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체육공원 & 금정경륜장 (부산, 금정구) (2005.10.23)
가까운 곳에 휴일 하루 정도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었어.
2003년에 개장했다는데 여태까지 난 전혀 모르고 있었지 뭐야.
아마 도박 같은 덴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겠지.
경륜장이나 경마장을 떠올리면 일단 도박부터 떠오르니까.
사실 갑자기 경륜장에 가게 된 이유는,
이제 부산에서 더 이상 구경 갈 곳이 없기 때문이야. ㅡ.ㅡ;
찾아보면 조금 더 나올지도 모르지만, 일단 많이 알려진 곳은 다 가봤어.
그래서 이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도 찾아가보자라는 계획(?)의 첫걸음으로 경륜장을 찾았던거야.
한편으론 경륜장은 어떤 곳일까, 경륜 경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지.
스포츠 경기 관람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로써는 큰 기대 같은 건 애초에 없었어.
도박장의 성격이 강하다는 편견을 가지고는 있지만,
재미삼아 적당히 즐기는 포커는 재미있듯이 경륜도 그렇게 즐기면 될 듯 싶었고.
뭐,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느 한가한 휴일날 심심해서 찾아가 본 것 뿐이야~
금정체육공원과 금정경륜장은 이름은 다르지만 거기가 거기야.
경륜장 앞에 펼쳐진 공터가 체육공원이지.
위치는 금정구 두구동.
부산 지하철 1호선 종점인 노포동 지하철 역 근처에 있어.
역에서 걸어가도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현재 지하철 역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니 이걸 이용하는게 편해.
경륜 경기는 현재 금, 토, 일요일에만 있기 때문에, 셔틀버스도 이 날만 운행해.
오전 10시부터 밤 9시 까지 운행되고, 양산, 울산에서도 셔틀버스가 운행하니까
자세한 사항은 부산경륜공단 홈페이지 참조.
부산경륜공단 (www.bcr.or.kr)
노포동 지하철 역에서는 셔틀버스 두 대가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역에서 경륜장까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자주 왔다갔다 하는 듯 싶어.
버스로 얼마 안 가서 바로 공원과 경륜장이 보여.
내가 간 날은 경륜장 앞에서 길거리 탁구 대회가 열리고 있었어.
사람들에게 이런 곳이 있다고 홍보하는 노력 중 하나인 듯 싶어.
예상과는 다르게 휴일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굉장히 한적한 편.
이렇게 사람이 없으면 시설 유지비나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하지만 경륜을 도박으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륜장에 직접 나오지 않으니까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지.
어쨌든 경륜장에 입장~!
다행히도 입장료는 없었어.
입장료가 있었다면 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한참 망설였을텐데~ ㅡ.ㅡ;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아서 썰렁한 경기장.
금, 토, 일에 경기가 있다고 해서 하루종일 경기가 있는 건 아니니까,
만약 가 볼 생각이라면 홈페이지에서 미리 경기 시간을 알아서 가는 게 좋을 듯 싶어.
이왕 경륜장에 왔으니 돈을 걸어 봐야 제 맛이겠지?
처음 해 보는 경륜이라 좀 어리둥절 했지만,
정신 차리고 차근차근 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
경륜장 벽에도 설명서가 붙어 있고, 홈페이지에도 설명이 있지만,
여기서 아주 간단하게 경륜 경주권에 대해 설명해 볼께.
일단, 노란 종이가 경주권구매표인데, 그걸로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는 거야.
경주권 한 장으로 백 원 부터 오만 원까지 돈을 걸 수 있어.
처음 구매표를 딱 보면, 제일 알 수 없는 부분이 승식(bet type) 부분인데,
단승, 연승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싶지만 알고 보면 간단해.
- 단승: 1등이 누구냐를 맞추는 것. 1등 한 명 번호만 표기하면 됨.
- 연승: 1명의 선수가 1등이나 2등을 할 거라는 데 돈을 거는 것.
