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5
왕위앙의 한가한 오후
라오스의 수도인 위앙짠을 벗어나서 왕위앙, 루앙프라방, 루앙남타 등으로 가면 당황스러운 것이 하나 있는데, 가이드북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버스터미널이 생겨 있다는 것이다. 새로 생긴 버스터미널들은 마을에서 꽤 떨어져있는데, 그냥 떨어져있다기보다는 아예 인근 다른 마을에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2008년 현재, 론리플래닛을 비롯한 한국의 가이드북에서도 왕위앙, 루앙프라방, 루앙남타 등의 버스터미널이 마을 근처에 있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로컬버스를 타고 내릴 때 당황하는데, 애초에 버스에서 내리면 썽태우(툭툭)를 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편하다.
버스터미널들이 왜 그렇게도 먼 외곽으로 옮겨졌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떤 곳은 공항보다 버스터미널이 마을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한 외국인은 '툭툭 기사들의 로비일 거다'라고 말 했는데,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버스터미널에서 마을까지 가려면 썽태우를 탈 수 밖에 없으니 요금 또한 바가지다. 특히 외국인은 현지인보다 거의 두 배 정도 가격을 내게 하는데, 보통은 울며 겨자먹기로 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라오스는 툭툭(썽태우)기사들이 돈을 잘 버는 사람에 속한다. 어디서나 택시같은 종류의 운송수단 기사들이 가장 먼저 돈에 물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썽태우를 조금이라도 싸게 타려면, 버스에서 내려서 약간 여유를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대기해 있던 썽태우에 올라타고 마을로 향하는데, 뒤에 조금 빠져 있다가 막판 즘 돼서 올라타거나, 차 한 대 정도 보내고 나서 빈 차를 타게되면 현지인 가격으로 갈 수도 있다. 물론 그러다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이외에도 라오스는 가이드북과 맞지 않는 점이 아주 많고, 지도도 틀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이드북에 의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시장 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왕위앙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눈을 돌려, 마을로 시선을 향하면 황량한 모습들만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런 모습 또한 여유로움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라오스가 아닐까 싶다.
한 때는 상인들로 붐볐다는 왕위앙의 시장 터. 완전히 영업을 안 하게 된 건지, 잠시 쉬고 있는 건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여러가지 물건을 팔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노점들로 업종 전환을 해 버렸다. 아무래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장사 하는 것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 하는 것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럴테다.
여행자들이 여행에서 이런저런 영향을 받고 얻어오는 것이 있듯이, 현지인들도 이렇게 여행자들에게 영향을 받는다. 여행과 일상은 이렇게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데, 이런 식의 영향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르게 생각하면, 외국인 여행자들을 상대로 해서 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생활이 좀 더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터 근처에는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파는 노점들이 죽 늘어서있다. 한 낮에는 몇몇 노점들만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는데, 해 질 녘이 되면 모든 가게들이 문을 연다. 파는 음식들이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딱히 맛 있는 집도 없고, 맛 없는 집도 없다. 쌀국수나 볶음밥 같은 음식에 지쳤을 때 가끔씩 사 먹기는 좋은데, 가격은 당연히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싸지는 않다.
튜빙(tubing)을 하러 가는 사람들. 저 썽태우를 이용해서 강 상류로 올라간다. 그 후 썽태우 위에 실려있는 저 튜브를 타고 강을 흘러 내려오는 것이 전부다. 해 본 사람들은 의외로 재미있다고 말 했다. 이런 놀이는 모두 여행사에서 예약을 해야 즐길 수 있는데, 트래킹과 튜빙, 카약킹을 세트로 함께 즐기는 관광상품들이 많다.
라오스는 태국에 비해 개나 고양이가 별로 없는 편. 그리고 아주 다행인 것은, 태국 개에 비하면 라오스 개들은 아주 순한 편이다. 태국은 개 때문에 밤에 길거리 나다니기가 불안할 정도인데, 라오스는 그 정도는 아니다. 라오스에서 고양이들과 자주 놀았는데, 희한하게도 라오스 고양이들은 라오스 사람들 인상과 많이 닮아있다.
한 낮에 맥주를 마셨던 어느 식당. 라오스를 가면 꼭 라오비어(LaoBeer)를 마셔봐야 한다. 나 역시도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라오비어는 정말 맛있는 맥주라서 가끔 음료수처럼 마셨을 정도다. 이런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면 작은 병 한 병에 9,000낍(약 1달러) 정도. 그냥 가게에서 사 마시면 캔맥주 하나에 7,000낍 정도.
왕위앙은 대충 이런 분위기. 이런 길거리가 서너개 즘 있는데, 모두 여행사, 식당, 술집, 인터넷, 마사지 등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점들 뿐이다.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을 보려면 왕위앙에서 조금 외곽으로 벗어나야 하는데, 왕위앙에서는 딱히 그런 수고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왕위앙은 경치 좋은 곳에서 물놀이 하는 곳일 뿐이니까.
왕위앙 시내(?) 근처에 있는 농업진흥은행 모습. 은행이라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한 모습인데, 라오스에선 대체로 이런 분위기다. 딱히 환율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은행 모습이 이렇다는 정도. 왕위앙 환율은 1달러에 8,500낍.
짱 동굴(Tham Chang, 탐 짱)로 걸어가는 도중에 보게 된 이런저런 모습들. 외국인 여행객들이 몰려 있는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현지인들이 즐기는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다. 사실 외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가게에서는 빵, 스테이크 같은 음식들을 주로 팔기 때문에, 내 경우는 현지인 음식들이 더 입맛에 맞았다.
