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
동해 평릉공원, 단풍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작은 언덕국내여행/강원도 2020. 11. 26. 12:48
가을은 무척이나 짧아서, 이제 조금 선선해지나 싶으면 이내 지나가버린다. 그 짧은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느껴보려고, 사람들은 단풍으로 유명한 산으로 몰려간다. 물론 가을 단풍은 깊은 산에서 즐기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런 곳들 말고도, 소소하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곳들도 있다. 단풍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언덕은 어떨까. 첩첩이 늘어선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멀찌감치 아스라이 보이는 그런 바다가 아니라, 바로 코앞에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바다가 보이는 언덕 말이다. 색색으로 물든 단풍과 낙엽 뒤로 펼쳐진 바다가 작지만 초라하지 않고, 여리지만 궁색하지 않은, 마치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스며드는 분위기 좋은 작은 카페 같은 느낌의 언덕. 동해시의..
-
동해시 바다정원길, 묵호 중앙시장 인근 바다가 보이는 산책길국내여행/강원도 2020. 11. 9. 12:47
동해시 묵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주로 논골담길을 구경하지만, 사실 이쪽 동네는 바다가 보이는 산동네가 줄줄이 늘어서있다. 논골담길이 벽화로 유명해져서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다른 길도 나름 저마다 특징과 분위기가 있으니 시간이 있다면 한 번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길들 중에서 우선 '바다정원길'을 소개해본다. 묵호 중앙시장(동쪽바다 중앙시장) 먹거리장터 앞쪽에 보면 '바다정원길'이라고 크게 써붙은 간판이 있다. 건물 2층 높이에 달려 있어서 신경쓰지 않으면 오히려 잘 못 볼수도 있지만, 찾으려고 마음먹고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서 시장 쪽으로 가면 먹거리 가게들이 많이 있으니, 탐방 시작이나 끝무렵 허기를 달래기 좋다. 길 입구 간판 아래를 지나서 조금 걸어가면 '고향의맛 손칼국..
-
카페 카자흐스탄, 동해역 앞 러시아 음식점국내여행/강원도 2020. 10. 28. 17:38
내가 사는 동네의 한 가게는 러시아 아줌마가 주인이었다. 오가며 물건을 사면서 한두 마디 나누다가 이것저것 알게 됐는데, 서울에 오기 전에는 '동하이'에 살았다고 했다. 어디 중국에서 살다 왔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더 얘기를 나눠보니 동하이는 Donghae, '동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해시에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는 말도 해주었다. 마침 그때쯤 동해 여행을 갈 예정이어서 그 말이 기억에 남았고, 거기서 러시아 음식도 먹어봐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동해시에 오니까 현지 주민들은 러시아 음식점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 사실 한국사람들이 러시아 음식점을 찾아다닐 이유는 별로 없을테다. 다른 곳에서도, 예를 들면 동대문에 자주 가는 사람들도 그쪽에 중앙아시아 음식점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
-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국내여행/강원도 2020. 10. 28. 14:42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사나, 가끔은 햄버거도 먹어야지. 그런데 동해시에서 논골담길이 있는 묵호 일대에는 햄버거 먹을 곳이 마땅치가 않다. 대도시에선 흔한 대기업 버거집들이 이 동네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동해시는 1980년에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되어 만들어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강릉 일부분과 삼척 일부분을 떼어내서 합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곳은 시내 번화가가 크게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논골담길로 유명한 묵호 쪽과, 시청이 있는 천곡동 쪽이다. 옛날에는 묵호가 더 컸다고 하는데 요즘은 천곡동 쪽이 사실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동해시에 단 하나뿐인 맥도날드도 천곡동에 있다. 그런 이유로 묵호쪽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버거집 찾기가 어렵다. ..
-
동해여행 해파랑길 33코스 추암해변-묵호역 2, 전천에서 묵호역국내여행/강원도 2020. 10. 13. 12:38
이전 포스팅에 이어서, 추암해변에서 묵호역까지 연결되는 '해파랑길 33코스' 중 전천부터 다시 길을 이어간다. 앞부분은 지난글을 참고하자. > 동해여행 해파랑길 33코스 추암해변-묵호역 1, 추암에서 전천 전천에서 돌 징검다리 위에 철판을 놓아 만든 작은 다리를 건너서 다시 상류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기차길이 놓인 다리 아래로 가게된다. 이런 다리가 보이면 오른쪽 옆으로 해파랑길 안내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꺾어야 동해역 쪽으로 갈 수 있다. 전천자전거길 입구 표시가 있는 길로 조금 올라가면 다시 표식을 볼 수 있다. 이 구역 길이 좀 희한해서, 처음가면 이게 진짜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 주의해서 잘 찾아야 한다. 마치 작은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철로 된 구조물에 표식이 붙어..
-
내게와묵호, 동해시 논골담길 햇빛이 아름답고 등대가 보이는 카페 겸 숙소국내여행/강원도 2020. 9. 25. 12:06
'내게와묵호'는 묵호등대가 지척에서 보이는 카페 겸 숙소이다. 햇볕이 맑게 비치는 날에 지나다가 창문으로 슬쩍 들여다보니 햇살이 너무나도 예쁘게 내부 공간과 어우러져서, 한 번쯤은 들어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정갈한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서도 잘 살펴보면, 곳곳에 무심히 놓여있지만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데, 안주인 분이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그렇구나하고 납득이 간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먼저 카운터 겸 주방으로 쓰이는 바가 보이고, 그 옆쪽으로 카페 공간이 있다. 카페 방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여러장의 천으로 만든 햇빛 가리개였다. 물론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이긴 하지만, ..
-
라면 먹고 갈래? 동해시에서 -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 은수네 아파트국내여행/강원도 2020. 9. 25. 12:03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도 그중 하나다. 이 작품은 딱히 불꽃같이 타오르거나 죽고 못 사는 애절함 없이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어, 어떻게 보면 밋밋하고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만한, 혹은 겪어봤을만한 일을 담아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물론 풋풋한 시절의 이영애와 유지태가 나온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 테고. 나는 영화보다도 가수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노래를 더 좋아하고, 요즘도 가끔씩 봄바람 들 때면 찾아듣곤 한다. 어쩌면 내게는 그 노래가 주 모티브이고, 영화는 노래를 듣다가 간혹 떠오르는 곁가지 역할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근 20년이 되도록 기억되는 영화인 것은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