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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 박물관 - 후회하지 않을 맥주 맛해외여행/홋카이도 자전거여행 2015. 6. 23. 14:33
홋카이도 여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삿포로 맥주 박물관'. 홋카이도 가서 삿포로에서 하루라도 묵는 여행자라면 아마 한 번 쯤은 필수로 가보는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더 말 할 것도 없고, 딱히 맥주를 싫어하지만 않는 정도라면 들러볼 만 하다.
일본의 여행지들 중에는 책이나 인터넷 등으로 소개될 때는 뭔가 그럴듯 한 이야기와 대단한 게 있을듯 한 냄새를 솔솔 풍기지만, 막상 가보면 '이게 뭐냐'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곳이 많다. 하지만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안심하고 찾아가도 된다. 어차피 박물관에서 뭔가 배우겠다거나 멋진 걸 보려는 목적은 아니지 않나. 우리가 여기를 가는 이유는 단 하나, 삿포로 맥주를 본고장에서 마셔보기 위함일 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맥주 맛 좋다, 꼭 가보시라.
삿포로 맥주 박물관 들어가는 입구에서 본 모습.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삿포로 가든 파크라고 이름 붙은 작은 공원 형태를 하고 있다.
맥주 박물관 답게 담금솥 모형도 있고
이런 유치한 것도 있고... (아, 이건 좀)
일단 버스든 뭐든 타고 들어서면 박물관 건물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라고 한글로 쓰여진 안내문구가 길에 있을 정도니까. 덥지만 않다면 건물과 정원을 한 번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Sapporo Beer Museum'이라고 쓰여진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조그만 로비가 나온다. 작은 공간에 안내데스크가 있고, 거기서 안내원이 팜플렛을 준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한국인 처럼 보이면 한국인이냐고 묻고 한국어로 된 팜플렛을 준다고 한다. 내 경우는 자전거 타고 거지꼴로 가서 그런지 아무 말도 건내지 않고 씨익 미소를 짓더니 그냥 다짜고짜 일본어 팜플렛을 던져줬다. 별 상관 없다, 어차피 여기서 받은 팜플렛은 숙소에서 라면 받침으로 쓸 예정이었으니까.
어쨌든 팜플렛을 받고나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다. 그냥 어버버 하고 있으면 친절히 안내해주기 때문에 푼수라도 걱정할 것 없다. 본격적인 전시관 탐방은 3층에서 시작해서 계단으로 걸어 내려오는 방식이다.
삿포로 맥주 양조장은 1876년에 만들어졌다 한다. 이후에 합병, 분할 등의 사연이 있지만, 솔직히 별 관심 없다. 나도 관심 없고, 독자도 관심 없는 걸 굳이 쓸 필요가 뭐가 있겠나. 관심 있는 사람들은 검색 한 번만 하면 다 나오는 자료. 그냥 삿포로 맥주 박물관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정도만 보면 되겠다.
모형으로 아기자기하게 맥주의 원료나 제조 과정, 시설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 굳이 글자를 읽지 않고도 모형들만 보고서도 대충 맥주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알 수 있다. 꽤 오밀조밀 귀엽게 잘 만들어놨더라.
일정 시간마다 안내원이 사람들을 이끌고 전시물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물론 일본어다. 이날도 약 세 명의 관람자를 이끌고 안내원이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안내원과 관람자와 나를 모두 합하면 총 다섯 명. 다들 설렁설렁 둘러보고 술 퍼마시러 내려가는 분위기. 좋은 분위기.
3층 한쪽 끝에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거대한 담금솥이 있다. 2003년까지 실제로 맥아를 끓이는 데 사용했던 담금솥이라고.
2층으로 내려오면 한 쪽 벽면엔 과거부터 최근까지 맥주 광고 포스터들이 쭉 붙어 있다. 이런 것도 모이니까 역사가 되고 아트가 되는구나. 어떤 광고가 있었고 어떻게 변해왔는지 쭉 훑어보는 것도 나름 재밌다.
한쪽 옆에는 별로 안내해주고 싶지 않은 듯 한 인포메이션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앞엔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는 의자가 있지만, 딱히 여기서 앉아 쉴 필요는 없다. 한 층만 더 내려가면 바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스타홀'이 나오니까.
한국인들 얼마나 많이 왔으면 한국어로 떡하니 안내가 다 돼 있고.
