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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11.29) 4/6
    국내여행/부산 2007. 7. 2. 16:15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 11. 29 ~ 2005. 11. 30)
    4/6



    --- 둘째날 ---


    첫째날은 새벽에 일어나 하루종일 버스에 시달리며 길을 달렸다.
    또 김천 시내에서 싼 숙소를 찾아 몇 시간씩 추위에 떨며 돌아다니다가
    결국 찜질방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따뜻한 찜질방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가만 있어도 얼핏얼핏 들리는 사람들의 얘기 속에서 묻어나는
    여러가지 사는 모습들을 주워 듣느라 그랬던 것도 있지만,
    워낙에 건조한 곳을 싫어하는 탓에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안 그래도 건조한 곳이라 물 마시러 왔다 갔다 하느라 잠을 설친 데다가
    한 젊은 여자가 밤 늦게 몇 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하는 바람에 신경이 거슬려서
    고작 두어 시간 잠시 깜빡하고 잠 들었다 깨고 말았다.



    이런 컨디션으로 다시 길 떠날 생각을 하니 찝찝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신 없을 때는 사고도 잘 일어나니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이왕 떠날 거라면 일찍 떠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새벽 6시에 목욕탕 문 열자 마자 들어가 씻었다.

    이왕 돈 내고 들어온 찜질방이니 아침 목욕으로 또 본전 뽑고,
    어제 산 생수통에 물도 채워 넣은 다음 밖으로 나왔다.



    쌀쌀한 아침 공기가 피곤한 몸을 파고 들었고,
    어제 언 몸으로 너무 걸어 다녀 그런지 무릎도 욱신거렸다.

    아침을 잘 안 먹지만 일단 빈 속으로 파고 드는 추위를
    그대로 놔 두면 안 될 듯 싶었다.
    게다가 어제 하루 종일 굶은 것을 생각하니
    시간 있을 때 한 끼라도 제대로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찜질방 바로 옆에 24시간 해장국 집이 보이길래 설렁탕 한 그릇을 먹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처럼 바람 많이 부는 추운 날씨로 아침을 맞이했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설렁탕 한 그릇에 몸이 녹는 듯 하다.

    몸이 녹으니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한다는 게 문제였지만,
    어쨌든 배가 차고 몸이 따뜻해지니 움직일 기운이 났다.



    [김천 터미널 08:20 -> 추풍령 08:45]
    (-, 1500)


    오늘의 시작점은 어제 도착한 바로 그 김천 터미널에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간표를 보니 40분 쯤에 추풍령 가는 좌석 시내버스가 있었다.
    대충 시간 맞춰 잘 왔다 싶어서 매표소에 가서 한 아저씨께 표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이 아저씨, 나름대로 친절하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신다.
    추풍령 지나 영동으로 갈 거라고 했더니,
    추풍령에서는 영동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하신다. 0.0;;;

    미리 조사한 것과는 다른 말이 나와서 순간 당황스러웠다.

    워낙 시골 버스편이 변동도 많고 없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하니,
    이제 추풍령에서 영동 가는 버스는 없어졌나보다,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는 황간에서는 영동 가는 시내버스가 있으니 황간으로 가라고 하신다.
    물론, 황간 가는 버스는 직행 고속버스.



    아, 이런!
    여기까지 왔는데 안타깝게도 시내버스 여행이 이렇게 끝 나 버리고 마는 건가.
    나중에 사람들에게 시내버스로 서울까지 가는 건 불가능했다고 말 해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에 잠시 표 사기를 미루고 다른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했지만,
    차편이 없다는 데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지금 막 부시시 걸어 나와 먹은 아침에 슬슬 잠이 오는 상태 아닌가.

    고민 해도 별 수가 없다 싶어, 일단 황간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그런데 황간 가는 버스표를 끊고 대합실 의자에 앉아 다시 생각을 해 보니,
    아직 이른 아침 잠이 덜 깨서 괜한 짓을 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침이니 아직 시간은 넉넉하니,
    잘 못 들어가서 차편이 연결 되지 않으면 다시 나오면 될 게 아닌가.
    찬 바람을 쐬니까 이제야 좀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나보다.

    그래, 일단 차편이 있든 없든 추풍령으로 가고 보는거다.



    다시 아저씨께 가서, 일단 무조건 추풍령으로 가 보겠다고 말씀 드렸다.
    굳이 추풍령을 가겠다면 표는 끊어 주겠지만, 차편은 없을 거라고 걱정하셨다.

    결국엔 잘 못 된 정보라는 것이 추풍령에서 밝혀졌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친절함을 보여 주신 아저씨께 감사 드릴 수 밖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서 또 한 가지 실수를 했는데, 애초에 매표소에서 표를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추풍령 가는 시내버스는 분명히 40분인가 45분인가라고 시간표에 적혀 있었는데,
    표를 바꿔 주신 아저씨께서는 20분 차니까 빨리 나가 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적어 놓은 시간표에 변동이 있었나보다 하고 나가봤더니,
    기다리고 있는 차는 추풍령 가는 완행 고속버스였다. ㅠ.ㅠ



    바로 옆에 시내버스가 서 있는데,
    그건 표를 안 끊고 그냥 현금을 바로 내고 타는 것 아닌가.

    이왕 표를 끊었으니 다시 현금 내고 시내버스를 탈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아침부터 또 이런 일로 아저씨께 가서 돈으로 환불해 달라기도 뭣 하고...

