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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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오징어의 꽃씨 한 포기사진일기 2007. 8. 31. 01:26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지, 싹도 한 번 틔우지 못 한 대지는 그렇게 말라붙어 이제 더이상 꽃 한 송이 자랄 수 없게 되었지. 아니, 아니 내 메마른 가슴에 한 줄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때가 오면, 때가 오면 나도 초록빛 만연한 푸른 잔디밭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애써 위안하며 다독이며 아닐 거라고, 아닐 거라고 부인하며 지내온 날들. 까만 밤을 지새며 날아온 꽃씨는 발 한 번 뻗지 못하고 말라 죽어 버렸고, 새벽녘의 안개에도 젖지 않는 나는, 이제 더이상 꿈 꾸지 않게 되었지. p.s. 아프리카에서 찍었음...이라고 말 할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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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햇살이 따갑게 얼었다사진일기 2007. 8. 9. 04:17
차갑게 일렁이는 검은 파도가 바람이 신음치는 산사로 이끌었다. 배는 이미 유리처럼 얼어버려 금방이라도 두 동강 금이 날 살얼음판 같았다. 조그만 빛도 없는 그 하늘에 별도 달도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곧 어둠 내릴 얼어붙은 바다를 더이상 항해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멀리 스산한 어둠이 다가오고, 천둥새 우는 소리가 울린다. 이따금 저 앞 산사 어둠 속에서 언뜻 일렁이는 파란 그림자가 내 눈을 스친다. 초봄되면 매화꽃 향내 맡으며 바람새 잡으려 했으나, 갈 곳 없는 신세 이까지 왔구나. 자정이 내리고 파도가 얼었다. 이제 여기가 내 항해의 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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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를 타고 빛줄기가 내린다사진일기 2007. 8. 8. 05:23
내게 한 줌의 빛이 있었다면 인생은 달라졌을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있지만 꾸역꾸역 가고 있다. 이제 다시 돌이키기는 늦어 버린 감이 있다 아니,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됐을까 내 길은, 밤마다 불면의 시간을 보내며 독한 담배 연기에 영혼이 실신할 때까지 머리를 쥐어 뜯어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유유히 한 줄기 빛이 내려온다. 늘 그런 식이다. 깡마른 대지에, 빗줄기 필요한 곳에 빛줄기가 내려온다. 언젠가 빛줄기 필요할 때는 빗줄기가 내렸었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여버린걸까. 이제와 어둠 속 골방에 빛줄기 내려도 창살을 뚫지 못해 나갈 수 없다. 이 창살을 뚫으면 다시 저 맑고 푸른 밤하늘로 나갈 수 있을까. 알 수 없지, 이제 와 아무 소용도 없고. 위대하신 은하제국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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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려진 내 눈물 두 방울사진일기 2007. 8. 8. 05:01
나 안 떠날거지? 응. 나 지켜줄거지? 응. 나 사랑할거지? ... 끝내 마지막 질문은 대답할 수 없었다. * * * 서울숲 안에는 조그만 식물원이 있다. 그 식물원 안에는 손바닥만 한 햄스터 두 마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손가락으로 유리를 톡톡 치거나 할 때마다, 검은 놈은 얼룩진 놈을 감싸 안으며 지 품으로 감싸줬다.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듯 얼룩이는, 세상 그 어떤 약속보다 굳건할 것 같은 검정이의 품 속을 오들오들 떨면서 깊이깊이 파고 들었다. 그 때마다 검정이는 경계의 눈빛을 사방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그 눈빛 또한 너무나 연약해 보여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그 모습 때문에 나는 자주 그곳을 찾아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참씩 그들을 바라보곤 했다. 눈물을 참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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