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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WTO 사무총장 후보들 이메일 감시 - 한-뉴질랜드 FTA는 문제 없을까?잡다구리 2015. 3. 24. 12:28
3월 24일 ,한국과 뉴질랜드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정식 서명했다. 그런데 하루 전날인 23일, 뉴질랜드 현지 언론사인 '뉴질랜드 헤럴드'는 "뉴질랜드 국가통신안보국(GCSB)이 2013년 5월 경에 WTO 사무총장 후보들의 이메일을 도청하고 감시했다는 문건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메일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방법으로 감시하는 데는 'XKeyscore'라는 시스템이 사용됐는데, 이것은 미국 NSA(국가안보국)에서 전세계 인터넷을 감시하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스템은 이메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 브라우징 세션, 온라인 채팅 등의 내용을 가로채고 분석하는 방법으로 감시한다.
뉴질랜드 통신보안국(GCSB)은 '다섯 개의 눈 (Five Eyes; FVEY)'의 자격으로 XKeyscore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다섯개의 눈'은 보통 FVEY라는 약자로 표기되는데,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렇게 다섯 개의 나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후에 'UKUSA 협정'으로 에셜론(ECHELON) 네트워크를 개발해서 냉전 기간동안 소련과 동구권 등을 도청했다.
그러다가 2001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부터 전 세계의 통신정보 수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다섯개의 눈에 또 제3자 국가(써드파티)들이 붙어서 이들을 도왔다고 한다. 꽤 오랜시간 음모론이라고 치부되던 이 모든 것들이,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사실로 밝혀졌다.
어쨌든 2013년에 뉴질랜드 통신보안국이 감시한 WTO 후보들은 인도네시아, 멕시코, 한국, 브라질, 케냐, 가나, 요르단, 코스타리카 등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감시당한 사람들 중 한국인은 '박태호' 씨로, 그당시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고 경제통상대사로 임명된 때였다. 물론 WTO 사무총장 후보에 오른 상태이기도 했다. 또한 그당시 뉴질랜드와 FTA 협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아직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런 도청과 감시가 이루어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최소한 2013년 5월 경에 감시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과연 이 사실을 지금의 뉴질랜드 총리인 '존 케이'와 뉴질랜드 통상부 장관인 '팀 그로서'가 모르고 있었겠냐는 의문을 던졌다.
뉴질랜드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WTO 후보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경우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과연 한국과 뉴질랜드의 FTA가 공정한 조건으로 협상됐을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그 당시 협상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의 이메일이 감시당했으니 말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꽤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데, 아직 국내 언론사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평소엔 외신 기사들 잘도 베껴서 내놓더니만). 그 와중에 '존 케이' 뉴질랜드 총리와 '팀 그로서' 통상부 장관은 지금 한국에 와 있고, 몇 시간 전에 '한-뉴질랜드 FTA' 체결에 공식 서명을 한 상태다.
p.s. 참고자료
* How spy agency homed in on Groser's rivals (뉴질랜드 헤럴드, 2015.3.23)
* 뉴질랜드 헤럴드가 공개한 탑 시크릿 문서 (pdf)
* New Zealand Spied on WTO Director Candidates (더 인터셉트)
* Australian spy officer was sent to New Zealand to lead new surveillance unit (더 가디언, 2015.3.10 (이번 사건과 직접적 관련은 없음. 참고))
* "뉴질랜드, 북한 등 20여개국 감청자료 美NSA에 제공" (연합뉴스,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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