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지 않는 생각들의 동굴 속을 걸어갈 때도 괴롭지만,
너무 많은 생각들이 거친 풍랑 빗줄기처럼 내리쳐도 곤란해.
더이상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 흐르는 강둑처럼,
미처 표현하지 못한, 표현할 수 없었던 감각들이 넘쳐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다가 급기야 콱, 하고 막혀버렸어.
정말 이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야.
심각한 건, 일정한 주기는 없지만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건데,
이를테면 주기가 불순한 정신적 생리인 것 같아.
정말 고통스럽고 찝찝하기 그지없는 일상 속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언제 짜증 비슷한 뭔가가 터져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나도 주체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말이야.
아, 표현하지 못 한 감각들은 그대로 버려져야 하는 걸까.
태어나지 못 한 생명들처럼 그대로 버려져야만 하는 걸까.
그렇다고 움켜쥐고 있어봤자 섬득한 핏빛일 뿐이잖아.
느려, 너무 느려.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여기까지라는 게
울분이 북받치도록 한탄스럽고 또 개탄스러워.
안 돼, 안 돼, 더이상 이렇게는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