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자기방어랄까, 어처구니 없게도 정말 예의 없는 것들은 자기 스스로 자기가 예의가 없는지 모른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예의가 없다고 탓한다. 킬라 역시 그렇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고 죽이는 킬라 역시 예의 없기는 마찬가지. 희대의 살인마들도 어쩌면 스스로 저마다의 명분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킬러들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고.
혀가 짧아 할 말 못하고 살기 때문에 독백이 시끄러울 정도로 많은 것은 그만큼 할 말이 많다는 뜻이겠지만, 그래도 만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아도 너무 많다. 그에 반해 행동으로 보여 주는 스토리는 너무 생략되고 압축 돼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폼만 잡거나, 웃기기만 하는 킬러가 아닌, 약간은 다른 모습의 킬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는 가지만, 이야기를 풀어 가는 과정이 너무 나레이션에만 의존하는 게 아닌가 싶다. 중경상림의 나레이션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화면상의 이야기도 받쳐 주었기 때문 아닌가. 말로 다 풀어가는 읽어주는 소설을 들으려고 영화를 보는 건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구성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www.emptydre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