즉, 3번 선수에 돈을 걸었다면, 이 선수가 1등이나 2등을 하면 돈을 딴다.
- 복승: 1등과 2등을 각각 알아 맞추는 것.
두 명의 선수를 표기해서 각각 1등과 2등이 되면 당첨. 순위는 바뀌어도 됨.
- 삼승(삼복승): 1,2,3위를 맞추는 것. 순위는 상관 없음.
즉, 3,5,6번 선수를 기입했다면, 이 선수들이 모두 1,2,3위로 들어오면 당첨.
- 쌍승: 1,2위 순위를 정확하게 맞추면 됨. 순위가 바뀌면 땡전 한 푼 없음.
어때? 단승이니 연승이니 이름이 좀 어려워서 그렇지, 알고보면 어려울 것 없어.
대충 이렇게 이해 하고 가서, 경주권 뒷면의 간단한 설명을 보면 다시 떠오를 테니까.
어쨌든 나는 가장 확률이 높은 연승으로 배팅을 했어.
한 명의 선수가 1위나 2위를 할 확률은 2/7 (총 7명이 경기를 함).
거의 30%의 확률이지. 로또에 비하면 수천만 배 높은 확률이야~ ㅡ.ㅡ/
작성한 구매권을 돈과 함께 투표소라는 곳에 주면 경주권을 줘.
로또 작성 용지에 번호를 표시해서 돈과 함께 주면 종이쪽지를 주는 것과 똑같아.
나중에 당첨된 경주권도 투표소에 갖다 주면 현장에서 바로 현금을 줘.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처음 경륜장을 들어서면서 도박장의 분위기에 위압감을 약간 느끼긴 했어.
도박장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분위기 있잖아.
그런 분위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처음엔 좀 싫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잠시 있다보니까 뭐 그리 신경쓰이진 않더라구.
어린 아이들 데리고 가족단위로 구경 나온 사람들도 꽤 많으니까,
자기 스타일대로 즐겁게 즐기면 그만이야.
내가 보기엔 경륜장엔 네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각각 분류해 보면 이렇게 나눌 수 있어.
- 구경꾼: 100% 구경만 하러 온 사람들.
달리는 자전거들 구경 하며, '아무나 이겨라~'하는 스타일.
대부분 한 두 경기 보고 떠남.
- 적당히 즐기자: 나처럼 푼돈 걸고 즐기는 스타일.
아마, 경륜장에서 제일 재밌게 즐기는 스타일이지 않을까~ ^^
주로 커플들이 데이트 하러 온 경우가 많았음.
- 도박꾼: 몇 십 만원 금액의 돈을 거는 사람들.
이런 유형은 대부분 경기장에 나오지 않고, 실내의 TV 화면으로 경기를 봄.
- 학구파: 경륜장에서 제공하는 자료 외에 따로 파는 자료들을 가지고 있음.
엄청 많은 양의 자료들을 종합해서 펜으로 뭔가 적어 가며 공부(?)함.
크게 보면 도박꾼 유형인데, 엄청 공부를 한다는 것이 좀 다름.
물론, 엄청 공부하고 분석하고 나서 천 원 거는 사람들도 꽤 있음. ㅡ.ㅡ;
자,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어~
그냥 구경하는 것보다, 푼돈이라도 얼마 걸고 보니깐 더 흥미진진하더라~ ^^;
선수들은 각각 색깔이 다른 옷을 입고 있으니,
멀리 있어도 자기가 배팅한 선수를 알아볼 수 있어.
(색맹은 좀 불편하겠지만 ㅡ.ㅡ;)
자기가 배팅한 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올 때의 그 긴장감과 즐거운 흥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달려라 달려, 치고 나와 등을 중얼거리게 되지. ^^
총 다섯 바퀴를 도는데, TV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느껴져.
음악도 콘서트에 가서 들으면 느낌이 아주 다른 것과 마찬가지.
