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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매력으로 멍때리기 좋은 논골담길 야경 - 동해시 여행지국내여행/강원도 2020. 9. 28. 14:54
논골담길 벽화마을은 동해시 묵호지역 바닷가의 작은 언덕에 자리잡은 산동네다.
언덕을 따라 빼곡히 자리잡은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한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흘러내리고, 꼭대기에는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묵호등대가 밤마다 빛을 밝힌다.지금은 어획량이 줄어들어 사람들이 떠나가고 쇠락한 이 달동네 곳곳에, 수년전에 대규모로 벽화 사업을 했다. 바다와 어울려 운치있는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제 이 마을은 명실공히 동해시 대표 여행지 중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동네를 동해안 바닷가 여행 중 일부로 여기고, 낮시간에 잠깐 벽화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 정도만 보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
아무래도 동해시에는 망상해수욕장을 비롯해서 대진, 어달, 감추 등 많은 유명 해변이 있고, 아래로는 삼척, 위로는 강릉이 있어서 바다를 따라서 여행하기 좋다보니, 동해시는 잠시 스쳐가는 곳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최소한 논골담길 마을은 하룻밤 묵어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곳은 낮에 벽화와 바다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밤에 야경을 감상하며 멍하니 앉아있기도 딱 좋기 때문이다.
평소에, 혹은 여행지에서 멍때리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은근한 매력에 푹 빠질거라고 확신한다.
사실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서 관광지를 찾는 것은 한 물 간 유행이다. 벽화가 그렇다기보다는 벽화마을 유행이 지났다고 해야 맞겠다.
전국 여러곳에 벽화마을이 조성됐고, 심지어 서울에도 알게 모르게 벽화마을이 꽤 있을 정도다.논골길도, 벽화와 바다가 어우러진 산동네라는 특징은 있지만, 단지 그것 뿐이라면 주변 유명 해변을 구경하다가 잠시 들르는 곳으로만 머물렀을 테다.
그러나 이곳의 매력은 밤까지 계속된다. 아니, 오히려 누군가에겐 밤이 더욱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낮에는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벽화와 함께 동네 구경을 하다가,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 동해 바다를 보는 경쾌함이 있다면,
밤에는 골목 어귀 어디선가 나만의 풍경 포인트나 숙소 안에서, 건너편 산동네부터 묵호항까지 점점이 이어지는 불빛들과, 까맣게 잠자는 바다를 깨우는 하얗게 일렁이는 파도 위를 오가는 어선들 불빛을 조용히 지켜볼 수 있는 잔잔함이 있다.가만히 앉아있기가 답답하다면 살포시 골목길로 밤마실을 다녀봐도 좋다.
낮에 어느정도 길을 익혀두었다면, 한 번 봤던 길이 밤에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혹시나 낮에 미처 가보지 못 한 길을 밤에 탐험하더라도, 동네가 그리 넓지 않아서 알고보면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서, 조금만 헤매보면 금방 익숙한 곳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골목을 다녀보면 밤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벽화들을 볼 수 있고, 밤에 깨어나는 생명체처럼 불을 밝히는 등대도 볼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낮에만 이 동네를 다녀간 사람들은 알 수 없을테다, 밤 풍경과 어울리는 벽화가 있다는 사실을. 바닷가 달동네 위에 뜬 달은 다른 동네의 달보다 애잔하다는 것과, 동네 골목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땅에 내려앉은 별처럼 반짝인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동네 한 가로등은 초승달 모습으로 불을 밝힌다는 것도 밤의 여행자만 알 수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게 낮에는 미처 몰랐던 밤의 매력에 푹 빠졌다가, 피곤하거나 쌀쌀함이 느껴진다면 천천히 다시 숙소로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숙소 근처나 안, 혹은 옥상 등에서 가만히 야경을 바라보면, 최면에 걸린 것 처럼 묘하게 빨려들어 하염없이 고즈넉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밤이 그리 길지는 않다는 것이 안타까워질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를 권하는 이유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논골담길 마을과 묵호 일대에 바다가 보이는 예쁜 펜션이 많으니 적당히 찾아보면 된다.
혼자 여행하거나 빠듯한 예산이라면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가 좋겠다.바람의언덕 근처에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인 '103LAB'이 있는데, 밤에 마실 나가거나 카페 공간에 앉아서 야경을 바라보기 좋다.
묵호 시내 쪽에는 '무코바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논골담길 입구까지 약 800미터를 이동해야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중앙시장 쪽 맛집과 바다정원길(동문산길)이 가깝다.
어떻든 적당히 알맞는 숙소를 찾아서, 이왕 여기까지 발걸음 한 김에 하룻밤 정도는 머물러보자. 이곳의 매력에 빠져서 동해에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은근히 여럿 있으니, 어쩌면 당신도 그 중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
p.s.
103랩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 동해시 묵호 논골담길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103LAB - 이미 유명한 야경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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