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저자 김익환/출판사 한빛미디어)'는 개발자로 현업에서 한 3년만 일 했어도 다 알만 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문제점들을 짚은 책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 참 문제다라는 내용인데, 그것을 기반시스템, 조직, 프로세스, 기술, 문화 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아마 읽다보면 대부분은 공감하고, 또 대부분은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을 내용일 테다.
문제점만 짚는 책이라면 딱히 읽을 이유는 없다. 물론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정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정책 입안자나 경영자들이나 경영기획팀 정도에서나 필요한 정보일 뿐.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오랜기간 컨설팅 경험을 살려저 나름의 해법들을 제안해 놓았다.
대부분은 경영자들이 보고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 딱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경영진이라면 이런 책을 한번쯤 꼭 읽어 보았으면 싶다. 비싼 컨설팅 비용 내고 컨설팅 받기 전에, 자기 회사의 무엇이 문제인지 체계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테니까.
반면 이 책이 개발자들에게 주는 충고는 딱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문서를 써라'라는 것. 바쁘다고, 시간 없다고,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귀찮다고, 필요 없다고 미루면서 투덜대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문서를 쓰고 정리하라는 조언을 계속해서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책 한 권으로 이미 길들여진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랴마는, 그래도 어느정도 동기부여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SRS를 비롯한 각종 문서 작성법은 인터넷이나 다른 서적들을 찾아보면 나오니까, 일단 동기부여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시작하기 그리 어렵지는 않을 테다.
사실 소프트웨어 개발 중에서 누구나 다 아는,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하고, 꼭 해야만 하는 작업이 바로 문서작업이다. 다 만들고 나서 어거지로 적는 문서 말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쭉 적어나가는 문서 말이다. 하지만 현업에서 가장 안 지켜지고, 가장 안 하고, 가장 소홀하고, 가장 귀찮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문서 작업이다. 나는 개발잔데 왜 문서 따위나 쓰고 있어야 하느냐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이 책을 통하여 문서작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그 외 소프트웨어 개발사에서 발견되는 각종 병폐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요즘 특히,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등의 붐이 일어나면서, 정부의 별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소프트웨어(인터넷) 업계가 활기를 찾아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제대로 된 조직으로, 훌륭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나 나타나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