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연히 생긴 입장료 50% 할인권 때문에 가게 된 전시회.
"원시부족, 원시미술"
아프리카 예술품들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바로 달려가 보았다.
장소는 몽촌토성에 있는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바닥과 일부 부품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종이로 만들었다는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가까이서 만져보니 종이라기보다는 나무라는 느낌이 더 많이 나던데...
진짜 종이라면 비 오면 젖지 않을까?
입구에 전시관 내부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써 붙여져 있어서,
입구쪽과 출구쪽 근처만 찍어 올린다.
저런 오묘한(?) 분위기의 전시실이 계속되고,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게다가 아프리카 예술품들 특유의 이미지 때문에 전시실은 다소 으시시하기까지 했다.
귀신의 집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
전시품들은 주로 아프리카 공예품들.
그 외 인도 등의 동남아시아 공예품들도 끼어 있었다.
다소 으시시한 분위기의 전시실을 지나니, 넓고 높은 공간이 나타났다.
기둥이 꽤 높았는데, 저 기둥들도 모두 종이로 만든 듯 했다.
전시실 내부에서 계속 몇 개의 음악들이 반복해서 흘러 나왔는데,
그 음악들에 반해버렸다.
완전히 순수한 아프리카 음악은 아닌 듯 했고,
아프리카 음악을 퓨전으로 변형시킨 듯 한 뉴에이지 풍의 음악이었다.
분위기가 상당히 묘한 음악이었는데, 어떻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 음악은 듣고 있으니 밖에 비가 온다는 착각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
그 음악이 너무 너무 맘에 들었다.
나중에 밖에서 물어 보니 음악은 따로 구할 수가 없다 한다.
(아... 아직도 머릿속을 맴도는 그 음악...!)
아마 저런 공간 때문에 음악이 더욱 신비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내부에는 아프리카 정글처럼 꾸며 놓은 놀이시설(?)도 있었다.
그냥 길 따라 쭉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게 전부였다.
별 의미 없긴 했지만, 밋밋한 공간에 다소 변형을 줬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저 전시실 모두를 저런 식으로 꾸며 놓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여기를 구경하고 있으니 밖에서 갑자기 북 소리가 들린다.
이 전시회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초청된 몇몇 부족들이 돌아가며 공연을 한다.
하루에 네 번 정도 공연을 하는데, 마침 운 좋게 공연시간에 맞게 간 것이었다.
두 사람의 아프리카 청년이 웃통 벗고 열심히 공연을 했는데,
그 날은 날씨가 흐리고 좀 쌀쌀해서 감기라도 들지 않을까 걱정 되기도 했다.
게다가 공연을 구경하는 손님은 열 명도 안 됐다.
박수 소리도 들릴 듯 말 듯 간간히 터져 나오는 가운데,
전혀 주눅들거나 설렁설렁 하지 않고 열심히 공연을 해 준 두 아프리카 청년이 너무 고마웠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마지막엔 관객들 코 앞에 다가와 노래를 불러 주었는데,
관객이 워낙 없다 보니 혼자 갔던 내 앞에서도 노래를 불러 주었다.
사실, 전시회 자체는 전시물이 좀 빈약한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얘네들 공연을 보고는 입장료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이 전시회, 완전히 이 아프리카 청년들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피카소, 마티즈 등을 비롯한 많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를 얻었던 아프리카 예술.
아프리카는 인류의 마음 저 깊은 어딘가를 자극하는 매력이 있는 듯 하다.
나 역시 아프리카가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그런 매력을 직접 느껴 보고 싶어서이고.
아... 아프리카 가고 싶다!!! (어느 세월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