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도 힘들고
사람도 힘들고
사랑은 포기해버렸고
잠 못 드는 밤 문득 생각나
방 구석에 잔뜩 먼지 쌓인 기타를 꺼내 들었어.
잊고 산 시간만큼 수북이 쌓인 먼지 속에서
이 녀석도 나 만큼이나 빛 잃어 초라한 모습으로
저 깊은 어딘가 한껏 침울한 표정이었지.
옛날에도 그랬거든,
옛날에도 지금만큼이나
세상이 어렵고
사람도 어렵고
사랑은 더욱 어려웠어
공업미적분학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았지.
생각하기를 멈춘 때부터
내 눈은 흐릿해져갔고
빛 잃은 두 눈 속에 비치는
세상도 더이상 아름답지 않았어.
실수도 많았어
내 뜻대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한껏 건방도 떨어봤고,
치기에 상처준 적도 많았지.
꿈이 많았고
그 꿈 속에서 방황했고
그러다 하나씩 배워갔지
너무 많은 꿈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너무 강한 자신감은 자신을 망친다는 것.
그걸 깨달은 때부터였나
내 어깨는 무너져 내렸어.
묵직한 짐을 진 것처럼 등이 굽어지고
한 발 떼기 힘 들 만큼 걸음도 무거워졌어.
그 때 부터였나,
한숨도 많아지기 시작했지.
그래도 소년아 기타를 들어
내 기타를 들고 있다면 아직은 소년
막무가내로 떼쓰던 꿈 많은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 소년아 이제 다시 한번
너의 그 기타를 들어
멋지게 연주해 보는 거야,
생을 위한 아다지오.
p.s.
한마디로 말하자면,
야밤에 술 먹고 기타치고 노래불렀음.
에라~ 이놈의 세상아~!!!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세상 돌아 가는 꼴은 맘에 안들지
하지만 달리 내겐 할일이 없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죽을까봐
싫어싫어
이대로 혼자 죽진 않을테야
다 같이 죽자 동네 한바퀴 흐흐흐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