라오스의 사막...은 아니고, 예전에 버스터미널이 있었던 자리. 지금도 가끔 여행사 버스들이 이 곳에 와서 서기도 하지만, 거의 쓰이지 않고 버려져 있는 상태. 왕위앙의 버스터미널은 중심가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외곽으로 옮겨져있다.
왕위앙은 지금도 뭔가 부수고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 점점 관광지로 더 발달하지 않을까. 나중에 길도 잘 닦이고 사람들도 더 많이 찾게되면 아마 지금같은 한적한 분위기도 다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아직은 이런 가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직 라오스는 깨끗하게 지어진 건물보다는 이런 가게가 더욱 어울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그건 외국인 여행자만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동남아라서 한 낮의 태양이 뜨기운 이유도 있겠지만, 공기가 깨끗해서 햇살이 더욱 따갑게 느껴지는 라오스. 맑은 날 빨래를 기분좋게 말리기 딱 좋다. 이번 여행 때도 옷은 두 벌씩만 가져갔기 때문에, 더위에 땀을 흘리고는 그날그날 수시로 빨래를 해야 했는데, 대충 빨아서 널어 놔도 햇살이 워낙 따갑기 때문에 제대로 살균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결국 빨래는 대충 했다는 뜻. ㅡㅅㅡ; 사진의 빨래는 남의 집 것이다.)
수십년 묵은 오래된 차들이 잘도 굴러간다. 라오스에서는 최소한 20년은 넘었을 듯 한 오래된 한국 버스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예쁜 산 밑에 예쁜 쓰레기 산. 한 공터에 빈 패트병들이 쌓여 있다. 아마도 재활용을 위해 모아놓은 게 아닌가 싶다. 라오스에서는 쓰레기를 모아서 태우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이곳도 쓰레기때문에 점점 더러워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라오스 사람들은 웬만하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걸어다니는 사람은 잘 없는데, 그만큼 생활이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일까.
왕위앙 어느 식당에서 본 태극기. 어째서 태극기가 여기 붙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식당은 한국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왕위앙에서 한국음식을 파는 몇 안 되는 가게 중 하나인데, 한국음식 종류도 수십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게 하고 있었다.
한 낮의 왕위앙 거리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다들 집 안에 들어앉아서 파리만 날리는 분위기. 관광객들도 한 낮에는 거의 나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밤보다 낮에 더 한산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뜨거운 햇살을 감당할 수 있다면.
꼬마는 가게 앞에서 사탕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웃으면서 사탕 세 개를 그냥 줬다. 뒷따라 아이 엄마가 와서 돈을 건냈지만 아저씨는 돈을 받지 않았다. 꼬마는 그저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탕 껍질 까는 데만 몰두했다. 세상이 그렇게만 굴러가면 많이 행복할 수 있을 듯 하다.
낮에 물놀이를 가지 않는 여행자들은 이렇게 식당에 드러누워 티비나 비디오를 본다. 여행까지 나와서 드라마같은 걸 보고싶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건 사람따라 다른 거니까. 어쨌든 왕위앙에는 저런 식으로 드러누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식당이나 술집이 많다. 작정하면 하루종일 누워서 생활 할 수도 있는 곳.
양산 쓰고 오토바이 타는 모습.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탈 때 양산을 손에 들고 탄다. 특히 여자들. 자전거는 모르겠지만 오토바이는 좀 위험하다 싶은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하얀 피부를 위해 그 정도 위험은 감수 할 수 있나보다.
왕위앙의 어느 빵집 겸 카페를 지나다가 초코케익이 맛있어 보이길래 하나 사 먹어봤다. 사진은 조금 맛있게 찍혔는데, 다시는 발걸음 하지 않았다. 서양인들은 그래도 많이들 찾아가서 먹던데, 습관 때문인걸까, 아니면 입맛이 다른걸까. 여기 뿐만 아니라 루앙프라방에서도 빵은 맛이 없는 편이었다. 특히 초콜렛이 너무 퍼석하고 맛이 탁하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림체. 카페 벽에 저런 그림들이 많이 붙어 있었는데, 저거 어디선가 아주 많이 봤는데...
나뭇잎으로 싸 놓은 일종의 도시락. 차 탈 때나 소풍갈 때 들고 가면 간단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열심히 일 하는 사람들. 길 가에 판 펴 놓고, 판 위엔 뭔가 티켓같은 게 놓여져 있는데, 뭘 하는 건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왕위앙의 한 학교. 아직도 구 소련 국기가 걸려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다. 정식 명칭은 라오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Lao People's Democratic Republic).
왕위앙도 아스팔트를 깔고 있는 중. 라오스의 도로사정은 최근 많이 좋아졌다. 비포장도로라고해도 완전 자갈길로 된 길은 거의 없고, 대체로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다. 특히, 예전에는 훼이싸이에서 루앙남타,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길이 험해서 보트를 타고 강으로 가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훼이싸이에서 루앙남타까지는 길이 아주 잘 닦여 있고, 루앙프라방까지도 군데군데 깨 진 아스팔트 길이지만 이동에 큰 문제는 없다. 보트 타기 싫은 사람들은 버스 타고 가도 무난하다.
쏭 강(Nam Song)을 건너가면 서쪽 마을로 갈 수 있는데, 그 마을에도 소박한 볼거리가 조금 있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려면 통행료를 내야한다. 볼거리라고 말 하는 것들이 별로 신통치 않다고 생각돼서 건너지 않았다.
라오스에서는 수많은 닭들이 아침에 요란하게 울어대서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방 잘 못 잡으면 밤에 몇 시간 못 자고 새벽에 깰 수 밖에 없는 피곤하고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니 조심.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고, 그냥 밤에 일찍 자는 게 상책이다. (사진의 닭이 자전거 타이어를 쪼고 있던데, 타이어 펑크 안 났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