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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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을 기억하며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안녕 -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1취재파일 2011. 11. 13. 16:49
노래는 끝났다.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허탈함에 쭈뼛쭈뼛 머물던 사람들조차 하나 둘 떠나갔고, 영원히 휘날릴 것만 같았던 깃발들도 내려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화려했던 무대들도, 요란했던 천막들도 모두 떠나가고, 시끌벅적했던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내리던 빗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뒤에 남은 바람만, 오직 바람만이 마지막까지 남아 오래오래 그곳을 배회하며 식어버린 열기를 끝까지 보듬었다. 우리의 여름은 그렇게 끝났다. 잘 지내고 있는가. 비록 굳은 날씨에 우리 서로 모르는 사이로 우연히 만났지만, 질퍽한 땅을 밟으며 온 몸을 흙투성이로 칠갑하며 나뒹굴었던 그날의 당신, 그 여름의 열기를 아직도 꺼트리지 않고 잘 간직하며 이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있는가. 나는 이미 꺼져버린 불씨에 횡 한 마음을 어찌할 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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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건재하다, 신해철 & 넥스트 공연 영상 - 구로구 프랑스 문화축제전시 공연 2010. 11. 16. 03:24
지난 11월 13일 토요일, 구로 구민회관에서는 작은 행사가 하나 있었다. 서울 구로구에서 열린 제 3회 프랑스 문화축제 행사의 일부분이었다. 구로구는 프랑스의 이시레물리노 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해마다 번갈아가며 한국과 프랑스에서 문화축제를 연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2년마다 한 번씩 구로구에서 프랑스 문화축제가 열린다. 12일부터 14일까지 구로역과 오류역, 구로 근린공원 등에서 전시와 퍼포먼스 등 각종 행사들이 열렸다고 하는데, 멀고 춥고 배고파서(?) 그런 행사들을 다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연 딱 하나만 잡아서 가봤다. 원래 이런 공연은 혼자 가서 즐기는게 제맛~! 이라고 우길거다, 주위 사람들에게 같이 가자고 말 해봐도, 아무도 호응도 안 해주고... 내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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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요청금지사진일기 2008. 10. 13. 17:00
도시는 이미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난 이미 늦어버린 시간을 부둥켜 안고는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를 질질 끌고 있었지. 어쩌면 이건 마지막, 어쩌면 새로운 시작의 노래. 하지만 지금은 자야할 때. 모두들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달콤한 꿈을 꿀 때, 홀로 어둠 속 유령처럼 다시 방황해야 하는 시간이 다시 오고 있어. 아 오늘 밤, 이 긴긴 겨울은 또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할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이야. 집으로 가는 길이 행복하길 바래. 난 다시 떠나지만 이 길이 그립지는 않을거야. 흐물거리는 발걸음으로 깊은 시름에 잠기곤 했던 이 골목에도 밤이 오고 겨울이 오고 있어. 그러니 이제 밤마다 뒤척이며 잠 못 들던 한숨의 날들은 이제 그만, 또 한 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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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려나 보다사진일기 2008. 9. 9. 01:32
가을이 오려나 보다. 가을의 빛깔은 여름처럼 맑지도, 겨울처럼 선명하지도 않은 포근하다면 포근하고, 아늑하다면 아늑하기도 하지만, 다소 어눌한 색깔. 원래 가을을 몹시도 심하게 타는 성향이지만, 이번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허하다.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서 원래 잘 하지 못 했던 영어 회화가 많이 어눌해졌고, 한국어도 어눌해졌고, 생각도 판단도 마음가짐도 몹시도 흔들려 어눌해졌다. 이러다가 내 인생 자체가 어눌해 지는 게 아닌가 내심 불안해하면서 위태로이 노란 안전선을 안을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어느샌가 떨어지는 눈물을 추체할 수 없어 길 가에 앉아 펑펑, 울고야 말았다. 가을이 오려나 보다. 분명 아름다운 계절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잔인한 계절이기에 난 이제 그만 가을이 없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