생각보다 재밌었어. ^^
한 경기가 끝나는 데는 약 3분 정도 걸려.
경기가 끝나면 등수를 판정하고, 그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
내가 배팅한 선수가 2위로 들어와서, 첫 배팅에 3.2배 배당금 받았어~ ^^/
1000원 x 3.2 = 3200원.
차비 벌었다~ 만세~~~!!! ^^/
도박에 약하고, 도박운도 아주 나쁜 편이라 웬만하면 도박을 하지 않는 나로써는
기대 하지도 않았던 수입이 들어오니깐 푼돈이라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
아무래도 세상엔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이 진짜로 있는 것 같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소설에서 그 단어가 나오는데,
어떤 일이든 처음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겐 행운이 붙는다는 거지.
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것을 보면, 이상하게도 초보자가 잘 이기잖아?
그런 것처럼 도박엔 초보자들이 운이 좋은 어떤 세상의 법칙이 있는 것만 같아.
그렇다면... 항상 초보자처럼 하면 항상 돈을 딸 수 있는 걸까? ㅡ.ㅡ;;;
어쨌든 가끔 가서 이렇게 작은 돈으로 약간의 스릴을 맛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 ^^
이후에도 다른 경기가 계속되지만,
한 경기와 다른 경기 사이에는 약 30분 정도 시간이 비어.
그 사이에 구매권 표기를 해서 경주권을 사는 것도 좋지만,
경기가 시작 되기 전에 펼쳐지는 이 이벤트를 보는 것도 좋을 거야.
경륜장에서 가장 쇼킹하고도 신기했던 장면!!! (나만 그런지 몰라도~ ^^;)
경륜 경기의 하이라이트, 경기장의 꽃!
바로...
레이싱걸!!! ㅡ0ㅡ;;;
아...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어.
경륜장의 레이싱걸이라니...
그 레이싱걸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동차 경주장에서 가만히 서서 포즈만 취하는 그런 레이싱 걸이 아니라,
직접 모터 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진정한 의미의 레이싱걸이었던 거야!!! ㅡ0ㅡ/
정말, 진정한 의미의 레이싱걸 아니겠어?
기존의 레이싱걸 개념을 아주 색다르게 재해석 해 놓은 이 기발함~!
뒤에 깃발을 꽂고 달리는 것이, 자장면 배달 오토바이를 연상케 하긴 하지만...
어쨌든 멋있어~!!!
언니~ 달려~~~ ^0^/
경륜장의 레이싱걸, 정말 훌륭한 발상이야~ ^^b
경기 시작하기 몇 분 전에 나와서 잠깐 달리니깐,
경기 아직 시작 안했다고 딴 데 가지 말고 레이싱 걸 보려면 꼭 붙어 앉아 있을 것!
그 후, 경주 몇 개를 더 보고 해가 저물어 오길래 밖으로 나왔어.
다른 사람들이 자리 뜰 때 같이 일어나면 셔틀버스가 만원일 테니까.
경륜장 옆쪽엔 넓은 잔디밭도 있어서, 엠프 틀어놓고 야유회 같은것도 많이 하는 듯 해.
꼬맹이들이 잔디밭에 뒹굴고 놀기도 하고. (하루 종일 뒹굴더군. 재밌을까? ㅡ.ㅡ;)
어느새 지고 있는 해를 뒤로 하고 다시 셔틀버스를 탔어.
올 때 내렸던 곳에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면 노포동 지하철 역 앞까지 갈 수 있어.
별 기대 없이 심심해서 와 본 곳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차비에다가 과자값까지 벌었으니 오늘 경륜장 놀이는 성공이야~ ^0^/
할 일 없이 심심한 휴일, 다같이 경륜장이나 가서 술값이나 한 번 벌어 보자구~ ^^;
주의: 지나친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금길인 거, 다들 알지~? ^^Copyrights' © emptydream hom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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