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 했 듯, 인도 북쪽의 맥그로드 간지는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저택도 있다.
해외 순방 등의 일정이 없으면 그 저택에 머문다고 하니,
생각보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는 많은 편이다.
달라이 라마가 머물고 있는 그 저택은 '쭐라캉'이라 부르는데,
궁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저택 주변은 쇠창살로 굳게 닫혀 있어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저택 주변을 빙 둘러싼 '코라'라고 불리는 산책로가 있는데,
이 길은 아무나 둘러볼 수 있다.
코라는 돌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티벳인들에게 쭐라캉과 코라는 모두 성지로 취급된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돌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길을 돌 때는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하는데,
사실 오이양과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긴 했다.
그런데 입구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반대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던 것.
길을 걷다 보니 여행객들도 우리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 듯 했다.
한 바퀴 다 돌 때 까지 반대방향으로 걷는 건 우리 둘 밖에 없었다.
중간 즘 갔을 때, 한 티벳 할머니께서 유창한 영어로 우리에게 말 했다.
'너네들 반대로 돌고 있어. 그렇게 돌면 복 못 받어.'
나는 나름 고민했다.
제대로 돌면 복 받으니까, 반대로 돌면 복 나가는 것 아닐까.
되돌아 가는게 귀찮긴 하지만, 복 받아도 시원찮은 판에 복 나가면 어쩌나.
그래서 조심스레 오이양에게 말을 꺼냈고, 오이양도 잠시(0.1초 정도) 생각했다.
그리고는 '복 좀 내 주지 뭐!'하고 가던 길 계속 가는 오이양.
아 정말 멋있는 귀차니스트다.
결국 남들은 다들 복 받으려고 도는 길을,
우리는 복 내주며 돌고 온 건가.
받는 놈이 있으면 주는 놈도 있고 그런 거지 뭐... ㅡ.ㅡ;;;