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발바닥의 여러 논란이나 논쟁 등을 보면서 느꼈던 건데, 마치 개발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삶의 낙이자 인생의 목표이자 존재의 이유로 삼을 사람들만 개발자를 해야 한다는 것 처럼 말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리고 한 번 그런 쪽으로 분위기가 잡히면 거기서 "난 개발이 그냥 직업일 뿐인데"라는 말은 아예 꺼낼 엄두도 안 나고 나오지도 않는다.

 

내 주위만 이상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주변에는 개발을 싫어하면서도 개발자로 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중에는 정말 기회만 되면 때려친다는 말을 매번 하면서도 이미 십여 년을 한 회사에서 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게 잘못 된 건가? 문제가 있는 건가? 개발자로써 자질이 부족한 증거라도 되는가?

 

직업의 일차적 목표가 돈벌이가 된다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다, 돈이 많다면 개발이고 뭐고 때려치고 놀러나 다니지 않겠느냔 말이다. 아 물론 취미삼아 이것저것 만들 수는 있겠지만.

 

방망이를 깎는다고 모든 사람들이 방망이 장인이 될 필요는 없다. 될 수도 없고.

 

회사를 다니면 회사원이다. 개발자이기 이전에 회사원이라는 거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독특하고 특별하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회사원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발은 일단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부당한 현실을 억지로 참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든 개발자들이 당연히 장인의 경지에 이르고 싶어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쯤은 생각해보자.

 

좋아하는 일을 잘 하는 게 가장 좋겠으나, 개발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이 꼭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돈벌이를 위해 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액수만큼만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사정과 이유와 상황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점점 나아갔으면 좋겠다.

 

p.s.

다소 논란이 일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일단 그냥 지르는 걸로. 혹시나 뭔가 개발이라는 직업을 비하하거나 낮춰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당신의 기분 탓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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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