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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와묵호, 동해시 논골담길 햇빛이 아름답고 등대가 보이는 카페 겸 숙소국내여행/강원도 2020. 9. 25. 12:06
'내게와묵호'는 묵호등대가 지척에서 보이는 카페 겸 숙소이다. 햇볕이 맑게 비치는 날에 지나다가 창문으로 슬쩍 들여다보니 햇살이 너무나도 예쁘게 내부 공간과 어우러져서, 한 번쯤은 들어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정갈한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서도 잘 살펴보면, 곳곳에 무심히 놓여있지만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데, 안주인 분이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그렇구나하고 납득이 간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먼저 카운터 겸 주방으로 쓰이는 바가 보이고, 그 옆쪽으로 카페 공간이 있다.
카페 방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여러장의 천으로 만든 햇빛 가리개였다. 물론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이긴 하지만, 하얀색으로 칠해진 깔끔한 내부와 창 밖으로 보이는 등대와 파란 하늘,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람의 물결' 정도로 제목을 붙여서 현대미술 작품이라고 전시해도 되겠다. 밖으로 바다나 초록 잔디 같은 것이 보인다면 좀 더 좋았을 테지만, 대신 다른데서는 흔히 보기 힘든 등대가 보이니 그것으로 만족하자.
사실 카페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꽉꽉 들어차도 열 명 정도 앉을 수 있을 정도다. 건물 자체가 옆으로 길고 폭이 좁은 형태여서 큰 공간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처음 들어가서 문 앞에 서면, 좁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이 근처 동네 카페들이 꽤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아서 더욱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업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카페놀이를 위해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곧 죽어도 카페는 감성 아닌가. 손님 없을 때 이 하얀 공간에 혼자 앉아있으면 패닉룸 같은 느낌을 즐길 수도 있다.
내 욕심으로는 카운터 바 쪽에서 카페 공간을 아련히 넘겨다 볼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여기는 햇빛의 변화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안에서 바깥을 보는 것보다 밖에서 안쪽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예쁘기 때문이다.
여러명이 들어가서 떠들기엔 1층의 좁은 공간이 부담스럽다면 또 다른 공간이 있다. 바로 옥상이다.
2층을 지나서 위로 올라가면 옥상(루프탑)이 나오는데, 여기도 의자와 탁자가 있어서 카페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뷰는 옥상이 더 좋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뚝 선 등대와, 논골담길 일대 산동네 모습과 묵호항 앞바다를 함께 전망할 수 있다.
이 동네 다른 카페에서도 산동네와 바다를 볼 수 있지만, 이곳의 특징은 묵호등대를 아주 가까이서, 다른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으로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야경을 보면 더욱 멋질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카페는 일찍 문을 닫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한데, 비수기에는 낮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 옥상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뻥 뚫린 공간에서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좋은 선택지다. 햇살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앉아있어보자. 이런 곳으로 여행을 나왔다면 살을 약간 태워서 가는 것도 좋은 경험 중 하나다.
음료 등을 주문했다면 보통은 이 옥상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래도 올라가기 전에 먼저 주인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공사를 한다거나, 오늘은 위험하다거나해서 때때로 운영 상황이 바뀔 수 있으니까.
2층은 숙박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허락을 받고 이곳도 구경해봤다.
201호 방문을 열자마자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전망 없는 특급호텔보다 여기가 낫다. 방금 전 옥상에서 봤던 경치를 이 방 안에서 거의 대부분 다 볼 수 있었다.
특히 논골담길과 그 건너편 산동네, 그리고 묵호항 일대를 침대에 누워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일반적인 야경 뿐만 아니라, 눈이나 비가 오는 모습을 편하게 누워서 감상할 수 있겠다.
낮 시간에는 '바람의 언덕'이나 적당한 카페 등에서 풍경을 감상한다해도, 밤이 되면 편하게 야경을 즐길만 한 곳이 많지는 않다. 특히나 이 동네는 일찍 하루를 마감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야경을 보면서 멍때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편이다.
논골담길, 덕장길 산동네와 묵호항 쪽 바다가 어우러진 이 일대는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가만히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기 좋은데, 그런 날씨에 풍경을 감상할 요량으로 사용해도 좋겠다.
방 안은 실내화를 신고 들어가게 돼 있다. 실내화와 바구니도 은근한 매력이 있는데, 찾아보면 이런 사소한 매력들이 군데군데 숨어있다.
