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내 마음같지 않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처음보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일지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대한다는 것이 이미
너무나도 힘들고 어렵고 아둔하고 바보스러운 짓이 되어버린 세상.
누구를 탓 할 수도 없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세상을 욕 할 수도 없고, 인생을 슬퍼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그래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이고, 되뇌이고, 또 되뇌이는 말.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뜻하지 않게 씹어버린 내장처럼,
잊을 만 하면 불현듯 다가와 다시 머릿속에 새겨지곤 한다.
내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당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세상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래, 그러니까 포기할 건 포기할 수 밖에. 그렇다고 내가
소리치고, 울고불고, 애원하며, 매달릴 수도 없는 일.
그러기에는 너무나 가벼우면서도, 오히려 역효과가 뻔한 일.
그래, 그러니까 포기하자. 이미 진심은 통하지 않으니까.
내 진심이 그대에게 가 닿으면 의심과 불안으로 변하나보다.
그대의 진심이 나에게 와 닿으면 농담과 오만으로 변하나보다.
그러니까 우리 쿨하게 즐기자.
어차피 진실은 산 너머 바다건너 쫒겨나버렸고,
이제 아무도 정의를 외치지 않으며,
진심따위 통하지도 않으니.
그러니까 우리 쿨하게, 몸도, 마음도, 정신도, 영혼도
쿨하게, 쿨하게, 쿨하게, 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