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서울사람과 서을사람이 산다.
처음에는 '서을사람'을 '서울에서 오래 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으로 정의하려했다.
하지만 '오래'의 길이도 애매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다 그렇지도 않고 해서,
그냥 서을사람은 그 나름 특유의 삶의 양식을 가진 부류로 분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분류해보자면, 서울에는 서울사람과 서을사람과 지방사람이 산다.
경상도 출신 사람들이 이 서을사람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상도 출신 여자들이 서울말을 쓰려다가 소프라노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경상도 사투리 쓸 때와, 나름 서울말 쓸 때의 톤이 아주 다르다. (테너와 소프라노 차이다)
하지만 딱히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많은 지방출신 사람들이 서을사람 대열에 합류한다.
서울에서 생활하다보면 서울말을 어색하게 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는데,
그들 중 의외로 많은 서을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서울말을 잘 쓰는 줄 알고 있다.
예를 들자면, 경상도 사람들의 경우 '-의' 발음과 'ㅎ 받침 발음'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를 -에 넣어라'라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를 -에 여라'라고 말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거 읽고나면 뜨끔해서 연습하는 사람들 있겠지만, 이것 말고도 굉장히 많다.)
다른 지방 출신 같은 경우도 말 끝에 '잉'을 붙인다든가,
그 지방 특유의 단어들을 사용하는 등으로 해서 서을사람임을 알아챌 수 있다.
(어지러워서 아플 때, 자기도 모르게 '아지라' 같은 혼잣말을 한다든가 기타등등.)
아,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이런 현상이 재미있다고 해서 주위의 서을사람에게
"너도 니가 서울말 쓰는 줄 알고 있냐?"
라고 말 하지 말길 바란다.
나 예전에 그런 말 했다가 절교당했다. ;ㅁ;
(특히 여자들은 꽤 큰 상처 받는가보더라.)
이상, 서울생활 거의 십 년 하면서 연구한 결과발표였슴다~ ㅡㅅ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