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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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사진일기 2007. 6. 27. 15:20
아마 둘 중 누군가 마음이 변했겠지. 그래서 말했을테지, '이제 난 니가 싫어.'라고. 원래 마음이 약했던 그 사람은 슬픔에 못이겨 울부짖었을테고. '사랑이 변하니?' 그럼 원래 매정했던 그 사람은 싸늘하게 말 하는 거야. '아직도 사랑을 믿니?' 시간만 잡아 먹는 쓸 데 없는 말다툼이 있었을테고, 어쩌면 누군가 손지검을 했을지도 몰라. 끝내 연인을 보낼 수 없던 마음 여린 사람은 급기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이 꽃 즈려 밟고 가시라 했을테고 그 꽃이 바로 이 대문앞 꽃인지도 몰라. 밟혀 있는 꽃송이들이 있는 걸로 봐서, 매정한 사람은 그냥 즈려 밟고 떠났나봐. 최소한 둘 사이엔 사랑이란 거 없었던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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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오고 있다사진일기 2007. 6. 23. 16:35
폭풍 전야에는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걱정 되면서도 기대되고, 조용하면서도 무섭고,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들. 폭풍은 너무 요란해서 싫지만, 푹풍 전야는 야릇한 기운때문에 좋다. 태풍이 머릿속까지 불어 줬으면 좋겠다. 태풍이 온다길래 어젯밤에 해운대 놀러 가서 찍은 사진이다. ㅡ.ㅡ;;; 오늘 하루종일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동네 골목에는 깡통이나 쓰레기, 철망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편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날아다니는 물체들에 맞아 유리창이라도 깨지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건, 라면 다 떨어졌는데 사러 나갈 수가 없다는 거다. ㅠ.ㅠ 지금 상황에 뭐 사러 가게 나간다는 건 거의 자살행위다. 내일까지 쫄닥 굶게 생겼네. ㅠ.ㅠ 이봐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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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기 서 있는 걸까사진일기 2007. 6. 23. 16:27
울릉도 여행을 갔다. 무엇에 홀린 듯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돌아와 확인 해 보니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다. 왜 그렇게 한 컷이라도 잘 찍어 보려고 기를 쓴 걸까. 그 노력들이 모두 헛되어 허탈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여행은 마음으로 떠나 타인의 마음을 만나고 내 마음을 다시 확인하여 마음 속에 남기는 여정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언젠가 있을 내 큰 여행을 위해 사진 찍는 기술을 높이고, 좋은 사진이 될 만한 장면을 포착하는 눈을 기르려 했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다시 마음을 바꿨다. 여행 자체를 느끼는 마음을 길러야 겠다라고. 그러기 위해선 다시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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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겠지사진일기 2007. 6. 23. 16:26
아직 이 넓은 세상에 내 몸 하나 쉴 곳 찾지 못했어 어쩔 수 없이 끝 없는 방황을 해야 하나 어딘가 떠밀려 가는건 정말 싫은데 이제 그만 내려와 둥지를 틀라 하지 아침부터 밤까지, 또 아침까지 날아도 소용없다고 이제 그만 헛된 날개는 접어 넣으라고들 하지 그래도 내가 있을 곳은 하늘 쉴 곳 또한 하늘 새는 하늘에서만 빛나기에 나중에, 내 눈 감을 때 쯤 내려 갈 테야 아직은 날 수 있어, 아직은 날 수 있어 언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 날 까지는 아직은 날 수 있어,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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