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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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필요해사진일기 2007. 7. 3. 13:54
퍼붓는 가을비에 홀로 꺼져가는 촛불 그대도 내게도 우산이 필요해 비가 와서 그런지 물에 젖은 솜처럼 이상하게 피곤해서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던 휴일날 하늘공원에 갔다. 비가 오니까, 그래 비가 오니까 사람이 적지 않을까. 이렇게 비가 오니까 연인들도 어디 비디오 방에나 틀어박혀 있겠지, 라며 하늘에 맞닿은 한적한 재활용 공원 갈대숲을 상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월드컵 경기장에선 대형 그룹싱어들의 콘서트 때문에 관광버스 대절해 여기까지 온 일본인들도 있을 만큼 북적거렸고, 공원 역시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지 한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 그래, 서울이지. 어딜 가도 사람으로 북적대며 밀고 당기고 치일 수 밖에 없는 그 도시였지. 갈대 반 사람 반 휘이 둘러보고 돌아서는 내 발걸음 뒤로, 우천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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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은 내인생사진일기 2007. 7. 3. 05:29
태평양의 꽁치처럼 둥둥 떠다니는거다. PKO도 없이 GG도 없이 CRITICAL HIT 하나 없이 그냥 개기는 거다, 아니 남아있는 거다 대강대강. 마치 NPC처럼 체력 낮은 슬라임처럼 잡아봤자 경험치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귀찮은 존재로 액션 히어로가 거들떠 보지도 않아 살아남아 있는거다 화면 한 귀퉁이 혹은 저 먼 어느 구석탱이 어둠 구석에. 그래도 생각은 그렇게 한다, 작은 버그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자위하는거다 메트릭스를 붕괴시킬 힘이 작은 존재에도 있다며 위안하는거다. 열정따위 개나 줘라 먹이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쓰레기 봉투 찢어발겨가며 밤 골목 먹고 살려 기쓰는 고양이에게도. 결국 갈매기처럼 새우깡 한 조각에 고향마저 등지겠지. 본성마저 잃어버린 동물은 도대체 뭐냐, 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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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넘어 눈이 왔다사진일기 2007. 7. 2. 19:29
자정 넘어 눈이 왔다. 눈은 누이의 목덜미처럼 삼단같은 까만 밤을 아스라히 타고 내렸고, 비밀인 듯 아찔한 정적 속에 나는 마냥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소복소복 온 세상에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고, 참다 못해 맨발로 마실 나간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정말로, 정말로 괜찮다, 괜찮다 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만 나도 모르게 어느 골목 그림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정한 손길처럼 닿을듯 닿을듯 내 앞에 있는데도 눈 앞이 너무 흐려 시린 손 허공만 휘저어 보다가, 너무나 답답해 하늘로 긴 한 숨 내쉬었더니 어느새 내 안에서 잊지 말아라하며 차갑게 식었다. 못내 아쉬워 뒤를 돌아 보아도 내 발자욱만 덩그라니 놓여 있고, 저 멀리 밤길을 채촉하는 자동차 소리가 쏴하고 하늘을 쓸어내리는데 아직도 토닥토닥 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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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MIND사진일기 2007. 6. 27. 23:32
꿈꾸는 세상이 언제나 항상 내곁에 그렇게 있다고 말하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언젠간 태양과 춤을 추겠죠 세상은 이렇게 작고도 작은 곳이고 내작은 날개로 한없이 날아 날아서 언젠간 깨닫게 되겠죠 그런 마음을 바람도 많겠죠 햇빛에 눈도 아플 거에요 혼자서 외롭고 불안해 마음도 조일 거에요 울지도 모르죠 추락해 죽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날아볼 거에요 나다시 일어서 날아야 해요 크게 숨을 쉬고 자, 하나 둘 셋! ------------ 아이~ 유치해라~ 이건 완전히 동시군요~ 이 사진에 감동 받아 비행청소년이 늘지 않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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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꽃 SEA FLOWER사진일기 2007. 6. 27. 15:41
캄캄한 신새벽 파도의 냄새로 잠을 깨면 오늘도 불어오는 거친 바닷 바람 작은 벌레마저도 견디기 힘들어 떠나는 거친 바다 절벽 아래 깎아지른 바윗덩이 향기 없고 못생겨서 모두들 외면하지만 비바람 태풍에도 꿋꿋한 나는 바다꽃 하얀 파도 부숴지는 바위섬을 볼 때면 갈매기 되어 훨훨 나는 꿈을 꾸지 하얀 파도 일어나는 먼 바다 볼 때면 새까만 등껍질 힘 센 고래를 꿈 꾸지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아 나는 지친 몸 이끌고 돌아갈 곳 걱정 없으니 거친 바다 절벽 아래 깎아지른 바윗덩이 향기 없이 태어나 외로운 바다꽃 누군가 나를 탐하면 벼랑 아래 깊은 바다 이빨 속에 던져 넣어 버릴테야 누군가 나를 보면 바위 벽 거친 손아귀로 잘게잘게 부숴버릴테야 이른 저녁 달이 뜨면 꿈을 꾸지 바다 위 빛나는 샛별이 될거라고 거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