    어쩔 수 없이 눈 앞에 추풍령 가는 시내버스를 보고서도
    그냥 완행버스를 타고 말았다.

    이래저래 잠이 덜 깬 바람에 여러모로 아침부터 실수 연발이었다.



    어쨌든 김천에서 추풍령 가는 시내버스는 하루에 다섯 대 정도 있으니 연결은 된다.
    시내버스로 연결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그냥 대충 봐 주길 바란다. ㅠ.ㅠ




    [추풍령 10:00 -> 영동 10:40]
    (-, 2100)



    버스는 잘 닦여진 국도를 잠시 달리더니 곧 추풍령 터미널(?)에 도착했다.

    조그만 수퍼 뒷편 공터가 버스 승강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는데,
    이 수퍼에서는 버스표도 팔고,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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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시내버스가 오는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한 시간 쯤 동네 구경을 하기로 맘 먹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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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표 파는 수퍼 옆에는 추풍장이라는 조그만 여관이 있었다.
    가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추풍령에 가도 숙박을 해결할 수는 있을 듯 싶다.



    내 머릿속의 추풍령은 왠지 높은 곳에 있고 바람도 많이 불 것 같은 그런 곳이었는데,
    그 생각과는 다르게 그다지 높은 곳은 아닌 듯 싶다.
    다만 주변에 바람막이가 될 만 한 것이 없어서 바람은 많이 불었다.

    왕복 일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상가가 쭉 나열해 있고 그 뒷편으로 주택가가 있는데,
    마을 옆으로 고속도로와 기차길이 지나가지만, 마을 규모는 생각보다 작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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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쪽에는 다 쓰러져가는, 문풍지도 다 찢어진 기와집이 있는 반면,
    한쪽으로는 빌라같은 건물과 호프집, 선물가게 등이 있는 것으로 봐서
    적당히 조금씩 새 것이 옛 것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중인가 보다.

    어느 정도 젊은 연령대가 없다면 선물가게 같은 게 있지도 않을 텐데,
    터미널에 버스 타러 나온 사람들을 봐도 그렇고
    여기는 아직 젊은 사람들이 꽤 있는 듯 싶다.



    바람 쐴 겸 나섰던 동네 구경은 추운 날씨 탓에 그리 멀리까지 가진 못했다.
    마을 밖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추수가 끝난 논밭이 펼쳐지기 때문에 바람막이가 없었던 것.
    그렇다고 마을 안에서 계속 돌아다니기엔 볼거리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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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도 여느 도시의 수퍼마켓 정도 규모와 맞먹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었다.

    요즘은 어느 농촌이든 왠만한 곳에는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어서 편리하다.
    돈 떨어져도 농협 현금 출납기가 있어서 편리하고.
    근데, 농협 하나로마트 때문에 조그만 수퍼들이 장사가 되려나 모르겠다.



    어릴 때 시골 외가댁에서 살았는데, 마을에 가게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고, 하나는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게는 수퍼 개념이었고, 먼 가게는 그야말로 구멍가게였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게의 물건값이 몇 십 원이라도 더 쌌다.

    그런데도 외할머니는 꼭 멀리 있는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셨고,
    내게도 항상 멀리 있는 그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도록 시키셨다.
    그 가게에서 산 물건은 마을 발전 기금으로 일부가 돌아온다고 하시면서.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를 못 읽어 혼자서는 전화도 못 거시는 분이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며 고무줄 하나를 사도 꼭 그 가게를 가시는 게 참 신기해 보였다.

    외할머니께서 보여 주신 예 처럼,
    시골의 작은 가게들도 그런 식으로 생존 전략을 짠다면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수퍼로 돌아가서 한쪽 구석에 놓아둔 의자에 앉았다.
    가만히 둘러보니 버스 시간표가 한쪽 벽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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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보드에 마카를 이용해 손으로 직접 써 놓은걸 보니,
    버스 시간이 수시로 바뀌는 가보다.

    실제로, 미리 조사해 간 버스 시간과 벽에 적혀 있는 버스 시간이 많이 달랐다.

    추풍령 가는 사람들은 준비 단계에서 조사한 버스 시간만 믿고 계획을 짜지 말고,
    미리 넉넉한 시간 여유를 두고 추풍령으로 향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방법일 듯 싶다.
    (사진에 보이는 시간표도 언제 또 바뀔지 모르니 그대로 계획을 짜면 낭패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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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퍼 출입구에는 옛날에 나도 자주 즐겼던 조그만 크기의 오락기가 세 개 있었다.

    그 중 사진에서 맨 왼쪽에 보이는 것은 최신식 오락기인가 보다.
    플스 쓰리가 아닐까. ㅡ.ㅡ;;;

    조종기가 걸작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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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가는 시내버스 버스표를 미리 끊어 두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수퍼에 버스 타러 오는 사람들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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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퍼 입구에 놓여 있는 각종 음료수 박스와 선물세트들을 보면서,
    먼지가 안 쌓인 걸 보면 곧장 팔리긴 하나본데 누가 저런 걸 사 가는지 궁금했다.
    그 위에 보이는 전국 지하철 노선도는 왜 여기 붙어 있을까 궁금했다.

    정말 시간이 많으니 별 개 다 궁금하기도 하다.



    어쨌든 이래저래 시간은 흘렀고, 영동 가는 시내버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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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100% 시내버스라 할 수 있겠네~ ^^

    아침부터 찝찝한 기분으로 출발하게 만들었던
    김천에서의 실수를 이렇게 만회 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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