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에 잠복근무를 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경찰. 그리고 범죄조직의 일원이면서 경찰에 스파이로 잠입하여 생활하면서 그 삶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은 사람의 갈망.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엇갈린 두 운명이, 사회와 조직이라는 틀 속에서 만나면서 서로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적이 되어 쫓고 쫓긴다.
홍콩 느와르의 맥을 잇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느와르와는 약간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난사하는 총탄 속을 뛰어다니며 적들을 물리치는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 총 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고, 억지로 감동을 주기 위한 처리를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찡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등장인물들의 이중생활로 인한 복합적인 성격 또한 유명한 배우들이 아주 잘 소화해 냈고,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간결하면서도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어디선가 접했던 듯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지만, 2편 3편을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영화.
어쩌면 등장인물 둘의 관계가 홍콩과 중국의 관계로 대치시켜 볼 수도 있을 법 하다. 서로 자신의 속한 영역 속에서 혼란을 느끼며 어찌할 줄 알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진행은 되지만 갈수록 갑갑한 상황. 갈등과 방황. 현실은 그렇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어쨌든 너무 허무하고 비관적이라 화려한 부활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홍콩 느와르의 새로운 변신에 기대를 가질 수 있게끔 해 준 영화이다.
근데 왜 번 돈 가지고 해외로 튈 생각은 안 하는 걸까. 죽어도 고향에서 죽어야 한다는 확고부동의 애향심일까. 어쩌면 두 사람이 모두 인생에 적극적이라 빚어낸 비극은 아니었을까. 한 쪽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도망만 갔어도 그렇게 비극적이진 않을 스토리인데. 하긴 그러면 영화가 성립이 안 되겠지만. 어쨌든 실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은, 인생은 늘 적극적으로 사는 것만이 장땡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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