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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욘 사원의 미소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7
    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3. 16:17
    계속해서 앙코르 톰의 바욘 사원. 이 사원은 뭐니뭐니해도 수많은 얼굴(사면상)조각들의 미소가 일품이다. 실제로 이 미소들이 선사하는 한낮 땡볕의 시원한 그늘 아래서 아늑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따뜻한 미소 아래라서 그런지 휴식조차 달콤한 한 낮의 유적지.





    아아... 땡볕에서 제대로 된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을 보니까,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엄청나.



    앙코르 톰 뿐만이 아니라, 앙코르 유적지 안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한 눈에 봐도 대체로 동네에 있는 애들과는 좀 다르게 꾀죄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원달러~'라면서 돈을 구걸하거나, 자기가 가이드를 해 준다면서 졸졸 따라오기도 한다. 가이드라고 해봤자 '이건 바욘 사원, 이건 부다 얼굴, 이건 돌덩어리'하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나, 혹은 마구 지어낸 이야기들을 할 뿐이다. 때때로 뭔가 전설같은 걸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얘네들 영어가 워낙 짧아서 그걸 표현하지 못한다.
     
    대체로 사탕이나 과일같은 걸 주고 헤어지지만, 서양인들 중에는 적지 않은 돈을 덜컥 쥐어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 때만해도 얘네들은 조금 귀찮긴 하지만 그리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은 잘 못 하면 카메라같은 물건들을 날치기 당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조심.




    사원 벽을 따라 조각되어 있는 부조물을 따라가다보면, 그 시대 생활상이나 어떤 이야기들, 전쟁들 등을 약간 엿볼 수 있다. 돌의 노래는 시계방향으로 진행된다.



    폐허에서의 휴식. 이런 곳에서 여유롭게 쉬어가며, 책도 읽고 공상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앙코르 유적을 제대로 즐기는 것 아닌가 싶다. 일정에 쫓겨서 급하게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나중에 돌덩어리들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으니까.





    사원 한쪽에선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여기 말고도 앙코르 유적 여기저기서 복원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앙코르 유적은 일본이 지원해서 복원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당시만 해도 씨엠리엡 같은 곳에서는 현지인들이 일본인들을 유독 좋아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돈을 많이 써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사실 일본의 무상 자원봉사는 아니었고, 수익금 중 많은 부분을 대가로 가져갔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는 참 조금 밑지는 듯 한 이런 쪽으로는 너무 인색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이득은 못 보더라도, 큰 손해도 안 보고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그런 사업인데 말이다.



    빈 공터 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 주로 앙코르 왓이나 앙코르 유적 내의 여러 유적들을 그려넣은 티셔츠, 수건, 손수건, 조각품 등을 많이 판다. 그런데 재질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사원 중심부에 있는 탑에도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사원은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축생계, 2층은 인간계, 3층은 신계를 뜻한다. 이 탑을 오르면 3층의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신들이 다니는 곳이므로 계단 또한 인간에게 맞추지는 않았다.

    사진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거의 기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계단이 높고 좁기때문에 그런 것인데, 한 계단의 높이는 거의 무릎정도의 높이이고, 계단의 폭은 발을 옆으로 했을 때 겨우 디딜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그래서 좁은 폭과 높은 높이의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저런 식으로 거의 기다시피 해서 오를 수 밖에 없다.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자들이 엎드려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이라 한다.




    올라갈 때도 발을 헛디디지 않게 조심해야하지만, 내려올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높이가 꽤 높아 보이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다가는 발을 헛디딜 수 있다. 실제로 한 서양인이 계단을 오르다가 살짝 미끄러져서 돌에 긁혀 무릎이 까지는 걸 봤다.

    일행 네 명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지만, 연세가 오십 가까이 되어 보이는 두 아저씨는 이 탑을 오르지 않았다. 오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계단이 너무 높고 가팔라서 오를 엄두가 안 난다고 하셨다.

    여기서 크게 하나 느낀 점이 있었는데, 젊을 때 열심히 일 하고 나중에 늙어서 할랑할랑 여행 다니겠다는 생각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은퇴 후에 돈도 있고 시간도 있어서 킬리만자로 아랫동네까지 갔다고 치자. 그 나이에 킬리만자로를 오를 수 있을까. 아, 그러니까 여행도 젊을 때 많이 해야겠구나라는 걸 절실히 깨달을 수 있는 작은 사건이었다. 젊을 때도 하고, 늙어서는 복습하고 그러면 더 좋고. ㅡㅅㅡ;;;




    오전시간을 감동과 흥분과 아름다움 속에서 보낼 수 있었단 바욘사원을 뒤로하고 이제 점심 먹으러 간다. 마음같아선 한 끼 점심따위 건너뛰고 계속 있고 싶었지만, 점심 이후 또 다른 일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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