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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로 선풍기 수리하기잡다구리 2017. 8. 2. 12:27
언젠가부터 선풍기가 맛이 오락가락했다. 1단으로 하면 아예 안 돌고, 2단, 3단으로하면 좀 돌아가다가 멈추기도 하고. 나중에는 날개(프로펠러)를 손으로 돌려줘야 겨우 게으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끼긱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문제가 있는게 틀림없지만,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급기야 간밤에 일이 터졌다. 열대야 폭염 속에서 잠도 잘 안 오는데 선풍기가 멈춰버린 것. 손으로 돌려도 안 돌아간다. 결국 선풍기도 못 틀고 밤을 뜬눈으로 지새고야 말았다.
에어컨도 없는 마당에 선풍기는 열대야 속 목숨줄과도 같은 것. 이런 것이 문제가 있다고 인지되면 그때그때 손을 보거나 새로 사거나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하루. 어쨌거나 선풍기를 수리해보도록 하자.
일단은 선풍기 모터에 기름칠
뭐 어차피 새로 사야할 거라면 미련없이 하얗게 불태우는게 좋다. 일단 무작정 뜯어본다. 선풍기는 십자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대충 손볼 수 있는 데까지는 간단하게 분해할 수 있다.
게다가 선풍기라는 물건이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완전히 맛이 갈 정도로 고장나기가 쉽지가 않은 물건이다. 요즘 싼 선풍기가 많기도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일단은 한 번 뜯어보도록 하자.
일단 가장 큰 문제점을 쉽게 찾아냈다. 모터심(축) 안쪽에 기름기가 전혀 없다는 것. 이놈이 지성이어야 하는데, 건성이 돼버려서 건성건성 움직였을 수가 있다.
일단은 날개를 돌리는 저 철심과 모터가 연결된 안쪽에 기름기가 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손으로 돌렸을 때도 부드럽게 잘 돌아가야 합격. 먼저 저기에 기름을 부어보자.
보통 공돌이들은 이런때 WD-40 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한다. '다목적 방청 윤활제'인데, 그냥 WD40이라 부르면서, 기계에 어떤 문제가 있으면 일단 뿌리고 보는 만능 아이템이다. 실제로 이것만 뿌리면 고쳐지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철물점이나 다이소, 대형마트 같은 데서 2-3천 원 정도에 살 수 있다.
그런데 사러가기 귀찮다. 게다가 난 이거 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 조금 뿌리자고 돈 주고 사서 집에다 모셔두기도 싫고. 그래서 준비했다.
식용유. 카놀라유도 아니고 무려 콩기름. 중국제 선풍기 녀석 호강하는구만. 준비물은 식용유와 라면봉지다. 식용유를 라면봉지에 조금 부어서, 그 라면봉지 입구롤 뾰족하게 만들어서 선풍기 모터에 기름을 살살 부어주는 거다. 아주 간단한 메카니즘(?)이다. 물론 카놀라유도 상관없다.
WD40은 뿌리는 거라서 휘발성이 강하다. 그래서 이런 용도로 사용하기엔 식용유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그냥 귀찮아서 사용하는 거지만. 그리고 미싱기름이 있으면 그걸 사용하는게 제일 좋다.
식용유를 저 철심 안쪽 틈새에 살살 넣어준다. 이때 중간중간 전원을 넣어서 모터를 조금씩 돌려줘서 기름을 안쪽으로 들어가게 해주면 좋다. 물론 전원을 넣을땐 모터에 신체가 닿지 않게 극도로 조심해야해서, 그리 권하고싶지는 않다.
전원을 넣는 대신에, 철심을 손으로 돌려줘서 기름을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 느리지만 더 안전하다. 어쨌든 핵심은 철심 안쪽으로 기름이 스며들어가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손으로 돌려서 부드럽게 돌아간다 싶으면 바로 세워서 전원을 한 번 넣어본다. 어라 적당히 잘 돌아가네 싶으면 선풍기를 다시 조립한다.
살아났다. 녀석은 열반에 들지 못했다. 무간도에 빠진 셈이다. 너에겐 좀 더 깊은 시련이 시간이 기다리고 있어. 그래도 꽤 괜찮은 선풍기생이지,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산 콩기름 맛도 보고.
이래서 다소 허무하지만 선풍기 수리 끝.
참고: 선풍기 모터 콘덴서
기름칠을 해서도 영 시원찮게 돌아가면 다음 단계는 콘덴서 교체다. 1단, 2단, 3단 모두 날개 돌아가는 속도가 비슷하거나, 혹은 예전보다 느려졌거나, 오락가락 하거나하면 콘덴서 교체를 고려해봐야 한다.
선풍기 모터 콘텐서는 위 사진에서 검은색 물체다. 막 이상한 글자들이 잔뜩 쓰여져 있는데, 중요한 건 두번째 줄에 있는 1.2μF(마이크로패럿)과 500V라고 적혀있는 글자다. 각자 가지고 있는 선풍기마다 저 숫자가 다르니까, 일단 이 숫자를 확인하고 똑같은 콘덴서를 사야한다.
마이크로패럿은 일단 똑같은 것으로 맞춰야 하는데, 볼트(V)는 쓰여진 것보다 같거나 높은 것을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웬만하면 똑같이 맞추는게 좋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콘덴서를 검색해보면 비슷한 것들이 나오기 때문에 구입은 쉽다. 물론 물건 가격이 2천 원인데 배송비가 2,500원이라, 동네 철물점을 먼저 들러보는게 좋겠다.
이게 납땜이 돼 있는데, 전선만 떼내서 새 콘덴서에 단단하게 묶은 다음, 전기테이프로 확실히 팽팽하게 감아주면 대충 쓸 수 있다. 물론 납땜보다는 어설프지만, 선풍기 하나 버리는 것보단 낫다. 콘덴서를 교체할 사람들은 참고하자. 난 일단은 좀 더 버텨보기로 결정.
물론 콘덴서를 교체하는 것도, 일단은 모터가 희미하게라도 돌아가는 경우에 해당된다. 아예 모터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냥 새걸로 사는게 좋겠다. 모두들 다음 생에는 에어컨이 함께하길 바란다. 끝.
p.s.
그런데 식용유로 선풍기를 고친 이야기는 IT인가 아닌가. 애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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