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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스텔라 놀이 1 - 식량 부족 위기
    리뷰 2014. 11. 10. 20:53

    오랜만에 본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인터스텔라는 과학적으로 꽤 많이 생각해 볼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과학 덕후(?)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이 영화 덕분에 그동안 관심을 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고, 최근 자료들도 볼 기회가 생겼으니, 가히 시간 소모용 컨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고, 알아도 사는 데 별 보탬 안 되는 그런 것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쓸 것은 많고, 시간은 없고, 귀찮음병은 그 모든 걸 이기기 어려우니, 최대한 간략하게 이것저것 정리해보겠다. 이건 스스로 정리하고 기록해두려는 의도가 더욱 크므로, 다소 알아보기 어려워도 어쩔 수 없다. 일단 영화에서 기초적인 배경 무대가 되는 것부터 알아보자.




    인터스텔라에서 기본적으로 배경이 되는 환경은 식량 위기에 현실적으로 직면한 지구다. 다음 세대 쯤 되면 아예 식량이 고갈돼서 인류가 전멸할 수도 있는 위기. "대학은 무슨 대학이냐 농사나 지어라",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우주개발따위 없애버려"라는 논리가 지배적인 세상이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곳은 그래도 대농장이 있고 옥수수라도 크게 기를 수 있어서 최소한 굶어 죽는 상황까지 아직 치닫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라면 지구 어디선가는 완전 아수라장이 됐을 테다. 인류가 그렇게 순순히 식량을 단념하진 않았을 테니까 전쟁도 한 판 벌어졌을 수도 있고. 어쩌면 어디선가는 '매드 맥스(Mad max)'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곳도 있을 테다 (물론 매드 맥스의 세계는 식량 위기 때문은 아니었지만).
     

    식량 위기인 상황에서 배터리 하나 얻자고 곡물을 다 죽여버리는 현실 감각 제로의 주인공 -_-;




    인터스텔라에서는 식량 고갈의 주 원인을 '기상 이변'으로 뭉뚱그린 듯 하다. 그런데 기상이변이 주요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식량 위기는 한 가지 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현실에서도 식량 위기는 바로 눈 앞에 닥친 문제라고 계속해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데, 식량 위기의 원인들을 몇 가지로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상이변

    뭐니뭐니해도 식량 위기의 원인 중 가장 으뜸(?)은 기상이변이다. 가까운 과거에 전 세계 곳곳에 큰 규모의 홍수, 가뭄, 태풍 등의 자연재해들이 일어났다는 것은 뉴스를 조금이라도 접했던 사람들은 다들 알 테다.

    기상이변하면 따라나오는 '지구 온난화 현상'. 사막화의 확산과 물 부족,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경지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해수면의 상승은 크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해풍으로 인한 소금의 유입은 땅을 황폐화시킨다.

    지구온난화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기상 이변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고, 기후가 점점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사람이 별로 없을 테다. 우리가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니까. 물론, 기후 변화가 있어도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곡물량에는 큰 변화 없을거라는 견해도 있긴 있다.


    2.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경제성장으로 인한 식량 고갈 문제에서는 중국을 가장 좋은 예로 든다. 중국인들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니 세계 고깃값이 급등하고, 생선을 먹기 시작하니 생선값이 급등하더라는 얘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식습관이 바뀌는 것이다. 예전에 국수만 먹던 사람들이 고기를 먹게 됐다는 것. 그래서 그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로 쓰이는 곡물이 늘어나서 식량이 부족하게 된다는 논리다. 돼지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 사료 9kg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예로 많이 들고 하는데, 왜 중국만 가지고 그러냐는 말도 있다. 서양 너네들은 고기 더 많이 먹으면서라고. 그렇게 놓고 보면 딱히 뭐라고 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식량 위기에 한 요인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슬그머니 '인구증가'도 여기다 끼워넣자. 인구가 많아지면 필요로 하는 식량도 증가하는 건 당연한 이치.


    3. 경제적 요인

    세계 전체의 경제적 요인도 있다. 이 논점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이 보이기도 한다. 즉, '곡물은 부족하지 않다, 단지 식량이 부족할 뿐이다'라는 것. 이건 정치적인 문제까지 아우른다.

    가난한 나라에 생색도 내면서 은근히 종속국으로 만들기 좋은 방법은 식량을 원조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식량을 원조하면 그 나라는 자체 생산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결국 계속해서 식량을 수입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식량을 자원화하여 정치적으로 사용, 각국 정부들이 수출입 관련 정책들을 만드니 전체적으로 식량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설.

    그리고 곡물 메이저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는 가격을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어서, 생산자는 헐값에 팔고 소비자는 비싼 값에 사 먹는 현상이 일어나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이런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인한 식량 부족 때문에 튀니지, 이집트 같은 곳에서는 혁명이 일어나 정권이 붕괴되기도 했다. 물론 식량문제 때문만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꼽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투기적인 선물 거래 때문에 식량 위기가 닥쳤다는 설도 있는데, 투기의 대상으로만 삼고 실제로 인수하지는 않기 때문에 창고에서 곡물이 썩어 나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곡물 비축량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투기가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설도 있다.


     4. 에너지 고갈과 바이오 에너지

    일단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유통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문제의 한 축을 이룬다. 부족하진 않지만 사 먹을 수 없는 사람이 생긴다는 설.

    그리고 대체 에너지 개발로 옥수수 등을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해서 곡물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설도 있다. 자동차 한 대를 채우는 데 필요한 곡물은 200kg 정도 된다고. 옥수수 200 킬로그램이면 당장 상상은 안 가지만, 어쨌든 꽤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양인 것은 틀림없다.
     

    놀란 감독은 옥수수밭을 실제로 만들어서 영화를 찍었다고 함



    영화같은 데서는 기상이변에 따른 기후 변화로 식량 위기가 왔다고 서술하는 편이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관객들 이해시키기도 쉽고. 그런데 현실에서는 식량 위기를 기상이변 만으로 해설해버리면 답이 없어진다. 기후라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구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방귀를 좀 덜 뀌자 정도? 어차피 에어컨 틀 거고, 자동차 탈 거고, 냉장고 돌릴 거고,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식량위기와 관련해서 우리가 좀 더 집중할 부분은 정치적 요인이다. 이 부분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 인도를 보면, 최대 쌀 수출국 중 하나지만 굶는 사람들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필리핀의 경우를 보자면, 최대 쌀 생산국이었지만 정부 정책으로 산업화를 추진하는 바람에 농가들이 다 빈민으로 몰려나고 식량 부족 현상도 겪고 있다 (산업화도 제대로 진행 못 했다).


    물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사람들 중에는, 식량부족으로 인해 인터스텔라 영화처럼 위기에 닥쳐서 우주 식민지를 만들 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된다. 무조건 긍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식량은 당장 살아가는 데 지장을 주는 요소이므로, 다른 모든 것들보다도 더욱 관심있게 지켜보고 정부 정책이 잘 못 나간다면 항의도 하고 해야 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정치적으로 흘러버릴 위기라서 그냥 여기서 끝내자. 이건 어디까지나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고 이것저것 짚어보는 놀이니까.


    p.s. 참고자료
    * 식량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GP3 KOREA)
    * 인류 멸망은 '소금' 때문? "2050년 식량부족사태 발생" (서울신문)
    * 굶주리는 세계: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 (책)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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