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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그러나 현실일 수 있는 - 기계의 노예리뷰 2007. 8. 18. 04:39
이미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 컴퓨터가 단순히 계산을 위한 도구로 등장했기에,우린 아직도 이 기계를 컴퓨터(computer)라고 부른다.그러나 이미 컴퓨터는 더이상 컴퓨터가 아닌,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저자 로린스는 지금 우리들이 컴퓨터를 '아직까지는' 완전히 지배하고 있고,또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굳건히 믿고 있지만,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에서부터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항공관제시스템에 들어가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며,우주왕복선 속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에도 수많은 버그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그것은 결국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이고,시시콜콜하게 작은 부분에서조차 완벽한 명령을 필요로 하는 컴퓨터에게 그렇게 방대한 양의 명령을 '정확하게' 내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저자는 나폴레옹과 그의 군대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즉,나폴레옹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 자신의 군대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을 내린다고 가정해 보자;'진군을 하는데,산을 만나면 올라가고,정상에 다다르면 내려간다.중간에 날이 어두워지면 야영을 하는데,그땐 모닥불을 피우고 밥을 해 먹는다.또한,행군하거나 야영하는 중간중간에 적이 오는지 안 오는지 살펴야 하는데,적을 구별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이런 식으로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면,아마 나폴레옹은 명령들을 구성하고 생각해내며,그 속에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 검토하는데 평생을 다 보냈을 것이며,실제로 전쟁은 한 번도 치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이 바로 이런 방식이고, 따라서 프로그램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방대해짐에 따라서 인간은 이미 컴퓨터를 완전히 컨트롤하지 못하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인간이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제대로 움직이는 컴퓨터인데,그걸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가 없으니말이다.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진화하는 컴퓨터'의 탄생이 시급하고,곧 탄생할 거라고 말한다.
그런 컴퓨터가 탄생했을 때,나폴레옹은 드디어 '러시아로 진격하라'라는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고,그의 군대는 그 명령을 제대로 알아듣고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는 생겨난다.즉,컴퓨터가 스스로 진화를 할 경우에 인간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문제이다.이정도가 되면,'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일어날 것이며,그 이후 인간과 컴퓨터가 동등한 종족으로 공존하거나,컴퓨터가 인간 다음으로 지구를 지배하는 종족이 될 것이라고,저자는 다소 SF적인 말을 하는데,어떤 확실한 결론은 내리지 않고 있다.
현재 컴퓨터 기술을 보면,인간이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는 점은 확실하고(당장 웹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들을 보라),그 상황을 벗어나려면 지금과는 개념이 다른 컴퓨터가 탄생해야 하며,그것은 지금처럼 일일이 세세한 부분까지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정말 우리는 여태껏 SF소설,영화 등에서만 보아왔던 것들을 현실에서 직접 접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일까.
비록 문제제기만 하고 끝나버리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얇은 두께에도 불과하고 정말 중요하면서도 많은 화두를 던져,컴퓨터와 그 관련 기술들,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인간들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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