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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난 여행잡다구리 2015. 11. 11. 23:22
나를 찾아 떠난 여행.
모두 잠든 야심한 밤 골목길을 따라서 오래된 집을 떠나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지.
잠시 안녕 작별 인사를 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따라 서글프지만 씩씩하게 걸어간다. 찬 바람이 씽씽 불어도 괜찮아요. 나는 여행자니까.
철길을 보면 항상 떠나고 싶어지지. 저 멀리 무언가 나를 부르는 바람의 소리. 저 길은 알까 우우주 정거장에 쏟아지는 햇빛의 마음을. 나를 찾는 여행자의 눈동자는 불 타오르고
간츠도 반겨준다.
힘들어 죽을 것만 같은 계단을 오르면 정말 죽어버릴테니 조금 덜 힘든 옆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드디어 대합실. 나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힘겨운 모습들이 여기저거 널브러져 있다. 언제나 무언가를 기다리며 조금만 있으면 오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겠지하며 기다림 속에 사는 대합실 인생. 인생의 대합실에는 무엇이 올지, 그게 올지 안 올지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고도를 기다릴 뿐. 나름 철학도 한 판 해주고.
정말 힘들게 겨우겨우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는다. 아아 다음엔 또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지만 괜찮아 나는 여행자니까 또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겨야지.
그런데...
앗!
찾았다! 나!
드디어 나를 찾았다!
그렇다, 파랑새는 저 먼 아마존에 있을지 몰라도, 나는 마트에 있다. 쓸 데 없이 나를 찾아 저 먼 곳을 헤맬 필요가 없다. 그냥 간단하게 마트 가서 사면 되니까. 이제 나를 찾았으니 집에 가서 나를 먹어버리자.
많은 여행기들이 초반에 우물쭈물 나를 찾아 떠났다고 슬쩍 끼워 집어넣으면서도 중간에 놀고 먹고 마시고 어쩌는 내용만 잔뜩 보여주고는 결국엔 나를 찾았는지 어쨌는지는 말도 안 해주고 어물어물 끝내버린다. 하지만 나는 나를 찾아 떠나서 나를 찾았다. 정말 좋은 여행기를 쓴 것 같다. 역사에 남을 듯.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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