1층에 내려와서 맥주를 마시려면 일단 자판기에 돈 넣고 표를 뽑아야 한다. 바로 옆에서 맥주 열심히 따르고 있는 카운터로 가서 표를 건내주면 된다. 표를 건내주며 주문할 때, 테이블 위에 그림을 보여주면서 안주를 고르라 한다. 안주는 치즈와 크래커 둘 중 하나. 무료다.
자판기에 있는 맥주는 A 삿포로 블랙라벨, B 삿포로 클래식, C 카이타쿠시(개척사) 맥주. 각각 200 엔. D는 이 세가지 맥주를 모두 주문하는 것으로 500엔. E는 무알콜 맥주라고 돼 있는데, 무알콜이라도 20세 미만은 마실 수 없다고 써놨다.
블랙라벨은 뭐 일본 전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는 거고,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기억이 긴가민가 한데, 홋카이도에서 마트에 가면 삿포로 클래식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개척사 맥주는 옛날 삿포로 맥주의 맛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대체로 여기까지 왔으니 전부 다 맛보자면서 세트를 시키는 것 같지만, 혼자 낮술 게다가 자전거 타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과음은 할 수 없었다. 3초의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삿포로 클래식. 가장 무난하면서도 살짝 평범하지 않은 선택. 블랙라벨은 너무 흔하니까.
무료로 주는 치즈는 크기가 아주 작다. 여행용 작은 비누 크기.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는 크기. 크기로만 봐서는 과자를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삿포로 클래식은 예전 삿포로 실버캔보다 조금 더 톡 쏘는 느낌이면서도 씁쓸한 맛. 그러면서도 목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간다. 물론 더워서 갈증이 나 있는 상태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아 맛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좀 더 마셨어야 했어. 그냥 삿포로 맥주를 마셨다는 것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잖아. 어쨌든 맛은 좋다. 여기까지 간 것을 후회하지 않을 맛이다.
비가 살짝 내리고 나서 더 후텁지근 해져서 그런지 시음장에도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말이 시음장이지 거의 동네 사람들 나와 노는 술집 분위기. 200엔에 이런 맥주 한 잔이라면 가격도 괜찮은 편이니까. 다음번엔 꼭 세가지 세트를 맛봐야지
박물관 옆쪽에는 삿포로 맥주원 (비어가든)이 있다. 그냥 레스토랑인데 박물관은 일찍 문을 닫아도 거기는 늦게까지 영업을 한다. 그 근처에는 기념품 파는 곳도 있고, 길 건너편에는 가든그릴이라는 레스토랑도 있다.
'비어 가든'은 일정 시간동안 맥주를 무한리필 하는 메뉴가 있다고 하던데, 어쨌든 내겐 너무 비싸서 패스. 마트의 밤 할인 도시락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우는 여행자로써 감히 범접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기념품 파는 곳은 한 번 들어가서 슬쩍 둘러볼 만 하다. 딱히 대단한 것 파는 게 아니지만.
기념품 파는 작은 가게 건물 뒷쪽 주차장 쯤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그래서 자전거 타고 갈 사람들은 일단 기념품 가게를 잘 기억해놓자.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있으니 간단한 빵 같은 것 미리 준비해가서 거지처럼 먹을 수 있다. 괜찮다, 여행은 다 그렇게 하는 거다.
* 삿포로 맥주 박물관 가는 방법
1. 지하철: 토호센 히가시쿠야쿠쇼마에 역에서 하차. (Higashi-Kuyakusho-Mae) 3번 출구로 나와서 큰 길 따라 가다가 지도 보거나 사람들에게 묻는다(-_-;).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림.
2. 버스: 188번이나 88번 버스 이용. 삿포로 역에서 갈 때는 북쪽 출구로 나가서 2번 버스 정류소에서 188번 버스를 탄다. 종점이 삿포로 비어가든(Sapporo Beer Garden). 종점에서 내리면 됨.
3. 택시: 삿포로 역 근처 시내에서 대략 1000엔 정도 나온다고 함.
4. 자전거 혹은 도보: 숙소에서 미리 구글맵으로 동선 파악해놓고 캐쉬 잘 저장해놓고 잘 찾아가면 됨.
* 입장시간
오전10시 ~ 저녁 5시까지. 계절마다 조금씩 바뀔 수 있음.
* 휴관일
매주 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날 휴관). 연말 연시, 기타 특별 휴관일도 있다 함. 일단 월요일은 피하자.
* 참고: 삿포로 맥주 박물관 홈페이지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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