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고민 끝에 여행지를 선택하지만, 어쩌면 그건 온전히 내 자신만의 선택이 아니었는 지도 모른다. 각종 상황과 주어진 기간, 자금과 형편 등의 외부 요인들이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준비해서 공항에 떨어지면 그 때부터 시작. 여행은 어디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 처음부터 술술 잘 풀려서 탐탁치 않았던 여행이라도 좋게좋게 잘 풀리는 경우도 있고, 아주아주 갈구했던 여행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문제들로 어려울 때도 있다.
혼자 모든걸 헤쳐 나가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좋은 가이드 따라서 편하게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나쁜 가이드 만나서 기분도 망치고 바가지도 엄청 쓸 수도 있고.
애초에 가지고 온 것만큼 좋은 호텔에 묵으면서 거리의 온갖 잡다한 사람들 하나도 만나지 않고 살랑살랑 놀다 가는 경우도 있겠고, 흙먼지 뒤집어 쓰면서 오만가지 신기한 일들과 희한한 사람들 다 만나가며 고생고생 어렵게 어렵게 헤쳐 나가는 경우도 있다.
빨리 집에 돌아갈 날을 손 꼽아 기다릴 수도 있지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의식하지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주어진 시간은 웬만하면 다 채워야 하고, 그래서 마치 여행이 영원히 계속 될 것처럼 하루하루 생활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김 없이 오는 마지막 날.
몇몇 대단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똑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곳으로 돌아간다. 다음에 또 그 곳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다음엔 다른 곳으로 갈 확률이 더 높겠지. 돌아가서 그 세상, 참 좋았다 할 수도 있겠고, 안 좋았다 할 수도 있을 테다.
어쨌든 그 여정이 마치, 인생의 축소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행은 삶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죽어보기 위한 경험일지도 모른다.
p.s.
나도 어디선가 주워 들은 이야긴데, '여행에서 짐의 무게는 전생의 업의 무게다'라는 말, 참 마음에 와 닿는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전생에는 참 잘 살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