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통장의 돈이 모두 빠져나갔는데, 은행에선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모르겠다며 보상도 모르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불안한 곳이라면 돈을 맡길 이유가 있을까, 그냥 집에다 두거나 들고다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을 관련 기사들과 함께 간단히 정리해보자.
[뉴스1번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1억 2천만 원 (연합뉴스TV)
처음 이 뉴스가 나올 때만 해도 나는 긴가민가 했다. 보이스피싱 같은 거 당한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건도 그런류인가 했는데, 점점 보도되는 양상을 보니 그게 아닌 듯 했다.
농협 고객 50여 명 "내 계좌에서 돈이 사라졌다" (SBSCNBC)
유사한 사례가 꽤 있는 상황. 이것 모두가 고객 잘못만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1억2천 빼낸 조직, 휴대폰 버튼 소리 노렸다" 피해자 "전재산 날렸는데 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이자 독촉" (노컷뉴스)
[단독] 같은 대역 IP서 접속시도..농협, 알고도 당했나?
이번에 접속된 IP가 국내 금융권과 보안업계에선 블랙리스트로 지정된 IP 대역인데, 그걸 막아놓지 않고 있었다고 보도 됨. 금융결제원에서도 해당 IP 대역을 주의하라고 각 은행들에게 수차례 통보했다고.
"농협, 2011년 해킹때도 변명 일관..무책임의 극치" 임종인 "농심(農心) 앞세워 책임회피...한심" (노컷뉴스)
언론을 비롯한 각종 여론의 비난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재수사에 나서고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하는데
[한수진의 SBS 전망대] 농협 "1억 2천 피해자 지원방안 찾는 중" (SBS)
경찰 "농협 통장 1.2억 무단인출 사건 보강수사 착수" (머니투데이)
여기서 이상한 점은, 고객이 잘못을 했다면 어떻게 잘못을 했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하고,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라면 은행의 잘못이 크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은행 금고가 털렸는데 어떻게 털렸는지 모르겠다면 그 예금을 보상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이런 식이면 어떻게 은행을 믿고 예금을 하나.
이 사건과 관련해서 인터넷의 한 유저는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
이번 농협사태에 관련해서 X한은행에 문의를 넣어봤습니다. (오늘의유머)
다른 은행에 이번 사건과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보상을 해 주는가라는 질문을 해봤다는 것.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폰뱅킹은 해킹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서, 폰뱅킹으로 사고가 일어나면 보상해줄 수 없다"라는 것.
허허... 그냥 돈은 버는 족족 써버리는 게 제일 속은 편하겠구나. 아니, 어차피 어디든 뒀다가 털릴 위험 있는 거, 애초에 힘들여 벌지를 않는 게 더 좋으려나. -_-;
p.s.
전산인력 충원 좀 하고 보안에 신경 많이 쓰면 나아질 수 있는데 그놈의 인건비, 돈돈돈 때문에 맨날 이러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