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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묵호 논골담길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103LAB - 이미 유명한 야경 맛집국내여행/강원도 2020. 9. 28. 14:55
'103LAB(103랩)'은 동해시 논골담길 벽화마을 안에 자리잡은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다.
논골담길 시리즈(1길, 2길, 3길) 중에서 가장 접근하기 쉽고 볼거리도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논골1길 상단부에 위치해서 '바람의언덕'을 걸어서 몇 분만에 갈 수 있다.
논골1길을 따라서 벽화 구경을 하면서 올라가다보면, 어디로 가든지 한 번 쯤은 여기를 거쳐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여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103LAB'이라는 이름은 독특해서 쉽게 기억하기 어렵지만, 한 번 기억하면 잘 잊혀지지 않고 검색도 쉽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름에서 LAB는 'Like A Bird'를 줄인 것이고, 103은 처음 이곳을 만든 주인 부부가 만난 날이 1월 3일이라서 붙인 숫자라 한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는데, 새로 가게를 맡게 된 부부의 결혼기념일이 10월 3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이곳을 봤을 때 운명이라 생각했다고.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동해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 까지도 비슷해서, 주인은 바뀌었지만 가게의 결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태국 여행을 조금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방콕의 한인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며 주인이 많이 바뀌었지만 가게의 결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어, 오랜만에 찾아가서 주인이 바뀌어 있어도 옛날에 머물었던 기억만으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이곳도 그렇게 유지되었으면 싶은 바램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가게 구조가 동남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구조와 비슷해서이다.입구로 들어가면 먼저 카페가 나오고, 그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면 숙소 입구가 나온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잘 없는 구조였다.
여행을 많이 하지 않은 주인이었다면 어떻게든 공간을 분리해서 숙소 출입구를 따로 내려고 했겠지.
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 이런 식으로 카페를 거쳐서 숙소로 들어가는 방식이 누군가에겐 해외여행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좀 더 친근한 느낌을 줄 수도 있어서 하는 말이다.앞서 말했다시피 이곳은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는데,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야 숙소 출입문이 있다.
이런 구조는 아주 큰 장점이 하나 있는데, 카페 영업이 종료되면 그 공간을 숙소 손님들이 전용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카페 영업이 끝나면 숙소에 묵는 사람들이, 공용 냉장고에 미리 사 넣어둔 보리차 같은 것을 꺼내 마시면서 카페 공간에 앉아 야경을 즐길 수 있다.
103LAB 게스트하우스가 다른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에 비해서 다소 비싼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이런 특징을 고려해보면 그렇게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직접 가서 카페를 이용해보면, 그 공간을 밤에 조용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매력인지 알 수 있다.카페 안쪽 신발장이 있는 저 문이 숙소로 들어가는 출입문이다. 문 바로 안쪽에는 공용 냉장고가 있다.
바닷가 특성상 햇볕이 쎈 날은 아주 쎄고, 느닷없이 비가 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날씨나 기분 탓으로 나가기 싫을 때는 그냥 카페를 이용해도 괜찮겠다.
남녀 방이 따로 분리되어 있고, 각각의 방에는 벙커형 침대가 놓여있다.
벙커형 침대는 일반적인 2층침대보다는 공간이 좁아 보이지만, 어느정도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2층으로 올라갈 때 불안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침대 입구의 가림막을 내리면 외부와 차단될 수 있어서 좀 더 개인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머리 쪽에는 조명등과 콘센트가 있어서, 언제나 개인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여자방에는 작은 파우더룸 공간이 있는데, 이것만 빼면 남녀방이 거의 비슷한 구조다.
숙소 내부에 있는 작은 문을 열면 일종의 베란다 공간이 있다. 굉장히 좁아서 비상구 외에는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름 잘 활용하면 좋을지도 모른다.
도미토리 외에 2인실 방도 하나 있다. 화장실도 딸려 있어서 조금 더 편하게 묵을 수 있다. 물론 가격은 조금 더 비싸겠지.
여기까지는 낮 시간 모습이다. 게스트하우스 위주로 소개해서, 낮시간에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풍경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고 넘어왔는데, 한 마디로 말하하면 골목길을 탐방하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다.
사실 적당히 맑은 날이라면 바람의언덕이나 동네 공터에 앉아서 경치를 감상해도 괜찮은데, 너무 덥거나 추울 때, 혹은 비가 오거나 바람 많이 불 때는 아무래도 실내 공간에 들어가야 뭔가 구경할 정신이 생긴다. 특히 비올 때 운치가 있으니 한 번 이용해보자.
주간에 이 카페에서 보는 경치를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간 것은, 이곳의 핵심은 야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어떻게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정 안 되면 동네 계단에 앉아서 봐도 되고. 그런데 이 동네에서 야경을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가 않다. 카페들도 그리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곳도 카페는 밤 늦게까지 영업하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해야 카페 공간을 이용해서 밤 늦게까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카페에 손님이 밤에 막 몰려들어서 장사가 엄청 잘 된다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렇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 논골담길 일대에서 이 가격에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다.
돈이 있으면 내가 이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열고 싶을 정도다. 펜션 갈 재력 있는 사람들만 이 야경을 감상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잖나. 세상이 그러면 안 되잖아. 그런데 이 동네가 관광지가 되면서 집값이 많이 올라서 도미토리 운영하면서 본전을 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돈이 없어서 고민 할 필요도 없으니 다행이다(?).
어쨌든 103LAB에서 보이는 야경은 대략 이렇다. 낮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이 일대 야경의 첫소절을 카페에서 잠깐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야경을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 알려주자면, 밤이 깊어지면 느낌이 또 달라진다.
103랩 앞 골목의 밤은 이런 모습. 이쪽 길로 쭉 올라가면 바람의 언덕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곳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하룻밤 머물면서 야경을 즐기는 곳으로만 인식됐지만, 앞으로는 조금 바뀔 수도 있겠다. 주인 부부가 인맥을 동원해서 작은 음악회 등의 이벤트를 구상 중이라 하니, 어쩌면 나중엔 여기가 이 동네 문화예술 중심지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논골담길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경험으로 추억을 쌓았던 곳인 만큼, 앞으로도 이 마을을 밝히는 등대처럼, 방랑하는 새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곳으로 유지되기를 바래본다.
p.s.
논골담길에서 하룻밤을 묵어가면 어떤 야경을 볼 수 있는지는 아래 글을 참고하자.
> 은근한 매력으로 멍때리기 좋은 논골담길 야경 - 동해시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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