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세대교체 하면서, 핸드폰은 이제 제조업체 내에서 한 번에 다 만드는 영역을 벗어났다.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마치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만들려고 하니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옛날 8비트 컴퓨터 시절에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일체형이었다. 운영체제(OS)를 설치한다는 개념 없이, 그냥 롬(ROM)에 심어져 나왔다. 건드릴 수 있는 건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 뿐이었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그 때와 비슷하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8비트 컴퓨터가 조금 작아졌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시대는 8비트를 넘어섰고, 기술의 발전은 빛과 같은 속도로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그 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일체형 피씨가 오래오래 계속되진 않을 테다.
그 옛날, IBM이 아키텍처를 오픈하면서 OS가 분리되고, 조립식 컴퓨터도 나오고 했듯이, 스마트폰도 점점 그렇게 돼 갈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제조업체는 하드웨어만 만들고, MS나 구글이 제공하는 OS를 설치해서 팔게 되겠지. 마치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PC처럼. 그리고 조립식 스마트폰도 나오게 되겠지. 그리 머지 않은 어느날에.
이런 선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해보면, 제조업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계속 부여잡고 가는 것은 참 소모적이고 비능률적인 일이다. 물론 애플처럼 둘 다 잘 만들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애플은 정말 독특하고도 특이한 회사일 뿐이다. 까놓고 말해서, 삼성은 그리 될 수 없다. 소프트웨어 면에서 따라잡으려면, 그 부분만 돈을 쏟아붓고 집중시켜도, 최소 십 년은 걸릴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잘 하는 것에만 집중하시라고 말 하고 싶다. 선택과 집중, 누가 말 했더라? 지금 삼성이나 엘지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손 잡고 스마트폰 개발을 이원화, 삼원화 시킬 방법을 궁리해야 할 때다. 아니면 아예 구글같은 회사를 하나 만들든지.
아무쪼록 탁월한 선택으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어부지리 격이라도 좋으니,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신선한 강바람 좀 불었으면 좋겠다. 다들 강바람 쐬러 보내 놓으면, 소프트웨어는 누가 지키냐.
p.s.
갤럭시탭이 가장 끌리는 이유는 DMB일테다. 근데 다들 집에 티비 없나? 그런건 나 같이 집에 티비 없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기능 아닌가? 그걸 왜 굳이 길바닥에서도 보려는 건지?
DMB는 이어폰 안 꽂으면 소리 안 나도록 좀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저기 아주 시끄러 죽겠다. 예의는 고사하고 이기주의가 뼈 속 깊이 박혀 안하무인인 것들 때문에!
뭐 어쨌든 아이패드냐 갤럭시탭이냐 놓고 고민하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 나같은 사람은 그거 무척이나 필요한데도, 손 떨려서 못 사겠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