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주, "직원은 쪼아야 열심히 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음. 같은 부류들끼린 이게 기정 사실인 양 서로 동조하고 하는 것 같았음.
물론 이것저것 시키고 쪼으면 일 하는 것처럼 보이긴 보임. 일단 시키는 일 하면 눈에 확실히 보이고 체크할 수도 있으니까 당장은 만족스럽겠지.
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직원들은 시키는 일만 하게 되고, 안 시키는 일은 거들떠도 안 봄. 그리고 '열심히 해서 뭐 하나, 어차피 또 시킬건데'하며 점점 하는척이 늘어남. 게다가 권한도 책임도 없이 도구로 전락한 처지를 깨달으며 그냥 월급만 보며 꾸역꾸역 회사 나가는 상황이 슬슬 펼쳐지게 됨. 이게 몇 년 되면 조직개편이다 뭐다 하면서 쇄신에 나서도 아무 소용 없음.
결국, 빡쎄게 쪼는 회사는 문제가 터질 확률이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음. 시스템에서 구멍이나 취약점이 발견돼도, 위에서 시키지 않았으니까 안 막으니까. '그걸 왜 자발적으로 나서서 막어? 위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키는 것만 해도 맨날 야근인데.'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됨.
일 터져도 니 탓, 시키는 일 안 해도 니 탓, 일정 못 맞춰도 니 탓, 항상 그렇기 때문에 회의라고 해봤자 니 탓이요 미루는 상황만 펼쳐지고, 서로 일 안 맡으려고 떠밀고.
최근 사태가 터진 어떤 회사를 보며 이런 게 문득 떠올랐는데, 문제는 의외로(?) 이런 회사들 많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