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꽃지해수욕장 1/2 (2008 06 01)
어느 햇살 따가운 휴일날, 이름도 귀여운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갔다.
해나가 한국에 온 기념으로 한국의 미를 보여주고자(?) 마련한 여행이었는데,
사실은 그냥 인터넷으로 사람 좀 적고 예쁜 해수욕장으로 검색해서 나온 이름 중
이름이 독특하고 예쁘길래 그냥 '여기로 가자'라고 정해버린 것. ^^;
대전에서는 꽃지해수욕장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태안에 일단 내려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가도 후회하지 않을 만 한 곳이라 다행.
(서울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바로 가는 직행 버스가 있음)
일단 태안에 내려서 태안 시내 구경. 동네가 작고 썰렁해서 큰 재미는 없는데,
나름 돌아다니다 보니 제법 규모 있는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어서 장도 보고~
태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느 전봇대에 그려진 다소 우울한 꽃 그림.
이왕이면 모든 전봇대에 다 그렸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노닥거리다가 선발대로 온 사체소녀와 합류. 드디어 꽃지해수욕장으로 출발~
안면읍 승언리에서 서남쪽으로 약 4km 떨어진 승언리 4구에 위치한 꽃지 해수욕장은,
해안선의 길이가 약 5km에 달할 정도로 길고 넓다.
안면도 해변의 모래가 모두 유리의 원료인 규사이고, 이 곳 꽃지해수욕장 역시도 그렇다 한다.
어쩐지 그래서 그런지 모래가 다른 곳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느낌이 틀린 듯.
서해안이 다 그렇듯, 여기도 간만의 차가 심해서 바닷가에 텐트를 쳤다간 낭패 볼 수 있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물놀이 하기는 좋다고 한다.
물론 해안선 주변엔 횟집이 쭉 들어서 있고, 마을 쪽으로 들어가면 펜션이나 민박도 많다.
짠~ 꽃지해수욕장에 도착한 사체소녀.
태안에서 출발한 버스는 안면도 터미널에서 딱 섰는데,
꽃지 해수욕장은 그 터미널에서도 한참을 더 걸어가야 되는 곳이었다.
시내버스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걸어가면서 시내버스는 못 봤다.
한 마디로 자가용 없으면 조금 힘들게 걸어야 한다는 뜻.
그래도 걸을만 하다구요~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도착해서 물 빠진 해안선을 쭉 걸어나가 갯벌을 걸었는데,
그러다보니 뭔가 신기한 작업을 하고 계시는 아저씨들 발견.
처음엔 '이게 무슨 생물체지?'하고 의아했는데, 맛조개라고. 포장마차에서 하나에 삼천 원 짜리란다.
삽으로 모래를 조심스럽게 삭삭 파 내다가, 구멍이 보이면 맛조개가 숨어있는 것.
그럼 그 구멍에 소금을 살짝 뿌리면, 맛조개가 바닷물이 들어온 줄 알고는
구멍 밖으로 나온다. 그 때를 틈 타 재빨리 손으로 확 잡아 내는 것. 완전 수작업.
저녁 노을 구경하러 할랑할랑 놀러 나온 사람들도 지나가다가 신기하다고 다들 구경하고~
이걸 본 사체소녀는 자기도 잡겠다고 맛조개 잡기모드 돌입.
'한 마리 삼천원~ 차비 벌어 가야지~'라면서 돈 독이 오른 모습. ㅡㅅㅡ;;;
헌데, 맛조개를 잡기 위한 필수 준비물인 소금이 없다.
저~ 멀리 다른 곳에 자리 잡은 몇몇 처자들은 어디 멀리까지 가서 소금을 사 오던데,
귀찮은 우리는 그런 거 없다. 잡히면 잡히고, 안되면 말고...
그런 태도로 과연 맛조개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ㅁ;
신발도 벗어던지고 맛조개 잡기에 열중한 사체소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어느덧 해가 지는데... 사실 우리 해 지는 거 보러 나온 거잖아!!! ㅡㅅㅡ+
사진 찍기에 열중하고 있다가, '얘는 아직도 맛조개 잡고 있나?' 싶어서 둘러 봤더니...
맛조개는 포기하고 소라개를 가지고 괴롭히고 있는 사체소녀. ㅡㅅㅡ;;;
맛조개 못 잡은 걸 거기다가 화풀이 하는 거냐?
결국 맛조개는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ㅁ;
혹시나 여러분들 중에 안면도 쪽으로 놀러 갈 분들은, 소금을 꼭 챙겨 가세요~
이렇게 보는 것보다 직접 잡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어요~
나중에 해물탕에 들어서 나온 맛조개를 먹어 봤는데, 맛도 좋았구요~
(난 사실 맛조개라는 거, 여기서 처음 봤음.)
이제 가자~!
해가 기울어 어두워지고, 바닷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니
맛조개 잡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사체소녀도 드디어 맛조개 잡기 포기.
한 마리도 못 잡고 그냥 가는 게 그렇게 아쉬운지,
자기가 맛조개 잡던 작업장(?)에 자기 거라고 이름 써 놓는 센스. ㅡㅅㅡ;;;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어느 귀퉁이 갯벌에 사체소녀 이름 적혀 있는 곳에선
맛조개 잡지 마세요~ 사체소녀 구역이에요~ 걸리면 맞을 지도~ 훗 ^^;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던가~
뒤늦게 지나가다가 맛조개 잡기에 재미 붙인 사람들은
해가 지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갯벌어 코를 파묻고 계속 작업 중.
해수욕장이 대체로 저녁 즘 되면 물도 차갑고 해서 놀 것도 없고 그런데,
여기서는 맛조개 잡기 놀이를 할 수 있으니 밤낮으로 놀 수 있는 셈.
어쨌든 이렇게 맛조개와 씨름하다가 하루일정 끝~ ㅡㅅㅡ/
사체소녀는 안면도에서 이름을 남겼으니,
나는 사진을 남겨 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