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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즐기는 세계의 음식과 공연: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서울미디어메이트 2019. 9. 3. 15:07
8월 31일 토요일부터 9월 1일 일요일까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무교로, 청계천로 일대에서 '서울 세계도시 문화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1996년 서울시민의 날 기념으로 개최한 이후 매년 열렸는데, 이제 전 세계 70개국의 음식과 공연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광장 뿐만 아니라, 서울시청 옆쪽의 청계천로와 무교로 일대도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부스가 꾸려져서 더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축제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누어졌다. 서울광장은 메인 공연 무대와 함께 관광 홍보를 위한 부스가 들어섰다. 그리고 청계천로와 무교로 일대는 작은 공연 무대와 함께 세계 음식 판매 부스가 줄줄이 늘어섰다.
세계 관광 홍보전 부스라고 하면, 관광지 사진 몇 개 붙여놓고 팜플렛 정도를 비치해놓은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여기서는 각국의 장난감이나 악세사리 등의 소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고 있어서, 여느 관광 홍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이제 관광 사진이나 정보는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팜플렛이나 받아가는 홍보 부스는 큰 관심을 끌 수 없다. 반면, 각국 특유의 소품이나 기념품 실물을 직접 구경하며 만져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으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끌 수 있었다.
기존에 팜플렛 정도만 가져가던 부스에 비하면, 관람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좋은 형태였다. 다만, 판매 위주로 가다보니 자국 홍보에는 다소 소홀해진 경향이 있는데, 좀 더 좋은 형태의 홍보 방법을 찾아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을 해 나가면 좋겠다.
서울광장 잔디밭 한쪽엔 '키르기스스탄(Kyrgyzstan)'의 전통 집인 '유르트'가 세워져 있어서 시선을 끌었다. 8월 31일이 자국의 독립기념일이라서, 이 날을 기념할 겸 해서 세웠다고 한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르트 내부를 구경할 수 있고, 안에서는 기념품 구입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내부가 좁아서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는데, 약간 변형을 가해서 외부로 창을 뚫고 판매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어쨌든 먼 나라의 독특한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쩌면 이것을 기점으로 내년부터는 다른 나라들도 전통 가옥이라든가, 자국을 상징하는 조형물 같은 것을 만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러면 축제가 끝난 후에도 일정기간 전시를 할 수도 있겠다.
서울광장에서 무교로를 거쳐서 청계천 광장 인근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세계 각국의 먹거리를 판매하는 부스가 쭉 늘어섰다. 아시아를 비롯해서,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50여개 부스가 세워졌다고 하는데, 부스마다 각국의 이름을 내걸고 독특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실 국내 축제를 가보면 어느 축제나 다 똑같은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딱히 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축제에서는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지갑과 위장의 한계를 느끼며 뭘 사먹을지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들었다는 한계가 있고, 어떤 곳은 거의 가정식으로 만든 곳도 있어서 현지에서 맛보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오히려 전문 매장이 아닌 음식이라서 또 다른 맛을 느껴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나라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인지 축제기간동안 이 거리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모였고, 그래서 마치 이태원이나 어느 여행자거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갑자기 공간을 뛰어넘어 어느 여행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해외여행에서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돌아다니는 여행자거리 분위기가 그리웠는데, 마침 이 축제에서 간편하게 여행하는 기분을 가질 수 있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쪽에선 여러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재미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그런데 둘러보다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부스가 늘어선 길 끄트머리 청계천 쪽에는 작은 무대가 서 있었다. 메인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기 전에 작고 간단한 공연을 하기 위한 무대였다.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작은 무대라서 공연자들을 가깝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비는 시간이 좀 많은 것 같던데, 이쪽 무대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문화 공연단 같은 팀도 올려보면 어떨까 싶다.
각국에서 모인 음식 거리 사람들은, 음식을 판매하면서도 장사로 생각하기보다는 축제로 즐겼다. 그래서 구경하는데도 유쾌하게 농담을 건내기도 하고, 능청떨며 재미있게 호객을 하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축제다운 축제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결국 이것저것 사 먹느라 너무 많은 돈을 쓰게 됐지만, 그래도 즐거웠으니까 괜찮다.
한쪽 옆 인도에는 스탠드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간단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놨는데, 아무래도 수가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길바닥에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쉬거나 했다. 그런 분위기 자체도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부스가 많아지더라도 길 양쪽으로 부스를 세우지는 말았으면 싶다. 많은 축제들이 길 양쪽으로 부스를 세우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앉아 쉴 공간이 없다. 그러면 한 번 쭉 둘러보고는 다시 부스 거리로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중간에 쉴 곳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부스가 길 한쪽으로만 나 있으면, 반대편 빈 공간은 비록 길바닥이라도 앉아 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쉬면서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이 측제가 그랬는데,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쪽 공간을 비워둔 것은 상당히 좋은 구성이었다.
공연단의 길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 후에는 본격적인 메인 무대 공연이 시작됐다. 총 16개 도시 공연단이 참여해서 이틀간 공연을 했는데, 여행하면서 이름은 알고있는 몇몇 공연단이 나오기도 해서 놀라웠다. 공짜니까 본다 정도로 생각하면 그냥 공연이구나 생각하겠지만, 각 나라에서 돈 내고 봐야하는 공연이라는 걸 아는 입장에선 하나하나가 소중한 볼거리였다.
메인 무대 공연은 모잠비크의 민속춤으로 시작해서, 오만, 베트남, 멕시코, 중국, 인도네시아, 조지아 등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또 놀라운게 하나 있었는데, 모든 공연이 최소 20분 넘게 진행됐다는 거다. 특히 멕시코 공연은 무려 40분간 펼쳐져서, 거의 작은 콘서트에 가까웠다. 이 정도면 맛보기 수준을 넘어서, 하이라이트를 압축한 공연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멕시코 공연이 펼쳐질 때는 잔디밭 한쪽에 남미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공간이 됐다. 주로 외국인들이 모여서 춤판을 벌였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남미 사람들의 춤 실력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말 이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춤을 잘 추더라.
각국의 훌륭한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행사 진행은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싶었다. 공연단의 출신을 도시 이름으로만 알려주니까 어느 나라인지 알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예를 들면, '마푸토'라고만 하면 어느 나라의 도시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라 이름도 함께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뭔가 의미가 있는 춤인 것 같은데,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한 것도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강이라도 알고 보면 좀 더 가까이 와 닿을 수 있는데 말이다. 행사 중간중간, 혹은 화면의 자막으로라도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마지막 무대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온, 조지아 국립 발레단이 장식했다. 조지아 내전과 독립을 발레로 표현한 공연으로,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다. 무릎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한 힘차고 박력있는 발레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발레도 발레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 조지아 국기를 들고 일어난 관객이 더욱 인상깊었다. 아, 그렇구나, 한국 땅에도 조지아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머나먼 이국 땅, 동포도 별로 없는 곳에서, 저들은 자국 공연단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국기까지 준비해 왔구나. 예전에 한때 해외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겹치면서 저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면 이런 축제는, 한국인들이 세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자국 사람들을 만나고, 잠시나마 자국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런 기회이기도 하겠다. 그렇게 본다면, 내국인 관객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객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해 나가면 좋을 듯 하다.
아무쪼록 내외국인 모두를 끌어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축제로 조금씩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 즐기지 못 했다면, 이맘때 쯤을 잘 기억해놨다가 내년에는 꼭 한 번 이 축제를 즐겨보도록 하자.
아래 웹페이지에서 현장 모습을 녹화방송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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