2층 숙박공간에는 방이 2개 있다. 아까 사진에서 봤던 전망 좋은 코너 방은 201호, 그 안쪽에 202호가 있다. 따로 독립된 방이라서 두 팀을 받을 수 있는데, 요즘은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한 팀만 받는다고 한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바깥에 따로 분리되어 있고, 두 방이 공용으로 사용한다. 즉, 방 안에 화장실이 없다. 이게 최대 단점인데, 건물 자체가 좁은 편이라서 각 방에 화장실 놓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이곳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좀 애매하다. 일단 게스트하우스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사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도미토리 형식의 게스트하우스보다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렇다고 모텔이나 호텔도 아니고, 민박이나 펜션도 아니도 애매한 형태다.
명칭이야 어떻든간에, 어쨌든 이곳은 이런 형태다. 무엇보다 '뷰'가 중요하다면 다른 것들은 사소한 불편이겠지. 편하게 누워서,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하염없이 야경을 구경해보고 싶다면 말이다.
구경을 다 마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메뉴에는 대략 이런 것들이 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연한 커피, 진한 커피, 맹물 커피, 달콤 커피 등을 요상한 이름으로 그럴 듯 하게 써놓은 곳들과는 사뭇 다르다. 뭔가 이상한(?) 것들이 있다.
사진을 찍자고 작정하고 간 날은 음료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십전대보탕을 미처 못 봤는데, 나중에 꼭 마셔봐야겠다.
그런데 이곳의 유명 메뉴는 '찰떡'이다. 인터넷을 봐도 사람들이 많이들 언급하는 품목이 찰떡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먹은 것은 대게라면이다. 뭔가 점점 아스트랄해지는 느낌이다)
티라미슈를 좋아하고, 찰떡을 좋아한다. 둘을 잘 조합하면 실패하는 일은 없을 테다.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조금 비싸지만, 티라미슈 찰떡을 먹어봤다.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조합, 꽤 괜찮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초기엔 약간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곧 익숙해지면서 모두 사라졌다. 가격만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열 개쯤 사들고 갔을 거다.
메장에서 진행하는 리뷰 이벤트로 초코찰떡과 우유찰떡도 받아서 먹어봤다. 이미 티라미슈를 먹은 후라 그런지, 그것보다는 좀 못 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찰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찰떡을 먹겠다면 티라미슈를 마지막에 먹도록 하자, 다른 것들보다 맛이 강하니까.
이곳에 방문하기 전에 계획을 짤 때, 사실은 이곳을 라면집(?) 컨셉으로 소개할 생각이었다.
여기서 약 7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삼본아파트라고,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여주인공 집으로 쓰였던 촬영지가 있다. 거기가 그 유명한 대사 "라면 먹고 갈래?"가 나온 곳인데, 근처에 라면 먹을 곳이 없다.
그래서 찾다보니 '내게와묵호'에서 홍게를 넣은 '묵호라면'을 팔고 있더라. 현재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라면을 파는 곳이 바로 여기다. 그렇게 이어가려고 했는데, 공간이 너무 좋아서 어느새 라면은 뒷전이 되었다.
성수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비수기엔 이 홍게라면을 먹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재료를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서 준비해뒀다가 오래된 재료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낫다.
홍게가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은 8천 원. 묵호항 앞쪽에 줄줄이 늘어선 횟집 중에서도 대게라면을 파는 곳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5천 원짜리 대게라면도 있다. 나도 싸다고 한 번 먹어봤는데, 그냥 삼천 원 더 내고 여기서 '묵호라면'을 먹겠다.
게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정갈한 곳에서 깔끔하게 음식을 내 오는 것도 좋고, 비닐장갑과 물티슈 같은 것들을 함께 준비해주는 센스도 좋다. 국물 맛을 보면 공기밥을 먹을 수 밖에 없으니까 그냥 처음부터 함께 시키자.
그래서 이곳은 카페 겸 숙박업소이지만 라면집으로도 좋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가게 바로 옆으로 '논골3길'이 있으니까, 길 구경 전후에 들를 수 있다. 논골1길이나 바람의언덕 쪽에서 갈 때는 등대 앞 주차장을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이곳은 3길과 함께 비교적 한산한 편에 속하는 곳이라, 관광지화 된 마을에서 조금이라도 조용한 곳을 원한다면 이쪽으로 한 번 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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