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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무급 인턴 모집 - 호주 시드니 영사관, 멜번 대사관 분관 무급 인턴 모집 공지잡다구리 2015. 3. 11. 12:48
작년 말 쯤 한 영사관에서 '무급 인턴' 모집 공지를 올려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사실 대사관 등의 국가기관조차 무급인턴을 뽑는다는 점은 거의 매년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호주 대사관, 영사관에서는 또 무급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주 시드니 총영사관'은 약 10여 명의 인턴을 뽑는다고 공지를 올렸다 (18세 이상 30세 이하). 예시로 쓴 업무 분야는 민원 서비스 지원 보조, 홈페이지 및 SNS 관리 운영 보조, 사건 사고 보조, 자료조사, 기타 행정업무 지원 등이다.
일주일에 1~2일 근무하는 걸로 봐서는 10여 명을 하루에 2명씩 돌릴 계획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다. 맨 상단에 '인턴 프로그램(무급)'이라고 확실히 못 박아놨다.
'주 멜번 분관'에서도 '인턴(무급)'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공지를 띄웠다.
'영사 및 민원 업무 보조' 인턴 4명을 모집하며, '컴퓨터 (한글, 엑셀, 워드 등) 활용 능력 우수자'를 뽑겠다고 표기해놨다.
인턴? 자원봉사? 현장체험?
위에서 소개한 공관들 모두, 공지글 맨 아래 참고사항으로 이런 문구를 적어 놨다.
동 프로그램은 한국 및 호주의 근로기준법(노동법)에 따른 '근로자'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며, 외교 사안 및 영사 업무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배움과 실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원봉사 및 현장체험의 성격임.무급인턴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일어서 써 놓은 문구인 것 같은데, 이미 이 구절에 뽑으려는 사람이 할 일이 '자원봉사 및 현장체험' 성격이라는 것을 밝혀놓고 있다.
이미 그걸 알고 있는데 왜 굳이 '인턴'을 뽑는다고 올리는 걸까. 그냥 '자원봉사' 혹은 '현장체험' 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올리면 여론의 비판도 받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자원봉사나 현장체험으로 사람을 모집하면 좀 설렁설렁 일 할 것 같아서 그런 걸까?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일 하는 거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턴'이라는 단어를 쓴 걸까? 그렇다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 진짜로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을 시킬 거라면 당연히 그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는 치뤄야 하니까.
요즘 가뜩이나 열정패이, 희망고문 등으로 말이 많은데, 정부 기관에서부터 좀 심사숙고하고 조심해줬으면 좋겠다. 돈을 줄 형편이 안 된다면 '무급인턴'보다는 '자원봉사'를 모집하는 게 좋지 않을까.
p.s.1
'주 호주 대사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인턴 모집 공지가 올라왔다. 여기는 '워홀러 지원 업무 보조 등'을 할 사람 1명을 인턴으로 뽑겠다고 공지를 올렸는데, 주 1회 근무 조건으로 월 200달러(호주달러)를 주겠다고 한다. 그나마 완전 무급 인턴보다는 약간 나은 편이다.
주 1회 근무이니, 대략 하루에 50 호주달러를 지급하는 셈이고,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근무시간은 7시간. 50 호주달러는 한국 돈으로 약 4만 3천 원. 시간당 6천 원 정도 쳐주는 셈이다. 대략 한국의 최저임금 정도 된다.
p.s.2.
본문과는 상관 없으나, 예전에 보도되었던 기사들
* "식비·교통비도 못 받는 노예".. 다시 불붙은 '무급인턴 논쟁' (서울신문, 2013.12.17)
* 국가가 생각하는 젊은이는 '무급 노비'인가요 (한겨레, 2014.10.31)
p.s.3
2014년 1월, 포브스(forbes)에서는 "무급 인턴을 했던 사람들이, 유급 인턴이나 인턴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중에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더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Why Your Unpaid Internship Makes You Less Employable)
이 기사는 NACE(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s and Employers)의 조사를 보도한 것이었다 (Class of 2013: Paid Interns Outpace Unpaid Peers in Job Offers, Salaries).
미국의 일이기는 하지만 흥미로울 수도 있는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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