안하지만,
     불친절한 사람들도 반을 차지했기 때문에
     도시 이미지를 망치기엔 충분한 숫자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되니까 김천이라는 곳은 나름대로
    먹고 살 만한 사람들만 사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같으면 방을 텅 빈 채로 놀려 두느니
    싸게라도 한 사람 채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싸게 들여보낸다 해도, 한 사람이 전기나 물을 쓰면 얼마나 쓸 텐가.
    일부러 낭비 하지 않는 이상 하룻밤에 만 원 어치 쓰긴 힘 들 테다.

    김천역에 노숙자가 없는 것이나, 여관 주인들 하는 행동을 봐서는
    김천은 아직 그다지 먹고 살기 힘든 동네는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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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차저차 하다보니 김천 어느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이마트까지 와 버렸다.
    김천역에서 여기까지는 걸어서 가기엔 꽤 먼 거리지만
    기분이 많이 상한 상태여서 한 없이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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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버스 터미널 쪽으로 향하다 보니 시민공원이 있어서,
    아무도 없는 공원 한 복판에 앉아 물과 함께
    집에서 가져온 다 말라버린 빵을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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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이만 원 주고 들어가서 다 잊고 편하게 잠이나 잘까,
     괜히 기분 상해 있어 봤자 나만 여행 하는데 지장 있을 뿐인데...
     아냐, 그런 업소에 돈을 주느니 차라리 이 공원에서 자는 게 낫지!'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원 한 가운데 앉아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여차하면 그냥 공원 벤치에서 잠을 청하기로 맘 먹고
    공원 여기저기를 둘러 보며 잠깐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주위에 바람막이 될 만 한 것이 없어서
    한 십 분 걸어다니니까 얼어 죽을 것 같다. ㅠ.ㅠ



    이미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아까 그 역으로 통하는 육교를
    네 번 이상 왔다갔다 한 상태였다.

    김천 지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김천 끝에서 끝까지를 아마 한 바퀴는 빙 돌지 않았나 싶다.

    이제 더이상 대책이 없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버스 터미널이나 기차역 대합실에서
    자는게 낫겠다고 결심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 눈 앞에 나타난 반가운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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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찜질방이다! 만세!!! ㅠ0ㅠ/

    버스터미널에서 시민공원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있는 거 였는데,
    김천 시내 한 바퀴를 빙 돌고 나서 이제서야 발견하게 됐다.

    가격은 육천 원이고 시설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결국 이날 밤은 대합실에서 춥게 지내지 않아도 됐고,
    맘에 안 드는 업소 주인에게 돈을 주고 숙박하지 않아도 됐다.

    찜질방이 있어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돌아다닌 바로는 이 찜질방이 김천의 유일한 찜질방이지 않나 싶다.
     이 찜질방 앞쪽에 레포츠 센터가 있긴 한데, 그건 찜질방은 없는 것 같았다.)




    - 찜질방 외전 -


    사실은 이 찜질방이 내 평생 두 번째 가 보는 찜질방이었다.
    목욕탕은 자주 가지만, 찜질방은 처음 가 보고는 분위기가 맘에 안 들어 잘 안 간다.
    (우리 동네 찜질방은 유니폼(?)이 왜 그리 얇은지 모르겠다. ㅠ.ㅠ)

    그래서 찜질방 분위기를 잘 모르는데,
    지금 말하는 것도 여기만 그런 건지 다른 찜질방도 다 그런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찜질방에서 보고 들은 것이 내 나름대로는 신기했기에 말 해 보려 한다.



    여기 찜질방은 한달 내내 들어 올 수 있는 정기권을 할인해서 팔고 있었다.

    정기권을 파는 것 까지야 우리 동네 찜질방도 그러고 있으니 신기할 것 없지만,
    찜질방을 장기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대부분 이 근처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장기 숙식을 하고 있었다.

    얼핏 들어보니 신용불량자로 이런 곳을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도 있고,
    월셋방 구할 형편도 되지 않아 찜질방에 매일 밤 들어와 잠을 자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출한 듯 보이는 소녀들도 있었고, 출장 와서 여기를 숙소로 삼은 사람도 있었다.

    (출장 와서 찜질방에서 자는 사람은 회사에서 돈을 안 주기 때문일까,
     그 돈 모아 저축 하기 위해서일까? 어쨌든 전화통화를 들으니 출장이었다.)



    이런 광경이 비단 여기 뿐만 아니라 다른 찜질방도 다 그런 걸까?
    이런 장기 숙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여행 가서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찜질방을 이용한다는 것은 나도 잘 안다.

    찜질방이 점점 원래 목적보다는 외국의 도미토리 개념이 되어 가는 듯 싶다.
    즉, 모르는 사람들과 집단으로 (그것도 남녀 구분도 없이) 잠을 자는 대신,
    저렴하게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싼 숙소로써 활용 되는 상황.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서 허름한 월셋방이나 고시원도
    구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보증금 없고 싸면서도 언제든 나갈 수 있는
    그런 장기 숙박 장소의 개념으로 확장 되는 듯 하다.

    환영해야 할 지, 싫어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씁쓸한 느낌.

    첨단산업이 화려하게 빛을 내며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가난은 풍요로 발전하지 않고 그 자체로 업그레이드 한,
    또 다른 모습의 가난으로 계속 존재하는 이 세상의 일 면을 보는 듯 하다.

    세상의 풍요와 화려함은 한낮 허상에 지나지 않는
    신기루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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